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되지만 아이는 안됩니다

2017. 8. 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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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서울 망원동·연남동 매장 55곳 중 20곳은 유모차 거부 또는 가려받는 노키즈존···
소비자 우선주의·독특한 평등주의·엄마혐오 뒤섞여 차별로 드러나

논란이 시작된 것은 3년 전이었다. 2014년 여름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낯선 공간이 한국 사회에 알려지면서다. 아이의 출입을 막는 카페를 두고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당시는 여러 일들이 맞아떨어진 시점이었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엄마들의 행동이 온라인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음식점에서 뛰어다니던 아이에게 뜨거운 물을 쏟은 종업원과 사장이 4천여만원(과실 70%)을 물어주라는 법원 판결로 ‘음식점만 억울하다’는 여론도 끓었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논란은 여전하다. 오히려 그 낯선 공간은 우리 일상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아이를 막는 장소는 카페나 음식점에서 펜션·가구점으로 확대됐고, 출입을 거부당하는 아이 나이는 5살에서 13~16살까지 늘어났다. <한겨레21>은 한국 사회에 노키즈존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모차를 직접 끌고 서울 마포구 망원동·연남동 일대 카페와 음식점 등 55곳을 방문했다. 이 지역에서 노키즈존을 선언한 사장님, 노키즈존을 선호하는 소비자, 노키즈존에 가로막힌 엄마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이 털어놓은 사연 속에 ‘소비자 최우선’ ‘맘충’(엄마+벌레) ‘피해’ ‘짜증’ ‘공포’ 같은 부정적 말이 넘쳐났다. 이 단어들을 엮어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이유, 그럼에도 이를 간단히 받아들여선 안 되는 이유를 찾았다. _편집자
우리 사회에선 엄마와 아이가 카페에서 함께 시간을 보낼 여유는 잘 허락되지 않는다. <한겨레21> 교육연수생 4명이 유모차를 끌고 서울 마포구 연남동과 망원동의 ‘노키즈존’ 실태를 살폈다. 정용일 기자

“아이, 들어가도 되나요?”

유모차를 밖에 세워둔 채,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 물었다. 금요일 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승차 거부를 피하려 택시기사에게 목적지를 자진 신고하는 것처럼. 매장 사장이나 직원은 먼저 표정으로 답했다. 대답은 크게 세 가지다. 단호하게 고개를 젓거나, 당황하는 얼굴로 잠깐 생각에 잠기거나, 망설임 없이 환하게 웃거나.

10번에 4번은 머뭇거렸다

서울 마포구 일대 노키즈존 현황
서울 마포구 일대 노키즈존 현황

아무런 제한 없이 유모차가 매장에 들어선 경우는 10번에 6번꼴이었다. 나머지 4번은 유모차가 매장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매장의 ‘룰’을 따라야 입장이 가능했다. 지난 8월8일 <한겨레21>이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경의선 산책길) 동쪽과 망원동 ‘망리단길’, 망원시장 주변의 카페나 음식점 중 임의로 선택한 55곳을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노키즈존 여부를 직접 확인한 결과다. 연남동과 망원동은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핫한’ 소비 지역인 동시에, 젊은 엄마나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나올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주택가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노키즈존의 실태를 파악하는 데 적합한 취재 장소라고 판단했다.

이 지역에서 ‘우리는 노키즈존’이라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공지한 매장은 2곳이었다. 망원동의 한 카페는 입구에 ‘어린이 동반 입장 불가’라는 안내문을 써붙여 놓았다. 그러나 입장 불가한 어린이 기준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다”고 사장은 말했다. 아이는 들어갈 수 없는 매장이지만, 반려동물의 입장은 가능하다. 유모차가 건너지 못한 출입문 안쪽에서 대형견 한 마리가 손님 곁 바닥에 앉아 쉬고 있었다. 같은 지역 또 다른 카페의 안내문은 더 완강했다. “14세 미만 어린이의 출입을 금합니다. 절대 출입할 수 없습니다.”

입구에 별도의 안내문은 없었지만 사장이나 직원이 구두로 노키즈존임을 밝힌 매장은 4곳이었다. 이 중 2곳은 “저희는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했고, 다른 2곳은 “아이가 많이 우나? (그러면) 아이들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달라” “아이가 불편해할 거다”라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면서도 아이의 입장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조건’을 달아 제한적 입장을 허용하는 매장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손님에게는 사실상 노키즈존인 곳이다. 가장 흔한 유형은 ‘아이 총량 제한’이었다. “(일행 중) 유모차 두 대까지만 된다” “아이가 너무 많으면 곤란하다”는 식이다. “주말에도 가능하지만 손님이 많으면 (좀 그렇다)” “낮엔 얼마든지 들어와도 되지만 밤에는 좀 힘들다”는 식으로 ‘시간대 제한’을 두기도 했다.

“아이도 1메뉴” “유모차 입장 불가”

때로 ‘아이의 성향’도 조건에 들어갔다. 연남동의 한 카페는 “아이가 혹시 산만한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 다칠 만한 곳이 많아서 (아이를) 컨트롤(통제)할 수 있으면 괜찮은데 저희가 책임은 못 진다”고 잘라 말했다. 이 밖에 “아이가 한 자리를 차지하면 메뉴를 시켜야 한다”며 ‘1인 1메뉴’임을 강조하거나, “아이는 인원 상관없이 입장할 수 있지만 유모차는 입장 불가능하다”며 ‘유모차 불가론’을 내세우는 곳도 있었다.

