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UFCexpress] '세기의 대결' 메이웨더 vs 맥그리거 '집중 분석'

조회수 2017. 8. 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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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코너 맥그리거의 ‘세기의 대결’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격투 스포츠 역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릴 거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경기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프로복싱은 종합격투기에 비해 역사가 훨씬 길기에 그동안 수많은 별들이 뜨고 져 왔는데,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그 중에서도 가장 찬란히 빛난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입니다. 메이웨더는 무려 다섯 체급을 석권하며 수많은 강자들을 모조리 정리해 티끌 하나 없는 완벽한 전적(49전 전승)을 갖고 있습니다. 그가 이긴 선수들만 나열해도 엄청납니다. 매니 파키아오, 오스카 델 라 호야, 셰인 모슬리, 미구엘 코토, 잽 주다, 리키 해튼, 카넬로 알바레즈, 디에고 코랄레스 등 지난 20년 동안 등장한 중량급 스타들이 다 메이웨더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메이웨더는 스스로를 슈거레이 로빈슨이나 무하마드 알리를 뛰어넘는 복싱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평하는데, 그렇게 주장하기에 충분한 업적을 쌓아 왔습니다.


메이웨더는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흥행에서도 차원이 다른 파워를 갖고 있습니다. UFC와 마찬가지로 프로복싱 역시 슈퍼스타의 기준은 PPV 판매력인데, 메이웨더는 마이크 타이슨과 오스카 델 라 호야의 계보를 잇는 복싱계의 PPV 판매왕입니다. 1997년 6월 치러졌던 마이크 타이슨과 이밴더 홀리필드 간 2차전의 PPV 199만 장 판매 기록은 오랫동안 깨지지 않았는데, 10년 만에 이를 뛰어넘은 사람이 바로 메이웨더고 현재 프로복싱 역사상 PPV 최다판매 경기 1~3위가 모두 메이웨더의 경기입니다. (1위 메이웨더 대 파키아오, 2위 메이웨더 대 알바레즈, 3위 메이웨더 대 호야) 금, 은, 동메달을 싹쓸이한 셈이죠. 물론 얄미운 경기 스타일 때문에 안티팬들도 많지만, 그가 정상급 실력과 거대한 흥행 파워를 겸비한 프로 복싱 최대의 거물이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메이웨더를 상대할 코너 맥그리거는 종합격투기 버전의 메이웨더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UFC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슈퍼스타 종합격투가입니다. 메이웨더처럼 완벽한 전적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UFC에서 두 체급을 동시에 석권한 최초의 선수로 당당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바 있습니다. 페더급 챔피언 조제 알도와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가 그의 주먹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죠.


흥행 면에서도 종합격투기에서 맥그리거의 위치는 복싱에서의 메이웨더의 그것만큼이나 독보적입니다. 물론 PPV 판매 누적 양은 메이웨더에 미치지 못하지만, 복싱보다 역사도 훨씬 짧고 저변도 얇은 종합격투기에서 이 정도 스타가 나온 건 전무후무합니다. UFC PPV 판매량 1~5위를 보면 맥그리거가 오기 전 UFC 측이 심혈을 기울였던 대회인 UFC 100을 제외하면 다 맥그리거가 등장했던 대회들입니다. 척 리델, 브록 레스너, 론다 로우지 등 기존 UFC 슈퍼스타들과도 차원이 다른 파급력이라 할 수 있죠. 거기다 맥그리거는 젊음이라는 무기까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얼마나 큰 스타로 성장할지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탄식까지 들리죠.

이번 경기는 두 선수의 업적을 이렇게 살펴보면 복싱 최고의 스타와 종합격투기 최고의 스타가 격돌하는 ‘세기의 대결’이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면 가장 완벽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칭송받는 ‘복싱의 살아있는 전설’이 프로 복싱 경험이 전혀 없는 ‘까마득한 풋내기’와 대결하는 미스매치이자 서커스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과연 양 선수의 경기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세 가지 포인트로 나눠 짚어보겠습니다.


