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대 '갓겜'은 왜 안나올까

입력 2017. 8. 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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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게임사들 돈을 써야 이기는 게임 양산… 유저들, 지나친 과금유도 비판

얼마 전에 33번째 생일을 맞은 회사원 박정인씨(가명)는 ‘과금전사’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돈을 더 낼 마음이 있는 게이머다. 박씨뿐만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들이 길거리에서, 대중교통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러던 그가 1년 가까이 플레이한 모바일 게임 A를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지웠다. 지난해 출시된 A게임은 출시 때부터 PC게임 수준의 고품질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때는 ‘갓겜’이라는 칭송도 받았다. 갓겜이란 말 그대로 게임을 신적인 존재로 칭송하는 표현이다. 쉽게 말해 ‘매우 좋은 게임’이라는 뜻이다.

캐릭터 성장에 치우친 뻔한 게임성

박씨는 기자에게 A게임에 쓴 돈이 두 달치 월급은 족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5~6시간을 게임에 투자하며 내 캐릭터가 성장하고, 남들과 피 터지게 대결하는 데서 오는 희열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A게임도 한국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보이는 것 같아 더 이상 하고 싶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중국 게임사가 만든 다른 모바일 게임에 푹 빠져 있다.

박씨가 말한 ‘한국 모바일 게임의 한계’란 무엇일까. 박씨는 모바일 게임의 지나친 과금 유도와 캐릭터 성장에 치우친 천편일률적인 게임성 등을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박씨는 모바일 게임이 전반적으로 돈 쓴 사람에게만 유리한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나는 좋은 게임만 나온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서 얼마든 돈을 쓸 생각이 있다”며 “게임의 기본은 유저가 자기 실력과 노력에 맞게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모바일 게임들은 하나같이 몇 달만 지나면 수백만 원, 수천만 원씩 돈을 쓰는 헤비 과금전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질이 되더라. 그들보다 적게 돈을 쓰는 나 같은 사람들은 헤비 과금전사의 살아있는 사냥감으로 전락해버린다”고 말했다. 박씨뿐만 아니라 게임 관련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의 모바일 게임사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구글, 애플 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의 홍보 포스터. / 엔씨소프트

한편, 게임사들은 모바일 게임을 통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8월 초부터 이어진 게임업계의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모바일 게임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 빅3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올해 2분기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매출액을 기록했다. 넥슨의 올 2분기 매출액은 4778억원, 영업이익은 1653억원이며, 넷마블은 매출액 5401억원, 영업이익 1051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에 비교적 늦게 진출한 엔씨소프트도 매출액 2586억원, 영업이익 276억원을 달성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1>으로 대표되는 PC 온라인 게임의 선두주자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엔씨소프트의 주된 먹거리는 PC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1>과 <블레이드 앤 소울>이었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M>이 발매된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8월 7일 엔씨소프트가 발표한 2분기 실적에 의하면, 모바일 게임의 2분기 매출은 약 937억원이었고, 이는 대부분 <리니지M>의 매출이다. 같은 기간 <리니지1>의 매출액은 338억원, <블레이드 앤 소울>의 매출액은 390억원으로, 둘을 합쳐도 <리니지M>보다 실적이 낮다.

과거 PC 온라인 시장의 강자였던 빅3 게임사는 지금도 모바일 게임 마켓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여러 모바일 마켓 중 사용자가 가장 많은 구글플레이의 순위를 살펴봤다. 게임 정보 사이트 ‘게볼루션’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8월 18일 기준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매출액 1위,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모두의 마블>이 각각 2위와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넥슨의 <다크 어벤져3>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피파 온라인3>, <세븐나이츠>, <마블 퓨처파이트> 등 모바일 게임 매출액 상위권에는 빅3의 게임들이 포진해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모바일 게임 순위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게임 개발 능력에서 한국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 게임사의 게임들이 한국 모바일 마켓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구글, 애플 마켓에서의 매출과 인기도를 모두 고려한 게볼루션 모바일 게임의 8월 18일 종합순위에서도 역시 빅3 게임사들의 게임이 대거 올라와 있다. 하지만 3~6위에 이름을 올린 <음양사>, <소녀전선>, <클래시 로얄>, <반지> 4개 게임은 모두 중국 게임사가 제작했거나, 중국 게임사의 자회사가 만들었다. 특히 최근 한 달 이내에 서비스를 시작한 소녀전선과 음양사는 유저들 사이에서 ‘갓겜’으로 칭송받을 정도다.

