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3개월 만에 또 현대차 언급.. '지배구조 재편'속도내나

김보경 2017. 8. 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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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3개월만에 또 다시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를 거론하면서 증권가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논의중”이라며 현대차 측과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해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조만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개월만에 발언 어떻게 달라졌나

지난 21일 김 위원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그대로였다”며 “현대차그룹과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현대차그룹 역시 현재 순환출자 구조를 영원히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하룻밤 사이에 순환출자 문제를 단번에 해소할 순 없겠지만 현대차그룹도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순환출자가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승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고 현대차를 콕 짚었다. 다만 이때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는 (정책)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당시 김 위원장의 발언은 현대차를 순환출자의 상징으로 꼽아 압박하면서도 순환출자 해소를 법 개정이 아닌 공정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됐다. 그리고 3개월 후 발언은 현대차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을 외부에 알리며 현대차에게는 하루 빨리 방안을 내놓으라는 재촉의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현대차그룹은 3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공식적으로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지주사 전환 전망 꾸준히 제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8%를 보유하고,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3.8%를, 기아차는 다시 모비스 지분 16.9%를 보유하는 구조다. 정몽구 회장은 이 지배구조의 정점인 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지분 5.17%를 보유하면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지분은 현대차 2.28%, 기아차 1.7%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정 부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

가장 단순하고 확실할 방법은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 약 4조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23.3%)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11.7%)을 모두 팔더라도 4조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이러한 이유로 증권업계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를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3개 투자회사를 합친 ‘지주회사’를 세워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식을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2015년 11월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판 자금으로 현대차 지분을 매입한 것은 장기적으로 이러한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업계에서는 향후 현대차·기아차·모비스가 분할·합병할 때 오너 입장에서 지분확보 효과를 키우려면 사전에 규모가 큰 사업회사 지분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현대차 지분을 사들였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이 방식에 대해 “실제 합병 시점까지 총수일가 지배력에 공백이 생기고, 개별 3사의 주총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기도 했다.

이밖에도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가 지주사가 되고,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ㆍ엔지니어링 등 보유자산으로 현대차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 승계까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현대글로비스·이노션 일감몰아주기도 해결해야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또한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총수일가 지분 기준 현행 30%에서 20%로 낮추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총수 일가 지분율은 각각 30%, 29.99%로 현행 규제 기준에서 딱 맞춰 있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현대글로비스가 70.40%, 이노션이 79.90%로 각각 10조8151억원, 1조194억원에 달했다.

규제대상이 된다고 계열사 간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간 거래액 200억원 미만, 거래 상대방 매출의 12% 미만’이라고 명시된 요건을 맞춰야 한다. 결국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내부거래를 유지하려면 총수 일가 지분을 20% 규제에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의 지분 축소 등 문재인 정부의 압박과 현대차 당면과제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멀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보경 (bk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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