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토트넘의 '웸블리 징크스' 그 허상과 실체

조회수 2017. 8. 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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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8시즌, 웸블리에서 가진 리그 첫 홈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한 토트넘.
연일 토트넘의 '웸블리 징크스'를 집중 보도하고 있는 잉글랜드 언론.
BBC 수석기자, 첼시 전담 기자 등 3명의 현장 기자가 웸블리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웸블리 징크스' 그 허상과 실체


토트넘 vs 첼시 경기 이후 웸블리 구장에 대한 콘테 감독의 코멘트를 1면에 보도한 '데일리 스타'. 'Spurs face hell at home'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같은 날, 콘테 감독의 코멘트를 1면에 보도한 '더 선' 
토트넘이 홈에서 '지옥'을 맞이했다(데일리스타)
오늘 우리가 진 것은 웸블리 때문이 아니다.
웸블리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첼시 전 패배 직후 포체티노 감독)
웸블리 구장은 환상적인 경기장이다.
솔직히, 이곳의 분위기는 원정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토트넘전 승리 직후 안토니오 콘테 감독)

어제 잉글랜드 주요 스포츠 신문은 모두 1면에서 토트넘의 '웸블리 징크스'에 관한 기사를 다뤘다.

콘테 감독이 이 경기에서 보여줬던 천재적인 전략과 전술도, 이 경기에서 나온 알론소를 비롯한 선수들의 활약상도 모두 '웸블리'라는 단어에 묻히고 말았다. 이쯤되면, 영국 언론이 유독 '징크스' 라는 주제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심지어 한 매체는 1면에서 웸블리 징크스를 대서 특필하고, 2면에서는 웸블리 징크스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반박 기사를 내기도 했다. 

[포체티노 감독 경기 후 인터뷰]

그렇다면 과연 잉글랜드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는 이 토트넘의 '웸블리 징크스'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것일까? 어디까지가 실체고, 얼만큼이 허상일까.

이번 칼럼에서는 첼시 전 현장에서 직접 본 그 분위기와, 현장에 있었던 다른 두 현지 기자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웸블리 징크스의 실제 모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토트넘 대 첼시 경기 웸블리 구장의 모습. 이날 웸블리에는 빈좌석이 눈에 띄긴 했으나 여전히 7만 명 이상의 토트넘 홈팬들이 찾아왔고 그들은 아주 뜨거운 응원을 보여줬다. 

1. '홈팀' 토트넘 팬들과 경기장 분위기 

토트넘 대 첼시의 맞대결을 웸블리에서 직접 지켜본 그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홈팀 '토트넘의 입장에서 볼 때' 잉글랜드 언론에서 말하는 '웸블리 징크스'는 그 실체가 분명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옳다.

특히 웸블리에서 홈경기를 갖는 것이 '홈구장과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말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지난 시즌에는 그랬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시즌은 그와 다르다. 이날 토트넘 팬들만 약 7만 명이 입장한(화이트하트레인 시절에 비하면 약 '2배'다) 웸블리는 결코 과거의 화이트하트레인에 못지 않은 열정적이고 강인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는 단순히 이날 현장에 있었던 기자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지난 시즌 토트넘의 웸블리 성적을 이번 시즌의 그것과 이어서 비교하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비논리적인 일이다.

지난 시즌 토트넘이 웸블리에서 가졌던 경기(챔피언스리그, FA컵 등)와 이번 시즌 토트넘이 첼시전을 비롯해서 앞으로 웸블리에서 가질 경기들(리그 경기)은 결정적으로 관중 입장 비율 부터가 다르다. 특히 FA컵의 경우 양팀 팬들이 50 : 50으로 입장하는 것에 비해서 리그 경기는 웸블리 구장이 아무리 크더라도 원정 팬들이 입장할 수 있는 숫자는 규정으로 제한되어 있다.(이날 첼시 전에 첼시 팬들은 약 3천 명이 입장했다고 보도됐다. 토트넘 홈팬들의 숫자는 그보다 20배가 훨씬 더 넘는 약 7만 명이었다.)

이날 토트넘 홈경기 분위기가 잉글랜드 언론에서 연이어 보도하는 것만큼 저조하지 않았다는 의견, 더 나아가서는 '웸블리 징크스'가 보도되는 것만큼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 이외에도 또 있다. 이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BBC 수석기자 필 맥널티도 같은 의견을 냈다. 다음 소개하는 내용은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맥널티 기자와 연락을 취해 단독 입수한 '웸블리 징크스'에 대한 그의 의견이다. 

"토트넘이 웸블리에서 부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은 웸블리에서 가진 지난 10경기에서 1승 만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하루 빨리 승리를 거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나는 토트넘에 '웸블리 징크스'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난 일요일 지난 시즌 챔피언이었던 첼시 전에서 아주 오랫동안 좋은 경기를 펼쳤다. 또한 경기장 안과 밖의 분위기도 환상적이었다. 토트넘 팬들은 웸블리에서 홈경기를 갖는 것을 아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웸블리 징크스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토트넘이 리그 경기를 웸블리에서 갖는 것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과, 웸블리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사실이 원정팀에게 플러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토트넘이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의 토트넘은 아주 훌륭한 팀이며 나는 이번 시즌 후반기가 되면 '웸블리 징크스'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필 맥널티 BBC 수석기자) 

잉글랜드 축구 현장을 30년 이상 취재한 맥널티 기자의 의견은, 이날 그의 바로 뒷자리에서 경기를 지켜본 나의 의견과도 대동소이하다. 나 역시 이 경기를 현장에서 보면서 특히 후반전 1-1 동점 상황을 전후로 웸블리의 분위기가 화이트하트레인을 방불케한다고 느꼈다. 그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포체티노 감독이 '웸블리 징크스'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토트넘의 입장에서만' 접근한 웸블리 징크스의 실체다. 그와 반대의 입장인 원정팀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면 콘테 감독과 맥널티 기자가 나란히 언급했던 바로 그 문제가 실제로 존재한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웸블리 징크스'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위험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풀타임 무렵 웸블리의 모습. 사진의 오른쪽, 푸른색 옷을 입고 한 섹터에 모여있는 것이 첼시 팬들이다. 

