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조품' 덕종어보를 치워야 할 이유
[오마이뉴스 글:구진영, 편집:김지현]
▲ 문화재청이 "1471년 제작된 것"이라면서 반환받은 덕종어보. 알고 보니 1924년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모조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
ⓒ 문화재청 |
문화재 실태조사 및 반환 협상 과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문화재청은 공식 사과를 하지 않은 채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국립고궁박물관, 8월 19일부터)에 덕종어보 전시를 강행하고 있다. 덕종어보는 문정왕후어보·현종어보와 함께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문화재청의 '이상한' 해명... "재제작한 것도 공식 어보"
이번 특별전의 메인 전시품인 문정왕후어보와 현종어보는 지난 7월 초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반환된 문화재다. 덕종어보 전시 강행에 대해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는 "한미외교의 성과로 돌아온 진품 어보들과 함께 덕종어보를 전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지난 21일 덕종어보 전시 철거 요청서를 국립고궁박물관에 제출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18일 '덕종어보 모조품' 보도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문화재청은 "(재제작품이라 할지라도) 당시 순종이 어보 분실에 대해 염려해 경찰서장을 계속 불러 조사를 촉구(<동아일보> 1924. 4. 12.)했고 어보를 재제작해 정식으로 종묘에 위안제를 지내고 봉안(<매일신보> 1924. 5. 2)했으므로 '모조품'이 아닌 왕실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어보다"라고 밝혔다. 이어 "덕종어보는 1924년에 제작된 것이지만 친일파가 만든 이른바 '짝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 1924년 종묘 어보 분실 기사 동아일보 1924년 4월 12일자 기사로 순종이 어보를 잃어버려 초초해했다는 내용은 있으나 어보 재제작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없다. |
ⓒ 동아일보 |
또한 "종묘를 관리하고 있던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가 어보 분실의 책임을 지고 징계대상이 되었다, 어보를 제재작할 리 없다"는 국립고궁박물관의 해명도 다시 확인해봐야 할 사항이다. 당시 이항구의 징계는 '계고'(戒告)로 일종의 경고 조치에 머물렀다.
이항구는 1932년 '이왕직'(李王職) 차관으로 승격됐다가 장관까지 역임했다. 이왕직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 대한제국 황족 의전 및 관련 사무를 담당하던 기구다. 이왕직 장관은 대신급이었으나, 일본 궁내부 대신의 지휘를 받았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덕종어보, '구리 70% 이상 함유' '친일 제작소 제작'
▲ 이완용 가족 사진. 뒷줄 가운데 사람이 이항구다. |
ⓒ wiki commons |
<조선왕조실록>에 '고종실록'과 '순종실록'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의 대한제국 국권침탈 등의 기록에 왜곡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 실록은 1927년부터 1932년까지 조선총독부의 주도로 조선사편수회가 편찬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덕종어보의 경우도 일제강점기에 재제작돼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 2월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 지정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럼에도 박물관 측은 '일제강점기에 재제작된 덕종어보가 비록 문화재는 아니지만, 반출됐던 것을 환수했다는 데 의의를 두는 전시회'라면서 전시를 강행하고 있다.
덕종어보 전시 철회 그리고 문화재청장 공식 사과 있어야
▲ 김종진 문화재청장이 지난 21일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문화재제자리찾기에서 문화재 환수 일을 하는 사람으로 1924년에 제작된 어보가 1471년에 제작된 어보로 둔갑돼 대대적으로 홍보됐다는 사실에 매우 화가 난다. 동시에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변명만 하는 문화재청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재 환수는 '지금 이 시대'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 다음 세대가 해야 할 일이기에 그들에게 제대로 된 정신을 물려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재청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에서 덕종어보 전시를 철회하길 바란다. 또한 1924년 제작된 어보를 1471년 제작된 어보라고 홍보한 것에 대해 문화재청장의 공식 사과가 있길 바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