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개 잉글랜드 프로축구단만 출전하는 잉글리시 풋볼리그(EFL) 컵대회 대진 추첨식이 현지시간으로 새벽 4시15분 열리기로 결정돼 잉글랜드 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풋볼리그 사무국은 “오는 24일 새벽 4시15분에 리그컵 3라운드 대진 추첨을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장소는 사전에 공표된 대로 중국 베이징이다.

리그컵은 이번 시즌부터 3년 동안 태국 그룹 카라바오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다. 카라바오는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 제작업체다. 카라바오는 태국, 중국 등에서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아시아 지역이 낮인 이 시간대에 대진 추첨식 개최를 요구해 성사시켰다. AP통신은 “카페인 음료 회사 입장에서는 절묘한 홍보방안”이라며 “커피 등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새벽까지 버텨야만 대진표를 곧바로 알 수 있게 됐다”고 약간 비꼬았다.

지난 6월 1라운드 대진 추첨식은 태국에서 열렸다. 당시 중계가 됐지만 그래픽에 실수가 많았고 중계 상태도 좋지 않아 논란이 됐다. 그런데 이번 3라운드 추첨은 TV중계조차 없다. 잉글랜드 팬들의 불만이 이전보다 고조되는 것은 당연했다. AP통신은 “풋볼리그가 프리미어리그 등을 따라잡기 위해 스폰서 확보, 티켓 판매 등에 노력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번 추첨식은 아시아 스폰서에 맞춰 춤을 추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풋볼리그는 “추첨시간 등에 대해 모두가 동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영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리그컵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7곳에 중국 자본이 유입됐고 엄청난 해외 중계권료가 중국에서 나오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잉글랜드 축구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그컵은 이전에 주류회사 칼링, 금융업체 캐피탈원 등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고 이름도 칼링컵, 캐피탈원컵으로 불렸다. 캐피탈원이 2015~2016시즌을 끝으로 스폰서를 그만두면서 지난 시즌에는 스폰서 없이 대회가 치러졌다. 지난 3월 카라바오가 스폰서를 맡으면서 대회 명칭도 ‘카라바오컵’으로 바꿨다. 리그컵은 프리미어리그 20개 팀과 2~3부 리그 72개 팀 등 총 92개 프로팀이 출전해 우승을 다툰다. 우승 팀에게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준다. 지난 시즌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