중국 게임들, 한국 모바일 최상위권에

모바일 게임 유저들은 과금 유도와 비슷비슷하게 게임성 등의 문제는 한국 게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40대 자영업자 이현우씨(가명)는 박정인씨와 같은 과금전사다. 그 역시 1년 가까이 미국 회사가 만든 B 모바일 게임을 즐겨왔다. 이씨는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모바일 게임의 지나친 결제 유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 게임사들도 결제 유도보다는 작품성이 뛰어난 게임으로 유저들을 모으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의 지나친 과금 유도를 비판하는 유저들에게 ‘당신들이 무분별하게 돈을 써놓고 왜 게임사를 탓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이씨는 “내가 게임에 수백만 원을 쓴 것은 내 탓이지 누구의 탓도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지를 이해한다면 모든 책임을 유저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즐겨온 B게임의 공식적인 장르는 전략 게임이다. 자신의 기지를 성장시키고 상대방의 대결(PvP 시스템)을 주 콘텐츠로 한다는 점에서 B게임 역시 ‘양산형 모바일 게임’의 성격을 두루 갖췄다. 이씨는 지하철과 인터넷에서 B게임의 광고를 보고 자신의 스마트폰에 게임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가 모델로 출연한 광고는 B게임을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처럼 보이게 묘사했다. 하지만 실제 B게임에는 전투장면이 나오지 않으며, 모든 전투는 숫자 계산으로만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오랫동안 B 게임을 놓지 않은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다. 그는 “처음 몇 달 동안에는 무과금 혹은 1만원 정도의 소규모 과금 한두 번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과 어울리며 즐길 수 있었다. 돈을 많이 쓴다고 해서 무식할 정도로 강해지지도 않는다. 이 초반 몇 달 동안 게임을 통해 아는 사람들도 생기고, 현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눈 적도 있다. 이렇게 하나의 생태계가 모습을 갖추게 되면 게임사의 과금 유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게임사가 과금을 부추기는 핵심 요소는 바로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게임이다 보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다. 내가 즐기던 서버엔 일본인 동맹이 1위였다. 그래서 한국인 동맹들이 연합해 일본인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군사를 추가로 훈련시켜야 할 일도 있고, 빠른 속도로 군사를 이동시켜야 할 일이 있다. 이때 황금색 버튼이 활성화되며 ‘이 아이템을 사면 이동속도가 빨라진다’는 식으로 유도한다.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이렇게 돈을 써도 되나’라고 고민할 틈이 없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일단 유료 아이템을 사고 나중에 돈을 계산해봐야 한다. 몇 달간 친해진 동맹원들이 ‘3만원 아이템 하나 사서 오세요’ 이러는데 ‘돈 아까워서 못하겠어요’ 이런 말이 쉽게 나올 수는 없다.”

박정인씨는 해외에서는 과금을 유도하는 모바일 게임을 가리켜 ‘페이 투 윈’(pay to win) 게임, 즉 돈을 써야 이기는 게임으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사가 실적을 위해 과금을 유도하는 것 자체는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유저들이 게임사를 비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쓴 사람만 이기기 때문에, 즉 공정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씨가 “현재 한국 모바일 게임의 안티테제”라고 거론한 게임은 바로 중국에서 만든 <소녀전선>이다. <소녀전선>은 기존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야 하며, 뽑기로 캐릭터와 아이템을 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모바일 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

경쟁과 과금 요소를 대폭 줄여 호평을 받고 있는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 / 소녀전선 홈페이지

공정성 없는 ‘페이 투 윈’ 시스템

그러나 결정적으로 이 게임은 ‘페이 투 윈’ 게임이 아니다. 한마디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데 필수적인 아이템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다. 뽑기 역시 무과금 유저라고 차별을 받지 않고 같은 등급의 캐릭터를 뽑을 수 있으며, 캐릭터의 외양 치장처럼 게임 밸런스를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과금 유도가 이뤄진다.

