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상청 92% 맞혔다는 비 예보, 감사원서 따져보니 46%

강찬수.박유미 2017. 8. 23.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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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6년 예보 적중률 조사
기상청선 적중률 대신 정확도 조사
갠날 많은 가을, 비안옴 맞힌 것 포함
지진경보 시간 일본 7초, 한국 27초

‘강수 예보 정확도 92%.’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비 예보가 빗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정작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강수 예보 정확도는 이처럼 늘 90%를 넘는다. 비 예보가 자주 빗나가는 장마철에는 이 수치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85% 수준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자주 틀리는 것 같은데 예보 정확도가 그렇게 높다는 게 이상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22일 감사원이 발표한 ‘기상예보 및 지진통보 시스템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보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동안 기상청에서는 비가 올 것으로 예보해 실제로 비가 내린 경우뿐 아니라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한 뒤 비가 오지 않은 날도 포함해서 예보 정확도를 산출해 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봄·가을·겨울에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하면 그 예보가 맞을 확률이 특히 높다. 이 때문에 연간 전체로 보면 정확도가 92%까지 치솟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감사원에서는 기상청에서 산출하는 ‘강수 정확도’ 대신 ‘적중률’을 따졌다. 적중률은 비가 온다고 예보하고, 그래서 예보대로 비가 내렸을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를 따진다. 반면 비가 오지 않는다고 예보를 했고, 그래서 비가 오지 않은 경우는 제외했다.

감사원이 2012~2016년 5년간 전국 244개 관측지점의 연평균 기준을 계산했더니 비가 온다고 예보했고 실제로 비가 온 경우는 3228회였다. 반면 비가 온다고 예보했으나 비가 내리지 않은 경우는 1965회였고,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가 비가 내린 경우도 1808회나 됐다. 둘을 합치면 3773회로 비 예보가 맞았던 수치를 훌쩍 넘는다. 이렇게 적중률을 분석하면 수치는 46%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기상선진국인 영국은 우리보다 12%포인트 가까이 높은 57.9%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적중률이 45.2%에 불과했다. 제대로 맞힌 경우가 절반도 안 되는 셈이다. 그만큼 기상청 예보를 믿었던 시민들로서는 불신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기상청 정해정 대변인은 “정확도나 적중률 계산 방식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앞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정확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산출 방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3월 20일부터 한 달간 기상청·기상산업진흥원·지질자원연구원·국립해양조사원 등 3개 기관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33건의 위법·부당 사항과 제도 개선 사항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8월 기상청이 폭염이 꺾이는 시점을 네 차례 늦춰 발표하고, 9월 경주 지진 발생 시 조기경보가 문자로 전달되는 데 10분이나 걸리자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 지진경보의 신속성이 일본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2015년 1월부터 지진조기경보 제도를 도입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예상되는 경우 지진조기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발령 조건은 ‘최소 15개 관측소에서 20번 이상 P파를 탐지하고, 20초 이상 지속될 때’로 잡았다.

반면 일본에서는 지진조기경보를 발령할 때 최소 2~6개의 관측소 정보만 사용해 신속성을 높인다. 일본은 지난해 발령한 7차례 지진특별경보에 평균 7.2초가 소요됐다. 우리나라는 평균 26.7초였다. 감사원은 “발령 조건을 8개 관측소 탐지로만 바꿔도 오보율에 큰 차이 없이 12~17초를 단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리안 1호, 기상 예측에 못 써보고 수명 다해

또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위성 1호에 수치예보에 필요한 기술이 제대로 탑재되지 않은 탓에 한반도 기상상황 예측에 전혀 쓰이지 못한 채 설계수명인 7년을 채운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내년 5월 발사 예정인 천리안위성 2호도 유사한 문제점이 있는 걸 발견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박유미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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