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개혁 한국만 제자리

남도영 2017. 8. 2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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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2일 의료계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정비와 전문가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신의료기술의 제도권 도입은 더욱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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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AI 등 혁신기술 속속 등장
기존제도 틀로 제품 평가 난항
미·유럽 등 산업화 기반 '박차'
궁극적으로 환자에 도움 초점
한국은 앞선 기술·인프라 불구
답보 상태.. 세계적 흐름 역행
미국 원격의료 기업 '아메리칸 웰'(American well)의 키오스크 서비스 모습 아메리칸 웰 홈페이지 제공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이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앞선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마련이 답보 상태다.

22일 의료계와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정비와 전문가 양성 등의 내용을 담은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FDA의 계획은 매우 혁신적이란 평가다. 주목받는 내용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에 대한 규제를 '제품'이 아닌 '개발사' 중심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다. FDA는 적절한 자격 요건을 갖춘 회사에 '사전승인'을 부여하고, 이들이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간소화된 인허가 과정을 적용할 계획이다. 사전승인을 받은 기업은 제품 출시 후 실제 진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정식 인허가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FDA는 우선 9개 기업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수행한 뒤 적용 범위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의료에 ICT를 융합해 질병을 예방하고 환자의 치료와 관리를 돕는 기술이다. 그동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기술 혁신 속도를 규제가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부터 인공지능(AI)까지 기존 의료 제품의 범주를 넘어선 새로운 혁신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기존 제도 틀로는 이런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상용화가 지체돼왔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화를 위한 기반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독일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인더스트리 4.0' 전략과 관련해 의료계 혁신을 뒷받침할 'E-헬스법'을 지난해 발효했다. 미래 의료시스템 구축을 위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이 법에 따라 독일은 원격의료 인프라 구축작업을 내년까지 마치고, 전자 의료보험 카드 활용법과 개인 데이터 보안을 위한 신규 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국은 원격의료를 활성화하고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연구성과의 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한 조세 혜택과 기업 인센티브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원격의료 허용 확대 등 규제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연구소장은 "이 같은 선진국의 흐름은 규제 기관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계 기술 혁신은 물론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규제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반대로 한국은 디지털 헬스케어 제도 마련이 제자리걸음이어서, 환자에게 돌아갈 혜택과 관련 산업의 성장이 원천적으로 가로막힌 상황이다. 10년 넘게 시범사업만 거듭해 온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은 정권이 바뀌면서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낙인찍혀 원점으로 되돌아갔고, 환자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비도 몇 년째 원론적인 수준에서 논의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신의료기술의 제도권 도입은 더욱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헬스케어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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