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탯토리] 속도의 차이 : 오지환 85.4%와 최준석 26.2%

조회수 2017. 8.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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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다르다. 개인기록으로 보면 박해민이 33개로, 2위 버나디나 23개를 넉넉하게 앞서는 중이다. 이대로 간다면 박해민은 3년 연속 도루1위가 된다. 개인타이틀 3연패가 쉬운 일은 아닐텐데 대체로 관심 밖이다.  올 시즌 경기 당 도루(1팀당)는 0.57개로 역대 최저다. 도루시도 0.87개로 역시 역대최저이다.  타고시즌이 4년째 이어지면서 도루 같은 스몰볼은 별로 인기가 없다.

새로운 야구통계의 영향도 있다. 계산해보면 일년 내내 열심히 뛰어도 소득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도루 1위 박해민이 올해 44번 뛰어서 33번 성공한 도루가치 합계는 성공과 실패를 상쇄시키고나면 기껏 1.72점(스탯티즈 도루RAA기준)에 불과하다. 벤치도 이런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선수들이 느끼는 체력과 부상위험에 대한 부담도 예전보다 더 커졌다.  리그 도루왕의 1년치 득점기여도 합계가 홈런1개에도 못미친다면 아무래도 남는 장사가 아니다.

그런데 도루의 평가절차를 주루의 평가절하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다.  빠른 주자의 가치는 도루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체 득점 중 홈런과 밀어내기 타점의 비율은 34.6%다. 그렇다면 나머지 65.4%의 득점은 '주자의 발'을 거친다는 뜻이다. 더 빠른 주자는 같은 타구에도 더 많은 베이스를 얻고 득점가능성을 그만큼 높인다.

대표적인 것이 '2루 주자가 단타로 득점하는 상황'이다. 올 시즌 주자를 2루에 둔 타석(2루, 12루, 23루, 123루) 횟수는 9831번이다. 여기에서 타자가 1루타를 친 경우가 1559번이고 그래서 2루 주자가 홈까지 들어온 경우는 982번이다. 득점성공률로 따지면 60%를 약간 못미친다. 

타고가 시작된 2014년 이후, 1루타 때의 2루주자 득점성공률은 다소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주자의 상황판단과 스피드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0아웃,1아웃 2루주자 득점성공률은 2014년 57.5%로부터 매년 하락해서 올해 52.5%이 그치고 있다. 이렇게보면 도루 갯수만 줄어든게 아니라 주자의 전반적 주루능력과 적극성도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추가진루’ 특히 득점과 직결되는 추가진루는 도루에 비해 경기에서의 중요도가 더 크다. 시즌 전체로 보면 1루타 때 2루자가 홈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은 팀마다 180번에서 220번 정도 생기는데 이때 주루플레이의 성공은 득점과 직결된다.

올해 1루타 때 2루주자의 득점성공률이 가장 높은 팀은 두산베이스 68.5%이고 가장 낮은 팀은 SK와이번스 57.9%다. 10%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는 한 시즌 동안 20점 정도 득점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뜻도 된다. (물론 3루에 남은 주자가 다음 타석에 득점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차이는 이보다 줄어들 것이다)

선수 개인으로도 마찬가지다. 타구판단과 주루속도에 따라 빠른주자와 느린주자의 차이는 크다. 최근 4시즌 동안 1루타 조건에서 가장 높은 득점성공률을 기록한 2루주자는 오지환이다. 0,1아웃 상황일 때 85.4%, 2아웃 상황일 때 96.9%를 기록했다. 리그평균과 비교하면 각각 30%포인트, 18%포인트 차이가 난다.

느린 주자와 비교하면 격차는 휠씬 더 크다. 단타 때 득점성공률이 가장 낮은 2루주자는 최준석이다. 0,1아웃 때의 득점성공률은 19.4%이고 스타트가 빨라지는 2아웃에서 득점성공률도 45.5% 밖에 안된다. 전체로 42번이 기회 중 11번 밖에 홈에 들어오지 못했고 성공률 26.2%에 머문다. 김태군, 강민호, 박기혁, 손시헌, 이호준 등이 단타 때 득점성공률이 가장 낮은 2루주자였는데 1,2아웃 상황에는 30% 미만이다.  오지환의 85.4%와 최준석의 26.2% 사이엔 무려 59.2%포인트 격차가 있다. 

주전급 타자의 경우 풀타임 한시즌 동안 2루주자로서 단타에 홈승부를 시도할 기회가 15번에서 20번 생긴다.  그렇다면 빠른 주자와 느린 주자 사이에 있는 50% 이상의 득점성공률 차이는 무시하기 어려운 크기다.  게다가 '단타+2루주자' 상황은 경기에서 생기는 수많은 주루상황 중 일부일 뿐이다.  더 다양하고 더 많은 주루상황이 득점과정에 개입된다. 

야구는 늘 변한다. 한때 강팀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던 ‘스몰볼’ 능력이 ‘파워’에 밀려 중요도가 퇴색되고 있다. 도루왕 타이틀도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중이다.  이런 변화를 아쉽게 느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게 더 합리적 전략이라면 승부의 세계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대신 도루의 가치절하가 주루능력의 가치절하와 같은 것은 아니다.  도루는 주루의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다. 

KBO리그 득점의 65%는 많게든 적게든 주루를 거쳐야 완성된다.  스피드는 여전히 가치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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