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PC방 업계 '과금 공방전'

2017. 8. 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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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시간당 250원 부과… PC방 업주들 반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지난 8월 15일 공식 출시됐다. 이날부터 시간당 250원 정도인 PC방 과금도 시작됐다. 전국 PC방 업주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인문협)는 과금 소식이 알려진 후부터 반대 입장을 표했고, 지난 11일에는 블리자드를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14일에는 넥슨 역시 비슷한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1998년 1월 스타크래프트의 출시와 함께 PC방이 확산됐다. 스타크래프트의 출시 첫해 전 세계에서 팔린 게임 CD 950만장 중 450만장이 한국에서 판매됐다. PC방은 블리자드는 물론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했다.

시간제 과금은 이런 공생관계가 절정에 있던 때 시작됐다.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에게 받을 돈을 시간당 250원 전후로 PC방이 대신 걷도록 했다.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의 반발 없이 요금을 수월하게 걷을 수 있었다. PC방의 확산과 함께 게임사들의 덩치도 급속도로 커졌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7월 30일 리마스터 버전 출시를 앞두고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개최한 ‘GG투게더’ 행사 모습. /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제공

PC방 침체의 늪 빠져 생존의 문제로

1999년 ‘바람의 나라’에 처음으로 시간제 과금이 적용됐을 때 PC방 업주들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PC방 장사가 잘 되던 때였기 때문이다. 당시엔 목 좋은 곳은 시간당 3000원을 넘게 받던 시절이었다. 카트라이더와 같은 무료 게임들도 PC방에서는 사실상 유료 게임이었다. 다만 PC방 이용료에 포함돼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게임사들의 매출액은 2008년 이후 거의 매년 10%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6년 국내 게임시장은 2015년보다 5.6% 상승해 11조3194억원의 시장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국내 3대 게임사의 상반기 매출은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의 60%를 넘었다.

게임사들의 실적이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PC방 업계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2016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2013년 PC방 종사자 수는 5만496명에서 2015년 4만3913명으로 줄었다. PC방에서 주로 즐기는 온라인 게임 종사자 수가 같은 기간 3만559명에서 2만1198명으로 줄어든 것과 궤를 같이한다.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PC방을 찾는 손님들도 줄었다.

PC방 시장이 침체되고 시간당 1000원도 받지 못하는 업주들이 허다하게 되자 시간제 과금은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게임사가 걷어가는 돈이 업주들 손에 남는 것보다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1년 통계 기준으로 시간당 요금을 1000원으로 볼 경우 시간당 과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2~30%로 임대료(15%), 인건비(20%), 세금(15%)을 빼면 업주 손에 남는 돈보다 조금 많다.

PC방 업계는 블리자드를 비롯한 게임사들의 시간제 과금은 공생관계에 종언을 고하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병수 인문협 회장은 “기존 게임에 화장만 하고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PC 온라인 게임처럼 과금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스타크래프트 CD를 수십만 장 사며 블리자드의 성공에 공헌했던 PC방 업계의 고마움을 하나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느끼는 배신감은 블리자드를 넘어 한국 게임사 전체로 향했다. 김 회장은 “한국 게임사들이 메이저 회사로 성장하고 수출도 할 수 있게 된 최고의 공헌자는 PC방이다”라며 “게임사들의 시간제 과금은 이런 공헌을 무시하고 전혀 배려를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정위, 접점 찾을 수 있을지 주목

한 PC방 업주도 비슷한 시각을 보였다. 이 업주는 인문협 게시판에 남긴 글에서 “우리 PC방을 공생관계로 보지 않고 일방적인 먹잇감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십수 년 전부터 있었던 자동이체 할인율 10%를 업주 의사와 무관하게 2~3년 전 강제로 5%로 낮췄다”고 분개했다. 그는 게임사들이 경험치 증가나 특수 아이템, 캐릭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더 비싼 요금을 받는 ‘PC방 프리미엄 서비스’도 끼워팔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 회장은 게임사들이 최종 소비자에게서 직접 이용료를 받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적인 추세는 아이디를 기반으로 한 과금”이라며 “PC를 대여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통업자인 우리 PC방 점주들이 시간제로 게임을 사지 않으면 게임 자체에 접속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강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블리자드는 이런 인문협의 반발에 아직 침묵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순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PC방 업계와 공방을 벌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PC 온라인 게임의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넥슨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게임업계는 시간제 과금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방 업주들이 서운해 하는 건 스타크래프트가 19년간 무료 게임이었다는 이유가 크다. 그래서 업주들은 게임을 한 번 사면 무료로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후 시장 상황은 변했고, 대부분의 게임은 시간제 과금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대다수 PC방 업주들도 이걸 표준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도 이제 콘텐츠를 공짜로 즐기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게임 개발에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시간제 과금을 무조건 부당하다고 볼 순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와 PC방 업계의 평행선 사이에서 공정위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PC방 업계는 공정위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인문협 측은 지난달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게임사의 PC방 과금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인 이용자에게만 과금하도록 조치해달라는 내용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주영재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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