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기술형 입찰'로 설 땅 잃은 중소 전기업체들

이우상 2017. 8. 22.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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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이 건설사업 등을 발주하면서 대기업만 응찰할 수 있는 기술형 입찰을 늘리자 전기공사 등 전문시공업체들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사 전체를 대형 건설사에 일임하면 공사관리가 수월하고 하자 시 책임 소재도 분명하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면 기술형 입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분리발주했다가 전기공사업체가 설계를 바꾸면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공사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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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관리 쉽다" 기술형 입찰 늘려
건설·전기 등 모든 면허 갖춘 대기업만 입찰 가능
"하도급 전락 .. 전기공사 등 분리 발주해야" 반발

[ 이우상 기자 ] 공공기관이 건설사업 등을 발주하면서 대기업만 응찰할 수 있는 기술형 입찰을 늘리자 전기공사 등 전문시공업체들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시공업체들은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 대기업의 단순 하도급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공공기관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공사비도 절감할 수 있다며 기술형 입찰에 적극적이어서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단순 시공도 기술형 입찰

지난달 27일 부산시청 앞에서는 전기공사업체 관계자 600여 명이 모인 궐기대회가 열렸다. 지난 6월 기술형 입찰 방식으로 대저대교 공사를 발주한 부산시를 규탄하는 시위였다. 참석자들은 “기술제안 입찰을 하면 낙찰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 세금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전기공사를 맡은 전문업체는 하도급으로 전락해 시공품질 저하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기공사법에 따르면 전기공사는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분리발주하도록 돼 있다. 공사비용이 300억원이 넘는 대형 공사이거나 성질상 전기공사를 분리할 수 없는 경우, 상징성 기념성 예술성이 필요한 공사 등에 한해 통합발주인 기술형 입찰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규정이 모호해 일반공사도 예술성 기념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술형 입찰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여러 공사를 하나로 묶어 사업 규모를 300억원 이상으로 키운 뒤 기술형 입찰을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지난해에만 별내선 복선전철 건설공사 등 대형 공사 17건이 기술형 입찰로 진행됐다”며 “평범한 아파트 공사마저 예술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술형 입찰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시공사 영세업체로 전락

업계에서는 기술형 입찰이 국내 전문시공업체를 영세업체로 전락시키는 주범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기공사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공사업체가 대기업의 하도급을 맡으면 적정한 공사비의 50%, 심하게는 15%밖에 받지 못하고 공사를 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인건비를 건지기 위해 공사단가를 낮춰 부실공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에 등록된 회원사 1만5000여 곳 중 90%가 연매출 10억원 이하 업체다.

한 관계자는 “물가 변동이나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용이 늘어나면 원도급업체가 하도급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원도급업체가 내야 할 원도급 근로자 보험료도 하도급업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특정 자재나 장비를 쓰도록 강제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입찰가율은 지난해 평균 90.3%를 기록했다. 국립중앙수목원 조성사업은 99.9%, 서울마포우체국 건립공사는 99.1%였다. 건설 대기업이 높은 입찰가율로 공사를 하면서도 하도급업체엔 인색하게 굴면서 이익을 독점한다는 것이다.

공사를 발주하는 공공기관들은 기술형 입찰이 장점이 많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사 전체를 대형 건설사에 일임하면 공사관리가 수월하고 하자 시 책임 소재도 분명하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면 기술형 입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분리발주했다가 전기공사업체가 설계를 바꾸면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공사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기술형 입찰

계약 상대자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공사 전체를 맡도록 하는 입찰 방식. ‘턴키’ 방식이라 부르는 일괄입찰 등이 포함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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