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들이 모두 떠난 나의 고향, 남은 건 흉물 뿐
[오마이뉴스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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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2017년 8월 22일, 거여동재개발지구 |
ⓒ 김민수 |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은 듯했다. 재개발조합과 보상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이들 간의 양보없는 대립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사람들이 떠난 곳은 잡초만 우거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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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성듬성 피어나던 잡초들은 무성하고, 그들이 무성한만큼 사람들이 살던 흔적들은 지워지고 있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또 잡초의 흔적을 없앨 것이고 그들은 또 깊은 어둠 속에서 침묵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텅빈 거리, 한때 북적거렸던 이발관도 이젠 휼무스럽게 남아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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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동재개발지구를 관통하던 중앙로에 해당하던 그 길도 서서히 갈라져간다. 여느 집들처럼 이 길도 '보수'는 없을 것이다. 재개발지구에 묶이면서, 증개축이 모두 금지되자 그곳은 급속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혹여 이곳이 남아있어 겨울에 걸을지라도 매캐한 연탄가스 냄새는 어느 골목에서도 맡지 못할 것이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지붕조차도 무너져 내리고 있는 그곳, 더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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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익만 탐하는 사이에 마을만 망가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망가졌다. 이제 이익을 위해서 이합집산할뿐, 자신의 이익을 조금이라도 침해하면 누구든 적이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사람들이 떠난 집은 덩굴식물이 기세좋게 자라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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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 들었다. 꽃 피지 못하고 열매 맺지 못하는 죽은 생명, 어쩌면 거여동재개발지구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다 때려 부수고 성냥갑마냥 지어질 아파트에서 어떤 이웃과의 더불어 삶이 존재할 수 있을까? 사람 사는 곳이되 사람 사는 정이 없는 곳, 그것이 요즘의 재개발로 지어지는 아파트촌의 현실이 아닌가?
▲ 거여동재개발지구 그들은 그곳에서 어떤 위안을 받았던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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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이라는 것의 사악함은 여기에 있다. 재개발을 통해서 오로지 이익만을 보겠다는 이기적인 생각, 손해를 보느니 차라리 공멸의 길을 가겠다는 생각, 밀어 부치면 될 것이라는 생각, 서로에게 이런 생각을 심어주어 외길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 게임의 끝에서 웃음짓는 자는 누구일까?
▲ 거여동재개발지구 거여동재개발지구의 중심지였던 그곳에도 이젠 사람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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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나이든 노인분들만 나와 무료하게 앉아있을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곳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었다. 탁자 위에 놓인 것 중에는 젓갈도 있었다. 그마저 상해버렸다. 행색으로 보아 이곳에 사람의 발길이 끊긴 것은 근자의 일인듯 했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이제 그곳조차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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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여동재개발지구 재개발지구 건너편 아파트가 미래 그들의 모습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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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논리와 법의 잔인성을 미리 간파한 이들은 보상금을 받아 서울에서 더 먼 곳으로 일찌감치 떠났다. 그리고 아방궁은 아니더라도 새 집을 주어 그곳에 살게 하는 것이 옳다고 여겼던 이들도 더는 살 수 없어 떠났다.
그리고 대다수는 아파트가 새로 지어진들 그곳에 입주할 능력밖에 있다. 그들은 새로 아파트를 지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냥 그곳에서 살고 싶을 뿐이라고 했는데 개발비와 오를 땅값을 부담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다. 거부하면? 그냥, 밀어 부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법이란다.
▲ 거여동재개발지구 사람들이 떠난 그곳에서도 조화는 여전히 시들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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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뛰어놀던 내 마음의 고향, 그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슬프기만 하다. 더 허물어진 건물 한 쪽에 놓인 조화가 너무 화사하다. 시들지도 못할 놈의 가짜 꽃, 벌 한 마리 찾아오지 않는 가짜 꽃, 언젠가 퇴색되어 사그라질 가짜 꽃, 재개발의 미래를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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