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타인명의대출, 은행 탓 어려운 이유

손경호 기자 2017. 8. 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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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거래의심계좌는 빠른 신고가 답

(지디넷코리아=손경호 기자)은행에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카카오뱅크의 특징을 악용해 타인 명의로 소액대출이 이뤄지는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고거래 사기 의심계좌로 쓰이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에서 은행이 책임져야할 부분은 어디까지일까? 뾰족한 대응책은 있을까?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10여건의 타인명의대출 피해사례는 가족들 간에 벌어진 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우자가 남편 혹은 부인 명의로, 자식이나 손자가 부모나 조부모의 이름으로 카카오뱅크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에서 신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신분증, 본인명의 타행계좌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한 뒤 본인인증을 하고, 신분증을 스캔해 보낸 뒤 본인명의 타행계좌에 카카오뱅크가 보낸 1원 뒤에 붙은 계좌 보낸 사람의 네 글자 이름을 카카오뱅크앱에 입력하면 인증이 이뤄진다.

대출을 위해서는 실명확인, 휴대폰 본인확인 등 과정을 추가로 거치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스마트폰이 곧 계좌이자 은행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가족 간 도용 사건…은행이 막을 수 있나

최근 피해사례에서 관전 포인트는 제3자가 아니라 가족들 간에 명의를 도용해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고 소액대출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 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거나 심각한 해킹을 당해 모든 정보가 유출된 것이 아니라 배우자나 자식, 손자가 피해자의 스마트폰으로 앱을 다운로드 받고, 피해자 신분증을 스캔해 올린 뒤 피해자가 가진 다른 은행 계좌를 조회해 타행계좌인증까지 거쳤다는 점이다.

사실상 피해자가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타인명의대출까지 이뤄진 만큼 일반적인 해킹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려대 정보보호학과 김승주 교수는 "가족이 개인정보와 통장정보를 다 갖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마치 가족 중 한 명이 다른 가족의 스마트폰을 갖고, 주민등록번호 등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인터넷 사이트 계정을 재발급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제3자를 통한 금융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이는 심각한 위협으로 보고 대응이 필요하나 개인의 신상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다른 가족이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이용해 타인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대출을 실행한 건에 대해서까지 카카오뱅크의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측은 "계좌개설시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비대면 본인확인절차 중 고객 편의를 최대로 하는 방식을 썼다"며 "대신 신분증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사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의심되는 계좌에 대해서는 영상통화를 통해 신분증 재징구(재확인)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족이 도용한 사건에 대해서는 카카오뱅크도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힘든 실정이다.

중고거래 사기 악용 계좌…신고가 답

최근 중고거래사이트 등에서는 시중은행 계좌와 함께 카카오뱅크 계좌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측은 "사기거래가 의심되는 카카오뱅크 계좌는 타인 명의를 도용한 대포통장이 아니라 본인명의 계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사기거래용으로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지급정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포통장의 경우 일반적으로 50만원~100만원 선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카카오뱅크와 같은 모바일뱅크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악용하기 위해서는 본인명의 스마트폰까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사이버수사기획팀 정영오 경감은 "인터넷 사기가 20만원~30만원을 벌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에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지다보니 본인계좌나 가족, 친구, 지인의 계좌를 빌려서 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기의심계좌로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자 요청에 따라 해당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해 출금을 정지시킨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본인명의 통장, 비밀번호, 스마트폰, 인증 비밀번호 혹은 잠금패턴까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며 "의심신고가 들어오면 지급정지를 걸고 있지만 임의로 거래를 막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사기의심계좌에 대해서는 카카오뱅크 내부에서 부정거래방지시스템(FDS)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함께 의심계좌에 대한 발빠른 신고가 피해를 막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경호 기자(sontec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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