1. 메이웨더가 맥그리거의 리치와 파워, 종합격투가 특유의 변칙 리듬을 이겨낼 수 있을까?


맥그리거는 이번 경기 전 여러 차례 ‘복싱의 틀’ 안에 갇히지 않고 메이웨더의 상식에서 벗어난 공격으로 허를 찌르겠다고 한 바 있는데, 이는 킥이나 엘보우 등 반칙 공격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거리와 타이밍을 얘기한 겁니다. 실제로 복싱에서의 거리와 종합격투기에서의 거리는 확연히 다릅니다. 종합격투기에서의 거리가 훨씬 멀죠. 거리의 커버리지가 다르기 때문에 복서 입장에서 안전하다고 마음을 놓을 만한 꽤 먼 거리에서 종합격투기 선수가 갑자기 확 치고 들어오는 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메이웨더의 일방적 우세를 점치면서도, 초반에는 맥그리거의 한 방을 조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겁니다. 거기다 맥그리거는 키와 팔 길이에서 메이웨더를 압도하는 데다 (키 맥그리거 175cm 메이웨더 173cm, 팔 길이 맥그리거 188cm 메이웨더 183cm), 21번의 승리 중 무려 15번이나 1R에 KO승을 거두었을 정도로 파워도 강합니다. 아무리 메이웨더라도 경기 초반 갑자기 원거리에서 미사일처럼 날아드는 맥그리거의 왼손 스트레이트는 경계해야 할 겁니다.

에디 알바레즈를 쓰러뜨리는 맥그리거의 모습

하지만 메이웨더가 경기 초반 맥그리거의 그런 공격들을 잘 흘려내며 흐름에 익숙해지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원거리를 쭉 좁혀 들어오는 패턴은 종합격투기의 얇은 글러브, 킥이나 테익다운 시도 등과의 조화 등과 뒤섞여 빛을 발하는 것일 뿐, 두 손만 사용하는 복싱에서는 오히려 눈에 뻔히 보이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카운터의 달인 메이웨더라면 더 위험하죠.

완벽한 디펜스를 자랑하는 메이웨더

검투에 비유하면 종합격투기는 보호구를 거의 걸치지 않고 한 손에는 긴 창, 다른 손에는 장검을 들고 주머니에 단도까지 품고 이들을 바꿔가며 복잡한 패를 서로 신경 쓰며 싸워야 한다면, 복싱은 어느 정도 탄탄한 갑옷을 입고 비슷한 길이 및 크기의 장검과 방패를 들고 그 검의 거리 안에서 좀 더 세밀한 싸움을 벌이는 거라 보시면 대충 맞을 겁니다. 맥그리거는 창도 있고 단도도 있지만 이번 싸움에서 이들은 전혀 쓸모가 없고, 상대 것에 비하면 너무 뭉툭한 장검 한 자루로 최고의 검사와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 셈이지요.


맥그리거는 분명히 메이웨더를 놀라게 할 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웨더는 그저 복싱 기술만 뛰어난 게 아니라 순간순간 상황에 맞춰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진정한 복싱의 달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메이웨더의 페이스로 경기가 흐를 가능성이 높겠죠.


2. 메이웨더는 왼손잡이 상대에게 약하다?