박씨는 “돈만 있으면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되는 사람이 순식간에 기존 유저들을 학살하는 모바일 게임에 지쳤다. 미친 듯이 공부해서 명문대에 합격했는데, 기여입학으로 들어온 학생이 학생 대표로 마이크를 잡는다면 그 누가 기분이 좋겠나”라며 “사실 <소녀전선>이 대단히 혁신적인 게임은 아니다. 단지 돈을 안 써도 남들과 똑같이 즐길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이라는 점 하나만으로 ‘갓겜’으로 호평받고 있는 건데, 한국 게임사들은 왜 이렇게 못 만드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이들에게 한국 모바일 게임을 향한 게이머들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대중의 반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중견 게임사에서 게임 기획 일을 담당하는 ㄱ씨는 “모바일 게임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들 ‘갓겜’을 만들고 싶은 의지가 있다. 하지만 막상 업계에 들어오면 현실과 이상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도 요새 게임들은 다 성장과 경쟁, 뽑기와 과금으로 이뤄진 비슷한 게임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회사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종류의 게임을 만들 수밖에 없다. 가장 인기가 높은 모바일 게임이 갖춘 요소들을 따라하다 보니 ‘양산형 게임’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ㄱ씨는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생각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일부 게임사들이 소수의 ‘과금전사’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수십만 명의 유저가 한 달에 5000원, 1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이상적인 모델로 본다. 하지만 매일 신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리니지M>과 같은 극히 드문 사례를 빼면 아무리 잘 나갔던 게임도 6개월 뒤에는 유저가 3만~5만명 수준으로 축소된다”고 말했다. ㄱ씨는 “기존 콘텐츠를 다 팔고 나면 또 경쟁을 붙여야 매출이 발생하니 캐릭터를 ‘각성’시키거나 아이템을 ‘강화’, ‘초월’시키는 방식으로 소수 헤비 과금러들을 위한 새로운 걸 내놔야 한다. 그들을 붙잡지 않으면 게임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 ㄴ씨는 해외 모바일 시장의 경우 ‘이상적인 게임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빅3 등 대형 게임업체들도 한국 시장을 나눠 먹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오래 전부터 해외 진출을 시도해 왔다. 일례로 넥슨은 올 2분기 매출의 약 66%를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ㄴ씨는 최근 중국 모바일 게임의 상승세 역시 오랫동안 큰 시장에서 중국 게임 개발자들이 노력해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중국 업계의 개발력이나 그래픽 제작 능력은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의 시장 자체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보니 꾸미기 아이템에만 과금 요소를 넣어도, 실험적인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도 회사가 유지된다. 반면 한국은 제한된 시장 안에서 매출액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과거에 성공한 모델이 있으면 그걸 답습하고 따라하는 것 이상으로 새로운 걸 도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의 양산형 게임의 경우 인기는 떨어져도 매출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B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게볼루션 인기 순위에서 B게임은 몇 주 전부터 500위권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에서는 여전히 20~30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게이머들이 성장·과금·뽑기 선호하기도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돈만 보고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처럼 여겨지는 것에 약간 억울해 했다. 게임성에 치중한 게임을 만들어도 게이머들이 성장, 과금, 뽑기가 결합된 게임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ㄱ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2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만든 C게임을 소개했다. C게임은 출시 당시 기존의 ‘페이 투 윈’ 게임과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조건 강한 장비를 착용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캐릭터 간의 조합을 가장 효율적으로 짠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C게임은 출시 당시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는 구글과 애플 스토어 양쪽에서 모두 500위권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떨어졌다.

