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에 소설집.. "작가가 글 쓰는 게 당연하지"

김인구 기자 2017. 8. 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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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소설가 최일남 작가가 빠르면 다음 달 중순 신작 소설집 '국화 밑에서'를 펴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 분야에는 올해 90세의 김남조 시인 등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나 소설은 분량 등에 있어서 시보다 체력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기에 집필이 어렵게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라며 "아마 소설가 중에선 이번이 가장 최고령 작가의 출간 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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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남 소설가는 60대에 이른 1990년대 이후에 오히려 더 창작열을 불태웠다.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체험한 일들을 역사적 맥락에서 풍자와 해학으로 녹여내는 작업을 해왔다. 뉴시스

- 내달 신작 ‘국화 밑에서’ 펴내는 원로작가 최일남

“발표한 단편 7편 엮어 정리

마지막으로 원고 다듬는 중

원래 등산·자전거 즐겨 건강”

위트·해학 넘치고 리듬감

문학계 “특유의 넉살 담겨

현역 최고령 소설가의 출간”

원로 소설가 최일남 작가가 빠르면 다음 달 중순 신작 소설집 ‘국화 밑에서’를 펴낸다. 1932년생인 최 작가는 올해 85세. 현역으로 활동하는 소설가 중 최고령에 단행본을 출간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작가는 최근 전화 통화에서 “소설집을 내기 위해 원고를 다듬고 있다. 작가가 글을 쓰는 건 당연한데 관심을 가져줘 쑥스럽다. 제목을 고민 중이지만 ‘국화 밑에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작가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21세 때인 1953년 ‘문예’지에 ‘쑥 이야기’가 추천됐으며 이어 1956년 ‘현대문학’에 단편 ‘파양’을 추천받아 등단했다.

이후 60여 년간 ‘서울 사람들’(1975), ‘만년필과 파피루스’(1997) 등 꾸준히 단편을 발표해왔다. 그는 언론인 출신답게 편중되지 않은 시각과 예리한 비판으로 사회성을 갖춘 문학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작 ‘국화 밑에서’는 문학과지성사를 통해 나온다. 2006∼2013년까지 월간지 및 계간지에 발표했던 단편 7편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표제작은 7편 중 첫 번째로 배치된 단편이다. 주인공이 먼저 간 동료와 친구의 모친상 등 하루 2차례 장례식장을 방문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장례식장의 풍경이 해학적으로 묘사된다. 장례식의 절차와 방법, 상주에 대한 인사법, 죽음에 대한 성찰 등 풍자적 시각이 돋보인다.

특히 윤재철 시인의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라는 인용시가 작품의 의도를 대변하는 듯하다.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옆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는 빙긋이 웃는다/(…)/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다양하면서도 적절한 인용문, 등장 인물 간 간결하면서도 위트 있는 대화, 리듬감마저 느껴지는 조어는 문단 거목으로서 저자의 높은 경지를 느끼게 한다.

최 작가는 “너무 조촐하게 나오는 것 같아 부끄럽다”면서 “요즘엔 주로 성남 분당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얼마 전 고관절 수술을 받아 좋아하는 등산과 자전거는 거의 못 하지만 건강은 매우 좋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죽음 또는 웰다잉(Well Dying)의 의미를 되새겨본 ‘물수제비’, 모처럼 어린 손자와 단둘만의 시간을 갖게 된 할아버지의 고충을 담은 ‘아침바람 찬바람에’ 등에도 풍자와 해학이 넘친다. 일상에서 시작된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문학과 역사, 도덕과 철학이 배어 있다.

문학계의 한 관계자는 “저자 특유의 넉살과 유머가 매 작품에 잘 살아 있다. 심미안과 통찰력이 느껴지는데 전혀 어렵지 않다. 소설 읽는 맛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 분야에는 올해 90세의 김남조 시인 등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나 소설은 분량 등에 있어서 시보다 체력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기에 집필이 어렵게 받아들여지는 게 사실”이라며 “아마 소설가 중에선 이번이 가장 최고령 작가의 출간 소식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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