복싱계에서 역사 깊은(?) 갑론을박의 논제 중 하나가 바로 메이웨더가 왼손잡이 상대에게 약한 지입니다. 이번 경기 전 미디어 인터뷰에서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가 메이웨더는 왼손잡이 상대에게 약하다고 목청을 높였고, 메이웨더의 과거 프로모터였던 밥 애럼 그리고 메이웨더에게 패배한 바 있는 슈퍼스타 출신의 프로모터 오스카 델 라 호야도 똑같은 얘기를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일단 메이웨더의 왼손잡이 상대 전적을 정리해보면


왼손잡이 상대 전적: 총 9전 전승(4번의 KO승 및 5번의 심판 전원 만장일치 판정승)


이는 더 할 나위 없이 완벽한 전적이죠. 이 중 드마커스 콜리나 잽 주다 전 등의 경기 하이라이트에 잠깐 나오는 메이웨더가 밀리는 장면들을 근거로 메이웨더가 왼손잡이에 약하다는 주장이 나온 듯하지만, 메이웨더의 커리어를 돌아보면 그를 제대로 애먹인 사람들은 오히려 호세 루이스 카스티요나 마르코스 마이다나 등 단단한 압박형 오른손잡이 선수들이었습니다.

마이다나에게 큰 펀치를 허용하는 메이웨더의 모습

메이웨더가 왼손잡이에게 약하다는 기술적 근거는 메이웨더가 즐겨 쓰는 숄더롤이 오른손잡이에게는 잘 먹히지만, 몸의 한 면이 서로 붙은 상태에서 들어오는 왼손잡이의 앞손(오른손) 잽에 약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메이웨더는 숄더롤만 쓰는 선수가 아닙니다. 숄더롤을 위해 오른손은 올리고 왼손은 내린 필리 쉘 자세 외에도 탄탄한 하이가드, 무에타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팔을 쭉 편 롱 가드, 갑자기 뛰어 들어가거나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손을 일부러 내리는 로우 가드 등 여러 가지 스타일을 섞어서 구사합니다. 거기다 왼손잡이 상대를 만나면 숄더롤을 사용할 때 왼쪽 어깨만 올리지 않고 팔꿈치까지 들어 더욱 꼼꼼히 방어에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매니 파키아오 같은 일류 왼손잡이 선수도 메이웨더의 방어벽을 뚫을 수가 없었던 거죠.


거기다 맥그리거의 펀칭 스타일은 종합격투기가 아닌 복싱의 관점에서 봤을 때 다른 왼손잡이 복서들에 비해 너무 단순합니다. 맥그리거의 전술은 원거리에서 앞손(오른손)으로 오른손잡이 상대의 앞손(왼손)을 눌러주며 압박을 건 다음 왼손 펀치와 왼발 킥을 섞어 상대를 두들기는 겁니다. 화려한 돌려차기, 노가드 전법, 쓱빡 카운터 등 기술들이 많은 듯 하지만 결국 포인트는 앞손으로 상대를 잡아놓고 뒷손을 터뜨리는 거죠. 큰 흐름에서는 전성기 시절의 미르코 크로캅과 일맥상통하는데, 크로캅 스타일에서 킥이 줄고 펀치가 강화된 거라 보시면 될 겁니다.


이 패턴이 UFC에서는 잘 먹혔을지 몰라도, 복싱 링 안에서 복싱 황제 메이웨더에게 통하긴 어려울 겁니다. 물론 맥그리거가 분명히 발전된 모습으로 나오겠지만, 단기간에 메이웨더의 기술을 완전히 따라잡는다는 건 불가능하죠. 결국 맥그리거는 시간이 지날수록 왼손잡이의 이점을 살리기보다는 풋워크, 페인트 동작, 앞손의 활용 이 세 가지 측면에서 복싱 기술의 수준 차를 절감하게 될 겁니다.


3. 맥그리거는 메이웨더에게 12라운드를 버텨낼 수 있을까?


계속 얘기한 대로 메이웨더가 초반을 잘 넘긴 후 맥그리거의 기술을 파악하면 결국 이번 경기는 메이웨더가 일방적으로 우세한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 과연 맥그리거는 12라운드를 버틸 수 있을까요?


