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본점이나 다른 은행 가보세요" 외국 동전 안 바꿔주는 동네 은행들

양모듬 기자 2017. 8. 2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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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대구에 사는 주부 박희경(59)씨는 얼마 전 집에 쌓여 있던 외국 동전을 원화로 바꾸려 동네 은행 5곳에 들렀다 허탕만 쳤습니다. 박씨가 들린 은행 지점 모두 "서울 본점에 가보라"며 퇴짜를 놓았습니다.

박씨가 외국 동전 수천 개를 들고 은행 방문길에 나선 것은 지난 2월 금융감독원이 앞으로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전국 모든 영업점에서도 외국 동전 환전이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발표 당시만 해도 외국 동전 환전이 가능한 곳이 KEB하나은행뿐이었습니다. 통상 동전을 환전하면 액면가의 50%에 해당하는 원화로 바꿔줍니다.

하지만 금융 당국 발표 이후에도 시중 은행 대부분이 외국 동전 환전을 꺼리고 있습니다. 14일 본지 인턴기자가 직접 서울 종로구·영등포구·동작구 일대의 은행 지점 10곳을 찾아가 "외국 동전을 원화로 바꾸고 싶다"고 해봤습니다. 그중 절반은 "본사나 다른 은행에서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동전을 바꿔주겠다는 5개 영업점도 "미국 달러화 이외에는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는 물론이고, 은행에 따라 스위스프랑, 캐나다달러, 영국 파운드도 환전해주겠다는 당초 발표와 다른 것입니다.

동네 은행은 '외국 동전을 원화로 바꾸면 원래 가격의 절반 수준만 돌려받으니 고객 손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은행이 외화 동전 환전을 기피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국 동전을 다루게 되면 은행이 보관과 운송 비용 전부를 감당해야 하는데 부담스럽다"고 했습니다. 고객에게 환전을 해준 외국 동전은 국내에서 소진되지 않으면 해당 국가로 수출하는데, 동전은 지폐보다 무거워 운송비·보험료 등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것은 기업의 속성이지만, 금융업은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금융의 본질은 '신용'입니다. 은행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면 그 존재 가치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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