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 자리 두 신분'의 불편한 동거..일선 학교 '기간제 정규직화' 논란

2017. 8. 23. 0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전환 논의 후 교원간 어색한 분위기
-비정규직, 불편한 시선 견딜 수 밖에 없어
-정규직 “기간제 정규직화, 공정 경쟁 배신”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 교사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 A 씨는 최근 학년 담임교사 회의에 5분 가량 늦게 참석했다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일을 경험했다.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던 다른 선생님들이 A 씨가 들어오자 놀라며 황급히 다른 말을 꺼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이 하루종일 마음에 걸렸던 A 씨는 방과 후 평소 친하게 지냈던 다른 동료교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동료교사는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서명에 동참하자는 논의가 진행되던 중 A 씨가 보이자 급히 논의를 멈췄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는 비정규직 교원이 있는데도 관련 논의를 하는 경우도 많고, 내부 메신저를 통해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정규직 교원들의 대화가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학교 비정규직 가운데 기간제 교사와 4개 강사 직군 등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도 그동안 잠재돼 있던 정규직 교원과 비정규직 교원 간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오후 전북도교육청 앞에서 전주교대 총학생회가 최근 논의 중인 비정규직 강사 정규직 전환 문제를 예비교사들과 논의할 것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실시하고 있는 ‘기간제교사ㆍ강사의 정규직 전환 불가 교원청원(서명)’을 두고 일선 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들 사이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 B 씨는 “정교사들이 공개적으로 서명운동을 하고있진 않지만, 이 같은 문제와 관련해 동료 교사간에 긴장감이 감도는 것도 사실”이라며 “평소 친하게 지냈던 교사들의 경우에도 교원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서는 위로해주는 분과, 예전과 다른 어색함을 느끼는 경우가 반반”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B 씨는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 교원들은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직 교원들의 경우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내부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 한 중학교 정규직 교사 C 씨는 “평소 동료 비정규직 교원을 응원해왔지만, 정부가 나서 비정규직 교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매년 바늘구멍과 같은 임용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예비교사들과 이런 과정을 거쳐 교사가 된 사람들을 배신하는 불공평한 처사며, 이는 비록 서명엔 참여하지 않는 주변 정규직 교사들도 동감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학교현장의 갈등은 단체간의 집단적인 충돌 양상으로도 비화되는 모습이다. 한국교총의 청원 운동에 대해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한국교총은 기간제교사를 향한 반인권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교총이 기간제 교사와 강사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며 현직 교사와 예비교사, 임용준비생은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동원해 서명을 받는 과정에서 교권 침해와 반인권적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합회는 “학교 현장에서는 기간제 교사가 받을 상처는 안중에도 없이 내부 메신저를 통해 정규직화 반대 메시지가 버젓이 전달되며, 기간제 교사 바로 옆에서 반대 서명을 받는 것은 물론 심지어 기간제 교사에게도 서명을 받는다”고도 말했다. 연합회는 교원 확충이란 공감대가 있는 기간제 교사와 예비 교사, 정교사 간의 반목과 분란을 한국교총이 조장한다고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연합회측이 제기한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지 자체 조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내부적으로도 연합회측의 주장이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라면서도 “사안이 시급하고, 학교 현장의 대다수 선생님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문제인만큼 서명을 통한 청원운동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50만 교원의 참가를 목표로 지난 17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이번 청원은 시작한 지 일주일째가 된 23일 현재 참가자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한국교총은 서명이 끝나는대로 청원서를 청와대나 교육부, 국회 등에 제출해 교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