ㄱ씨는 “게임사에서 일하는 사람 치고 게임을 무조건 상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게임을 하나의 잘 만든 작품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겠다는 마음을 다 갖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려다가 실패를 겪은 경우가 너무 많다보니 점점 안전한 길을 추구하는 게 아닐까. 대형 게임사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넥슨에서 발표한 신작 게임 <하이퍼 유니버스>를 예로 들었다. ㄱ씨는 “넥슨이 만들었다고 해서 과금 유도가 심한 양산형 게임이 아니냐는 우스개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나온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처럼 잘 만든 ‘작품’이었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게임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ㄴ씨는 게임업계 외부에 있던 인물이 업계 안으로 들어와 신선한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게임 시장의 한계는 게임을 제품으로만 바라본다는 점이다. 개발자 등 업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게임을 기획하고 만들다 보면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며 “결국 ‘갓겜’은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규칙을 신선한 방식으로 조합한 게임일 수밖에 없다. 게임계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 게임을 제품으로만 보지 않는 사람들이 유입된다면 분명 대중의 환영을 받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로 ‘패키지 게임’ 즐길 수 없을까 대부분의 인기 모바일 게임은 부분 무료화 게임이다. 게임을 처음 다운로드할 때는 돈을 내지 않지만, 이후 게임 내에서 캐릭터나 아이템을 구입할 때 돈을 내는 구조다. 이와 반대 개념이 바로 유료 게임(패키지 게임)이다. 게임을 사는 순간 하나의 완성된 제품을 사는 개념이다. 지금은 과거처럼 CD 등 실제 물건을 사기보다 모바일 마켓이나 스팀 등 플랫폼에서 다운로드하는 식으로 패키지 게임을 살 수 있다. 일반적으로 PC에서 돌리는 패키지 게임은 모바일 게임보다 품질 면에서 여러 모로 우수하다. 일단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한 입력방식이 더 다양한 게임 양상을 만들 수 있다. 모바일 게임에서는 롤플레잉게임(RPG)이 주류이지만, 패키지 게임에서는 1인칭 슈팅 게임(FPS),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격투 게임 등 장르도 다양하다. 모바일 기기로 패키지 게임을 구현하려는 시도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패키지 게임들도 하나둘씩 모바일로 구현되고 있다. 이미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됐고,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공포게임 <화이트데이>도 10여년 만에 모바일로 출시됐다. ‘시간 삭제 게임’으로 불리는 <문명>도 일부 시리즈가 모바일로 이식됐다. 모바일 게임사에서 만든 신작 패키지 게임들도 있다.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마녀의 샘>은 모바일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으며, 퍼즐 게임인 <샐리의 법칙>도 구글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인기 순위 2위에 오른 바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인기 게임을 리메이크 하는 것 이상으로 모바일 패키지 게임 시장이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게임 기획자 ㄱ씨는 “마우스나 키보드가 터치 방식보다 게임하는 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패키지를 만들려면 PC 버전으로 만들지 굳이 모바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오버워치>(FPS 장르의 PC 패키지 게임)를 예로 들면, 모바일로는 <오버워치>의 느낌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익을 내기도 어렵다. 게임업계 관계자 ㄴ씨는 “유료게임은 출시 날 한 번에 벌고 이후 수익 유지가 안된다. 그런데 지금 부분유료 모바일 게임도 들어간 노력을 따지면 개당 몇만 원은 받아야 한다. 몇천 원짜리도 잘 안 팔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샐리의 법칙>을 제작한 박재환 프로듀서도 지난 4월 27일 한 강연에서 유료 게임 제작의 어려움을 말했다. 그는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톱3에 선정됐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누적 다운로드는 3만(<샐리의 법칙>의 가격은 1000원), 게임과 회사는 알렸지만 국내 유료게임 시장의 척박한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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