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53] 인간은 왜 외로운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험악한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기에는 너무나도 나약한 호모 사피엔스. 하지만 힘을 모으면 두려울 게 없다. 오랜 시간 맹수의 먹잇감이었던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협업(協業) 능력 덕분이었다. 옥스퍼드대학의 로빈 던바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이유가 사회적 협업 때문이라 제시한 바 있다.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효율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언어'라는 인간 고유의 소통 방식도 결국 협업을 편하게 하기 위해 진화한 도구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소통은 협업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성공적인 협업엔 내가 아닌 상대를 이해하는 공감 능력도 필요하다. 영희와 철수가 함께 사냥을 나간다고 상상해보자. 영희는 자신의 생각만 아니라 철수의 생각 역시 이해해야 한다. 아니, 철수가 생각하는 영희의 생각도 영희가 알 수 있으면 더 좋다.
살아남기 위해 필요했던 협업. 인간은 협업을 위해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야 했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 우리는 그런 능력을 '창의성'이라 부르기도 한다. 창의성은 인간을 동물에서 신으로 만들어 주었지만 그만큼 큰 대가도 있었다. 바로 현대인이 느끼는 외로움이다. 몸에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신체적 신호인 '배고픔'과 같이 외로움 역시 또 하나의 신체적 경고다. 그렇다면 외로움은 무엇에 대한 신호일까? 바로 사회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외톨이는 위험하다. 맹수들은 언제나 외톨이가 된 동물을 잡아먹으니까. 하지만 무한의 상상력을 가진 현대 인간은 이제 실질적 외톨이를 넘어 자신의 생각과 상상력이 만들어낸 외로움을 더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외로움과 창의성.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는 인간의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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