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삼성 재판 ③ - 단순 뇌물의 관건, '박-최 공모'

민경호 기자 2017. 8. 23. 09: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방기일로 정리하는 삼성 재판 ③>

▶ [취재파일] 삼성 재판 ② - 제3자 뇌물의 관건, '청탁'

●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는 '경제적 공동체'일까
 
지난 2016년 말, 또는 2017년 초, 특검이 한창 진행되던 때, 특검 사무실이 있는 선릉역 주변에서 가장 '핫'했던 용어는 '경제적 공동체'라는 말이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경제적 공동체'임이 확인될 경우 파장이 클 것이라는 취지의 말들이 오갔습니다.

그리고 특검이 '삼성의 승마 지원' 부분을 단순 뇌물 혐의로 기소하면서, 경제적 공동체 인정 여부는 지금까지도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공동체'가 입증 되지 않고서는 단순 뇌물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실, 정확히는 '공모관계가 입증 돼야 한다'입니다. 단순 뇌물죄는 공무원이 금품을 수수했을 때만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검 공소사실에 따르면 승마 훈련 지원 등을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 씨였습니다. 최 씨는 공무원이 아닙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했다는 것이 인정 돼야 공무원이 아닌 최 씨가 금품을 수수했더라도 뇌물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공모관계는 단순히 둘이 친하게 지내고,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위세를 이용했다는 정도로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법조계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이 경우, 오히려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더 적당해 보인다는 말도 합니다. 공모 관계를 통해 단순 뇌물 혐의를 입증하려면, '최순실 씨 통장에 돈이 들어가도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통장에 돈이 들어간 것과 다르지 않음'을 '상당한 수준'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인사들의 의견입니다.

이 때문에 공방기일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공모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두고 설전이 오갔습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친하게 지냈다는 정황만으로는 두 사람이 '경제적 공동체'임을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육영재단과 관계됐다', '문체부 인사 조치에 두 사람이 함께 연루됐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각종 이권 사업을 추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사적인 영역에서 최 씨에 대해 많이 의존했다', '차명폰을 활용해 두 사람 사이의 연락 체계를 구축했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형법에서의 공모관계 증표라고 할 수 있나? 이런 정도로 공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

그러자 특검은 "사적 영역 등 이야기는 간접적 사례로서 이야기하는 것이지, 그런 행위 자체가 공동범행의 일부라는 주장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정황들을 쏟아냈습니다.

"2차 독대(단독면담) 때는 승마협회 임원을 교체하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있다. 이는 대통령이 챙길 문제가 아니다. 일개 승마협회 임원 이름까지 언급하는 것은 관련 있는 사람이 대통령에게 알려줬다는 것이다. 당연히 최서원(최순실) 씨가 한 것이다. 최서원이 대통령과 소위 내통했구나, 이렇게 (이재용 부회장이) 판단했을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7월 25일 오후에 회의를 연 것이다."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면 여사께서 모든 비용 관리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것만 봐도 코어스포츠가 최서원 씨의 회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전무 문자메시지도 있다.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요구하는 대로 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즉 당시 대통령이 지시했지만, 요구하는 것은 최서원이고 최서원 말 대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 정도로 공범임을 나타내는 표지가 어디 있겠는가?"

삼성 측 변호인단은 형법 체계에 맞지 않는 해석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공모의 정도에 따라 단순 뇌물과 제3자 뇌물을 구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뇌물죄인데 (공무원이) 조금 더 역할을 많이 하면, ‘제3자 뇌물’에서 죄명이 바뀌어 ‘단순 뇌물죄’가 되나? 이게 형법 체계에 맞는 것인가?"

그러면서, 공무원에게 들어간 금품이 하나도 없다면 제3자 뇌물을 적용하고, 대신 부정한 청탁이 있는지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특검은 다시 반박합니다.

"변호인 주장에 의하면 공무원과 비공무원이 어떤 식으로 (금품을) 수수했건 간에 1원만 공무원에게 가면 단순 뇌물, 1원도 안 가면 제3자 뇌물이 되는 것이란 뜻인데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 비 공무원이 이렇게 금품 취득했을 때 제3자 뇌물 밖에 적용이 안 된다고 한다면 탈법이 이뤄질 것이다. 비 공무원에게 돈 주고,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만 적발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법은 상식과 형평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검은 이렇게도 덧붙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판례가 없다. 교과서, 논문, 판례 등 전혀 없다."

즉, 재판부가 선례 없는 판단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삼성의 승마 훈련 지원'에 대해 특검은 '뇌물'이라고 보고 있지만, 삼성 측은 최순실 씨의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둘러싸고 중점적으로 다뤄진 부분은 '승마 훈련을 지원한다는 것이 곧 정유라 씨만을 지원하는 것'임을 삼성이 언제부터 알았는지 였습니다. '정유라 지원'임을 처음부터 삼성이 알았다면 '지원하려 했던 것'이란 삼성 측의 말이 무색하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나중에서야 안 것으로 인정된다면 삼성 측 주장이 힘을 받을 것입니다.

또, 뇌물 사건에도 관련 있지만, 또 다른 공소사실인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것이 삼성과 코어스포츠 간에 체결한 용역계약입니다. 특검은 '명백한 허위계약'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 측은 '부족한 점은 있을 수 있지만 실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주장들이 팽팽히 맞섰는지는 다음 취재파일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민경호 기자h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