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업자에 전화폭탄..디도스로 성매매 막는 서울시의 이이제이(以夷制夷)
통신 서버에서 3초 단위로 '전화 폭탄'
성매매업자-수요자간 통화 불능 유도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서울시내 곳곳에 업소를 홍보 전단지를 뿌렸다. 홍보물에 적힌 연락처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한 대포폰 번호였다. 곧 전화가 울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수화기 너머로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일반인들이 통행하는 장소에 부착 또는 배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란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깜짝 놀란 김씨는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전화가 걸려온 번호를 차단했다. 하지만, 3초 뒤 또다른 번호로 같은 내용의 전화가 걸려왔다. 매번 다른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니, 손님과 경찰을 구분할 수가 없었다. 김씨는 결국 통신사에 착신 금지 신청을 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하 민사경)이 성매매 전단지 살포 방식의 성매매를 무력화하는 ‘대포킬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대포킬러의 작동 방식은 컴퓨터 해커들이 특정 서버나 홈페이지 등을 공격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공격) 공격과 비슷하다.
디도스는 특정 웹 서버에 과도하게 많은 트래픽을 흘려보내 웹 서버가 먹통이 되게 하는 해킹 수법의 하나다. 대포킬러 역시 성매매업자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번호에 매 3초마다 발신 번호를 바꿔가며 전화를 건다. 업자가 전화를 사실상 이용할 수 없도록 만든다. 오랑캐로 오랑캐를 막았다는 ‘이이제이(以夷制夷)’처럼 해킹 범죄에 이용되는 수법으로 성매매를 막는 아이디어다.
성매매에 쓰이는 번호를 정지시키는 데 평균 5~7일이 걸리는데다, 그 사이 성매매업자들은 자신의 폰 번호를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영업활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전단지를 뿌리는 성매매업자를 단속하던 민사경 대원이 부상당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대포킬러의 운영은 민사경과 자치구, 자원봉사자 간의 협업을 기초로 이뤄진다. 자원 봉사자들이 거리 곳곳의 성매매 전단을 수거해 민사경에 전달하면, 민사경은 이 번호를 취합해 대포킬러에 입력한다.
전단 수거를 담당하는 자원봉사자는 25개 자치구에서 1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대포킬러에 입력된 번호로는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매 3초마다 자동적으로 전화가 걸린다. 현재는 시범 운영 기간이지만 이미 대포킬러에 등록된 번호 중 일부가 통신사를 탈퇴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강 단장은 “더 고도화하고 은밀해지는 성매매 범죄를 막기 위해 첨단 IT기술을 비롯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동원하겠다”며 “대포킬러 같은 신무기를 갖춘 만큼 성매매 전단지 배포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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