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애플 전 CEO는 5인치가 넘는 대화면 스마트폰에 대해 2011년 이렇게 얘기했다. 스마트폰은 한 손에 쏙 들어와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는 같은 해 세상에 나왔다.
5.3인치의 대화면에 필기할 수 있는 펜을 장착한 새로운 종류의 스마트폰.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당시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벽을 허문 제품”이라고 노트를 소개했다.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고객을 위해 화면과 화질을 키웠단 얘기다.
노트 시리즈가 처음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큰 주목을 받은 건 아니다. 노트의 첫 타깃은 중국 시장이었다. “미국ㆍ유럽에선 4인치짜리 아이폰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던 때였어요.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초기 시장부터 대화면을 선호했죠.” (최형욱 IT 칼럼니스트)
잡스의 독설에도 불구하고 노트 시리즈는 갈수록 매니어층을 확보해나갔다. 대화면 스마트폰을 가리키는 패블릿(Phone+Tablet) 신드롬을 이끌었다. 이런 선전엔 기술 진화가 있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진화한 덕에 더 가볍고 얇으면서도 화면은 큰 제품이 가능해진 것이다. 2013년 공개된 갤럭시노트3은 전작보다 0.2인치 큰 5.7인치 화면을 탑재하고도 무게는 168g으로 오히려 더 가벼워졌다.
노트 시리즈가 삼성 스마트폰 혁신을 이끌기 시작한 된 건 2014년 소개된 갤럭시노트4 부터다. 삼성전자는 양쪽 테두리가 휘어감기는 커브드 엣지 디스플레이를 이 제품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엣지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상징이 됐다.
매년 가을 공개된 노트 시리즈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되는 아이폰과 정면 승부를 벌여왔다. 삼성전자가 ‘시간차 공격’을 시작한 건 2015년, 노트5를 출시하면서다. 매년 9월 독일 가전전시회(IFA)에서 노트 시리즈를 공개해 온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공개 시점을 한달 앞당긴 것이다. 시장은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노트7은 삼성전자에 영광과 굴욕의 정점을 안겨줬다. 홍채인식 기능을 적용한 노트7은 공개 직후부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세계에서 100만대의 예약 주문이 몰렸다. 출시 직후부터 일부 색상이 품절되는 소동이 일었다. 그.리.고. 배터리 발화 사건이 터졌다.
250만대 전량 리콜에 이어 단종. 노트7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전체를 큰 타격에 빠뜨렸다. 회사 측은 노트7을 전량 회수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쓰고 싶다”는 소비자들이 회수를 거부하며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노트7 새 제품에 새 배터리를 장착한 ‘갤럭시노트FE’를 시장에 내놨다. 팬을 위한 에디션(Fan Edition)이란 뜻이었다.
잡스는 틀렸다.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던 대화면 스마트폰은 이제 세계의 표준이 됐다. 애플은 그의 사후에 대화면 스마트폰인 '아이폰 플러스'를 내놨다. 최형욱 IT 칼럼니스트는 "잡스가 내다보지 못했던 건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이렇게 가볍고 얇으며 심지어 한손에 쏙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멀티미디어 콘텐트가 확산할수록 대화면 스마트폰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8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스마트폰은 10주년을 맞았다. 삼성 스마트폰이 지난 10년 동안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지난해의 교훈은 노트 시리즈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갤럭시노트8은 한국 시간으로 24일 0시에 미국 뉴욕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