계속되는 영화계 성폭력 논란..연출과 폭력 사이

구자윤 2017. 8. 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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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감독 김기덕씨가 영화 촬영과정에서 폭력적인 언사를 한 혐의 등으로 여배우에게 고소당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다.

2015년 7월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가정 폭력 장면을 찍던 중 남배우가 사전동의 없이 여배우 속옷을 찢고 성추행을 했다며 여배우가 남배우 A씨를 강제추행치상죄로 고소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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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영화·여성 단체들로 구성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감독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영화감독 김기덕씨가 영화 촬영과정에서 폭력적인 언사를 한 혐의 등으로 여배우에게 고소당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영화계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베드신과 노출 장면 등을 둘러싼 감독과 여배우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영화진흥위원회도 ‘영화인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 실태조사’에 나섰다.

■“폭행에 베드신 강요” vs “연기지도 과정”
23일 영화업계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개봉한 김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촬영중 감정 이입을 위한 연기 지도라는 명목으로 뺨을 맞고 폭언을 들었으며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영화에서 중도 하차했고 A씨 역할은 다른 여배우에게 넘어갔다.

김 감독은 "직접 촬영하면서 상대배우의 시선컷으로 배우를 때리거나 제 따귀를 제가 때리면서 이 정도 해주면 좋겠다고 하는 과정에서 생긴 일로, 4년 전이어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개인적 감정은 없었고 폭력 부분 외에 시나리오상 장면을 연출자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A씨가 4년 전 일을 뒤늦게 공론화한 의도에 의문을 제기되는 데 대해 “피해자는 상담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 및 진정을 했으나 어디에서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그러다 올 1월 ‘영화인 신문고’ 제도를 통해 다시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건 후 피해자는 다양한 외상후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영국, 미국 등에서도 성적 사건의 80%는 사건화되지 않고 기소까지 매우 어렵다”며 “피해자가 당한 행위는 성적 괴롭힘을 유발한 성희롱에 해당하지만 우리는 성희롱이라는 형사적 개념이 잡혀 있지 않아 사건화하기 어려웠고 여성을 향한 폭력 방지 법률이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감독의 부당 요구 거부 쉽지 않아”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은 2009년 고 장자연씨 사망 이후 관련법이 제정됐으나 영화계 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우는 영화 출연을 우선시하게 되고 한동안 활동하지 않은 배우 입장에서 유명감독 작품은 더 그렇다”며 “카메라 앞에서 시나리오에 없던 요구를 받으면 많은 스태프가 기다리는데 촬영을 왜 지연시키냐는 분위기가 조성돼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아직도 많은 여배우와 연예인 지망생들이 ‘술자리에 오지 않으면 배역을 주지 않겠다’ ‘여배우라면 자고로 잘 벗어야 한다’ 등의 말을 듣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특히 외부 감시가 덜한 저예산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쪽에서는 감독이 더욱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는데 연기지도를 명목으로 폭행 등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갑질 행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문화산업계에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에서는 영화계 성폭력 논란과 관련된 또 다른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7월 한 영화 촬영 현장에서 가정 폭력 장면을 찍던 중 남배우가 사전동의 없이 여배우 속옷을 찢고 성추행을 했다며 여배우가 남배우 A씨를 강제추행치상죄로 고소한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다음달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안 위원장은 “1심에서는 남배우가 감독 지시에 따라 배역에 몰입해 연기한 것이라며 이를 업무상 행위라고 판단, 무죄로 봤다"며 "법원이 영화 촬영 현장의 현실과 분위기 등을 감안해 판결함으로써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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