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통사, 동영상 속도제한 공식화..한국 불똥 튈까

김동표 입력 2017. 8. 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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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이통사 버라이즌
요금제 가격별 속도제한 걸어
무제한요금제도 고화질은 못봐
트럼프정부 망중립성 완화 가속
한국에도 어떤 영향 미칠지 주목

미국 최대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이 동영상 스트리밍 속도차별을 공식화했다. 소비자가 내는 금액에 따라 최고속도 한도가 달라진다. 저가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동영상 화질은 최고 480P급으로 제한된다. 동영상 화질 구분은 일반적으로 240p, 360p, 480p, 720p, 1080p로 이뤄지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화질이 좋다. 최근에는 1080p를 넘어서 4K UHD, 8K UHD 등 초고화질 동영상도 널리 시청되는 편이다.

미국의 네트워크정책이 글로벌 표준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국내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버라이즌 요금제개편…스마트폰 무제한요금제라도 480P 이상 못봐
22일(현지시간) IT전문매체 더버지는 "버라이즌이 무제한데이터요금제를 3가지로 구분했다. 가장 싼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480p영상까지만 볼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는 1080p를 볼 수도 없다"고 보도했다.

가장 사용자가 많은 상품인 '고 언리미티드(Go Unlimited)는 1회선당 월 요금 75달러(8만4000원)로, 스마트폰을 통해서는 모든 비디오 영상을 480p급으로만 시청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태블릿은 720p로 제한된다. 무제한 핫스팟을 제공하지만, 핫스팟 최고속도는 최대 600kbps로 제한된다.

월 85달러(9만6000원)로 '고 언리미티드'보다 조금 더 비싼 상품인 '비욘드 언리미티드(Beyond Unlimited)'의 경우는 스마트폰은 720p, 태블릿은 풀HD 1080p의 화질로 동영상 스트리밍이 제한된다.

이와 같은 조치에 대해 버라이즌은 "고객들에게 최고의 네트워크 품질,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서비스개편은 버라이즌을 비롯, AT&T, T모바일 등 다른 사업자들도 시도하고 있다.

◆망중립성 원칙 와해 가속화…통신사의 승리로 끝나나
버라이즌의 요금제 개편 소식이 알려지자 망중립성 옹호론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방송통신을 총괄하는 FCC는 망중립성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국 FCC는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으로 ▲특정 웹사이트를 차단해선 안 된다 ▲특정 사이트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느리게 해선 안 된다 ▲추가 비용을 내면 특정 사이트를 더 빠르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롱텀에볼루션(LTE) 개발 이후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업체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인터넷 업체들이 자신들이 구축한 인프라 위에서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초과 수익을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버라이즌·AT&T·컴캐스트 등 미국 인터넷사업자는 망중립성 원칙에 반대한다. 이들은 망 이용대가(요금) 등을 기준으로 통신 상품과 특정 트래픽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길 원한다.

◆한국도 망중립성 갈등 잠재…이통사VS포털 충돌 예고
한국의 경우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와 포털 등 콘텐츠사업자간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네이버·다음 등 콘텐츠사업자들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을 독점하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콘텐츠사업자들도 통신망 비용의 일정부문을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콘텐츠사업자들은 그런 주장이 망중립성 위반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필요한 통신비용은 이통사 고객들이 이미 내고 있으며, 이를 콘텐츠사업자가 부담하게 될 시 이중과금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오바마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망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정책기조였으나, 구체적 입법의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주요국의 정책방향에 따라 망중립성 원칙을 둘러싼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 등 사업자간 이견이 크고 관련 기술 및 시장환경의 변화가 급격한 망중립성 이슈에 대해 성급한 입법은 문제점이 많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어 "망중립성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의 자율을 해치고, 통신사의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 침해, 통신사의 네트워크 투자유인을 감소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0일 '전기통신사업자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제한 부과의 부당한 행위 세부기준'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망중립성 강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제정안은 기간통신사업자가 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인터넷 사업자가 데이터 트래픽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속도제한을 할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정안은, 부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용자 차별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방통위는 ▲실질적인 이용자의 이익침해가 발생하지 않고 ▲전체 이용자의 편익이나 후생증대 효과가 큰 경우 ▲서비스의 보안성과 안정성 확보 등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록 했다.

때문에, 사업자간 협의가 있을 경우 특정 서비스의 속도를 높이거나 비용을 할인해주는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허용하는 정책으로도 풀이된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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