여기서 변수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클린치입니다. 클린치는 복싱 전문가들이 프로복싱의 ‘회색 지대’라 부르는, 반칙과 허용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묘한 파트입니다. 하지만 종합격투기에서 이미 증명된 대로 인간의 맨손 싸움은 본질적으로 한방 KO가 나기보다는 몸과 팔로 뒤엉킬 확률이 높기에 클린치는 종합격투기 뿐만 아니라 복싱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파트이고, 이번 대결에서도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메이웨더는 흔히 숄더 롤이나 번개 같은 카운터 등 정통 복싱 기술로 유명하지만, 프로 복싱의 숨은 중요 요소인 클린치의 명수이기도 합니다. 메이웨더의 경기를 보면 몸싸움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의 공격을 뻗은 후 곧바로 클린치를 시도해 상대의 반격 타이밍을 끊는 건 기본이고, 상대가 밀고 들어오는 순간에도 빠질 수 있으면 빠지지만 이미 늦었다 싶으면 귀신같이 들러붙습니다. 상대 자세가 낮으면 머리를 누르거나 감아 힘을 빼고, 상대 자세가 높으면 본인이 머리를 숙여 태클과 비슷한 동작까지 구사합니다. 먼저 붙은 후 상대가 같이 클린치 싸움을 하려 하면 재빨리 떨어지며 펀치를 날리죠. 아마 클린치 파이팅만으로도 메이웨더를 능가하는 복서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모슬리 전에서의 이 장면을 보면 메이웨더가 모슬리의 머리를 누르다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 밀며 펀치를 날리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메이웨더가 잘 쓰는 기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메이웨더의 클린치는 종합격투가인 맥그리거에게는 거의 통하지 않을 겁니다. 레슬링과 주짓수, 무에타이 훈련을 통해 몸싸움에 이골이 난 종합격투기 선수들은 클린치에서 복서들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을 갖고 있거든요. 과거 알리스타 오브레임이 본인보다 훨씬 킥복싱 전적이 많은 베테랑 K-1 파이터들을 물리치고 K-1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우월한 클린치 몸싸움 능력이었습니다. 주먹을 주고받는 찰나가 아니라 몸끼리 부딪히는 순간이 맥그리거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찬스일 겁니다.


이번 대회 메인 카드에 출전하는 메이웨더 프로모션 소속의 복서 앤드류 타비티와 전 UFC 미들급 챔피언 루크 락홀드의 복싱 스파링 영상을 보면 이런 점들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락홀드가 왼손잡이에 훨씬 리치도 길고 체격도 크지만 타비티의 잽에 고전하며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반면, 클린치 상태가 되면 타비티는 속절없이 잡혀 있거나 밀립니다. 메이웨더 역시 떨어진 상황에서는 경기를 압도하겠지만 몸이 붙으면 그처럼 맥그리거에게 힘들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클린치만으로 메이웨더를 잡는 건 불가능합니다. 어쨌든 이번 경기는 종합격투기가 아닌 복싱인 데다 12라운드 장기전이다 보니, 맥그리거가 최대한 클린치를 많이 활용하려 해도 결국 시합은 자꾸 복싱의 리듬 안으로 돌아올 겁니다. 그럴 때마다 메이웨더는 한 걸음 한 걸음 앞서나가며 계속 점수 차를 벌려 놓겠죠. 그래도 클린치에서의 우위는 맥그리거가 장기전을 버텨내는 데 있어 최대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고백하자면 저는 오랜 복싱 팬임에도 불구하고 종합격투기 해설을 직업으로 삼고 선수로도 활동하기 시작한 후엔 점차 복싱 생중계를 예전만큼 챙겨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해설 준비 차 메이웨더의 경기를 쭉 다시 보며 연구를 했더니, 그가 왜 위대한 복서인지 더 깊이 이해하게 된 동시에 그런 메이웨더에게 선뜻 복싱으로 도전한 맥그리거의 패기도 더욱 존경스러워졌습니다. 대부분 KBS 중계로 이번 경기를 감상하시겠지만, 어쨌든 세기의 대결을 즐기시는 데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해설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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