2. '원정팀'의 입장에서 '웸블리'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Wembley, Wembley, We are famous OOO(팀 이름) and we're off to Wembley"(웸블리, 웸블리, 우리는 유명한 OOO(팀 이름)이고 웸블리에 간다네) 

이날 양팀의 경기 직후 콘테 감독이 웸블리에 대해 한 언급(웸블리의 분위기가 원정팀에 도움이 된다는)은 대단히 정곡을 찌른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까지 1시즌 넘도록 이어진 '웸블리 징크스'에 대한 이야기들 중 그렇게 논리적이고 합당한 의견도 없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분명히 토트넘이 조속히 극복해내지 않으면 오랜 골치거리가 될 수도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콘테 감독 경기 후 인터뷰]

웸블리 구장은 1923년 개장한 이후로(구 웸블리) 약 100년 동안 잉글랜드 축구의 상징이자 대부분의 주요 결승전이 열렸던 축구의 '성지'다. 대부분의 잉글랜드 축구팬들에게 웸블리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축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주요 컵 대회에서 웸블리 구장에서 열리는 준결승, 결승 등이 확정된 팀이 일제히 '웸블리 응원가'를 부르는 것은 지금도 매 시즌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날 웸블리 경기장에 입장한 팬들의 숫자가 20배 이상 차이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첼시팬들이 경기 내내 기죽지 않고 열정적인 응원을 쏟아낸 것은 충분히 '웸블리 효과'가 적용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앞서 토트넘의 관점에서 '웸블리 징크스'를 본 BBC의 필 맥널티 기자의 의견을 알아봤으니 이번에는 첼시 전담 기자의 입장에서 본 웸블리 징크스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아래 내용은 골닷컴 UK의 첼시 전담 기자 니자르 킨셀라의 의견이다. 

"나는 웸블리에서 경기를 갖는 것이 토트넘에게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체티노 감독이나 선수들은 물론 '웸블리 징크스'를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토트넘은 그들이 가진 뛰어난 기술적인 능력을 웸블리에서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는 심리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스포츠이며, 토트넘은 하루 빨리 웸블리에서 승리를 거둬 분위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토트넘 대 첼시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이동하고 있는 양팀 팬들. 

3. '웸블리 징크스'의 마지막 요소와 그 결론

앞서 소개한 첼시 전담 기자의 말은 우리가 '웸블리 징크스'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한 요소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토트넘이 웸블리에서 가진 지난 10경기 중 1승 만을 기록하고 있다는, 지난 시즌 화이트하트레인에서 무패를 기록했던 그들이 이번 시즌 첫 홈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했다는 사실들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부담이 그것이다. 어쩌면 니자르 기자의 말대로, 포체티노 감독이 '웸블리 징크스'를 부정하는 것은 팩트에 기반한 것이기보다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인정해서는 팀 전체가 더 불안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한 노력인지도 모른다.

이번 칼럼에서 잉글랜드 언론에서 연일 다루고 이는 '웸블리 징크스'에 대해 세가지 측면에 대해 다뤘다. 그 세가지를 다시 한 번 종합하여 나를 포함한 세 명의 현장 기자가 진단한 이 이슈에 대한 결론을 정리해보자.

1) 웸블리 구장에서 홈경기를 갖는 것이 토트넘으로 하여금 홈 팀 같은 느낌, 홈에서 경기를 갖는 것 같은 느낌을 갖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팩트'가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이야기이며 관중 입장 비율 자체가 다른 이번 시즌의 상황은 그와 다르다. 현장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2) 그러나, 콘테 감독이 지적했듯이 홈팀 토트넘에게는 큰 실체가 없다고 느껴지는 '웸블리 징크스'와는 별개로 웸블리에서 원정경기를 갖는 원정팀과 그 팬들에게는 웸블리에 온다는 것 자체가 주는 플러스 효과가 분명히 존재한다.

3) 그리고, 이렇게 원정팀들이 누리는 플러스 효과가 오래 지속될수록, 홈팀 토트넘이 갖게 되는 심리적인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토트넘이 그 심리적 부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이 세가지 결론을 종합해볼 때, 더이상 '웸블리 징크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토트넘이 해야 할 일은 간단명료하다. 당장 이번주말에 가질 번리 전을 시작으로 웸블리에서 가질 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나가는 일이다.

웸블리의 '분위기'는 이미 화이트하트레인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웸블리에서 그들이 얻는 '결과'도 지난 시즌 홈경기 결과(무패)와 같아진다면, 맥널티 기자가 말한대로 어느 시점에는 분명히 '웸블리 징크스'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날이 얼마나 빨리 오느냐, 그것이 이번 시즌 토트넘의 시즌 전체의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토트넘vs첼시 2라운드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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