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은 아나운서가 최근 MBC를 퇴사한 동기 김소영 아나운서를 언급하며 눈물을 쏟았다.
'MBC 파업' 이재은

이재은 아나운서는 오늘(22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열린 MBC 아나운서 방송 및 업무거부 기자회견에서 최근 퇴사한 동기 김소영 아나운서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저의 동기는 누구보다 실력있고 유능한 아나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에서 갑자기 하차하게 된 이후로 무려 10개월 동안 방송을 할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제당했고 결국 떠밀리듯 회사를 나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년간 이렇게 11명의 선배들이 그토록 사랑하던 회사를 쫓기듯 떠나고, 11명의 선배들이 마이크를 빼앗기고, 마지막으로 내 하나뿐인 동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슬픔을 넘어 자괴감과 무력감, 패배감 때문에 괴로웠다. 나뿐 아니라 남아있는 아나운서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서 우리가 돌아갈 자리를 열심히 지키면 된다는 선배님 말씀대로 자리를 지키고 실력을 키우고 회사가 나아지길 기다리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도 전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무실 빈자리는 더 많아졌고 상처는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를 진행하는 동료 아나운서들은 늘 불안했고 마음 졸였다. 오늘 큐시트에는 어떤 뉴스가 있을까 두려웠다. 확신을 가지고 사실을 정해야 하는데 이미 방향이 정해져 있는 뉴스, 수정하고 싶어도 수정할 수 없는 앵커 멘트를 읽어야 했다. 언론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뉴스가 아닌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은 뉴스에 들어가게 될까봐 두렵고 무서웠다. MBC 뉴스를 하는게 자랑이고 명예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멍에가 되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지난 5년간 아나운서국에 남아있는 우리는 침묵하며 지냈다. 방송 뿐 아니라 아나운서국 안에서도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었다. 후배 PD의 부당한 해고조치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던 아나운서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섭외가 들어오는데도 방송하지 못하고 벽만 보고 있다 떠나야 했던 내 동기 김소영 아나운서"라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그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웠다. 다음은 나일까, 아니면 내 옆 자리에 있는 선배님일까. 정당하게 할 수 있는 말들도, 사소한 의견 개진도, 건전한 비판도 할 수 없었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는게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재은 아나운서는 "늦었지만 우리가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방송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할 수 있는 일이 이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이상 그 누구도 떠나는 모습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없다. 우리가 언제 다시 마이크 앞에 설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어쩌면 다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선배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드라마 소품실이나 스케이트장 관리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이상 겁내지 않겠다. MBC 아나운서들이 온전히 제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27명의 MBC 아나운서들은 지난 18일부터 총파업에 합류했다. 이들은 당일 오전 8시부터 모든 업무를 중단했다. MBC 아나운서국 소속 8인과 계약직 11명은 MBC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신동호 MBC 아나운서 국장,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배현진, 2012년 MBC '런던올림픽 특집 뉴스데스크' 진행 당시 '모자 패션'으로 화제가 됐던 양승은을 비롯한 이들은 파업에서 빠졌다.

사진.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