물론 조사 대상 가운데 절반 이상의 가게는 “괜찮으니 들어오라”며 아이들을 반기거나, 처음에는 살짝 당황했다가도 이윽고 유모차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줬다. 이번 조사는 한계도 있었다. 조사 지역이 연남동·망원동으로 한정됐고, 조사자 2명이 유모차 2대를 끌고 함께 매장에 입장하기로 했지만, 조사자가 사장이나 직원에게 “밖에 아이가 더 있다”는 식으로 추가 질문을 던지는 등 실험 변수가 완전히 통제되지 않았다.

매장들에도 사정이 있다. 망원동에서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김대영(가명)씨는 “매장이 협소해 불가피한 조처”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오면 편하게 있을 수도 없고 유모차가 들어오면 가게가 좁아서 통행이 힘들고요. (노키즈존이라) 불쾌해하는 분들에게는 제가 문 앞까지 가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요.” 그의 말처럼 연남동·망원동 매장들은 테이블이 적게는 2~3개, 보통 10개 미만일 정도로 규모가 작은 곳이 대부분이다.

규격화된 분위기의 매장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들과 달리, 이 지역엔 좁은 터에서 오밀조밀하고 특색 있는 공간을 꾸려가는 독립적인 자영업자가 많다. 일부 자영업자는 애초 의도한 매장의 분위기 유지를 가장 중요한 영업 전략으로 삼고 있다. 연남동 카페 사장 박지수(가명)씨는 “빈티지한 가게 이미지를 손님들이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석 달 전 매장을 열 때부터 미취학 어린이와 초등학생은 물론 애완동물의 입장과 디지털 기기 반입도 제한하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인근에 또 다른 카페를 연 하윤수(가명)씨 역시 처음부터 노키즈존을 계획한 적은 없지만 “아이가 다쳐도 책임은 못 진다”는 조건에 동의한 손님만 받는다. “아이가 산만하게 돌아다니면 다른 분들한테 피해가 가고, 그러면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장들이 말하는 여러 사정엔 교집합이 있다. 아이가 매장에 들어올 권리보다 다른 손님들이 조용한 공간 또는 매장 고유의 분위기를 즐길 권리가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다. 매장에서 돈 쓰는 소비자들이 그러길 원한다고 말한다. 40대 서은정(가명)씨가 노키즈존을 선호하는 것은 “내 시간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다. “예전에 음식점에서 젊은 부부가 아이에게 음악이 크게 나오는 휴대전화를 쥐어주고 밥만 먹길래 ‘소리 좀 줄여달라’고 말했어요. 소음에 예민한 편이기도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시끄러운 아이, 이를 통제하지 않는 부모의 태도를 보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노키즈존은 ‘소비공간에선 구매력을 지닌 소비자의 권리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소비자 우선주의 명제가 가장 강력하게 분출되는 공간인 셈이다.

노키즈존은 ‘노맘충존’이다

매장 입구에 ‘노키즈존’ 안내문을 내건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카페들. 김지혜 교육연수생

이런 욕구는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는 딩크족(의도적으로 아이를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에게서 가장 명확히 관찰된다는 주장이 있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비혼족·미혼족에게는 서울 홍익대 주변이나 연남동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쉽게 말해 ‘소비자 민주주의’다. ‘내 능력으로 내 특권을 누리는 건 당연하다’는 한국 특유의 평등주의도 깔려 있다. 이러한 마음들이 만나 (노키즈존 같은 일종의) ‘갑질’ 문화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엄마와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키즈카페뿐이다.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아이가 (스스로) 소비 주체가 되는 키즈카페 같은 곳이 아니라면 전혀 환영받지 못해요. 아이도 돈을 써야만 환영받아요.” 4살 아이를 둔 이진화(36)씨가 말했다. 물론 모든 비혼족·미혼족이 노키즈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20대 미혼인 박느긋씨는 “나도 어릴 때 엄청 까불었지만 그렇다고 식당에서 내쳐지지는 않았다. 무작정 못 들어오게 하면 아이들은 어디서 식사 예절을 배우고, 어디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겠나”라고 했다.

노키즈존에 가로막힌 엄마들은 서글프다. 제주에 사는 이진영(26·가명)씨는 5살 아이와의 동반 입장에 여러 번 실패했다. 이젠 아이와 외출하기 전 인터넷을 뒤지거나 전화를 걸어 아이와 동행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그러다 보름 전 우연히 들른 한 카페에서 노키즈존 안내문을 발견하고 말았다. 남편과 아이를 밖에 세워둔 채 음료를 사서 가게를 나섰지만 “나와 내 아이를 거부했다”는 서운함이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엄마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독박육아’를 강요당하는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공간은 집 근처 카페나 음식점을 제외하면 대형마트, 백화점, 키즈카페가 전부다. 한국의 도시 구조는 유모차를 미는 엄마들이 다른 사람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을 만한 장소를 찾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하지 않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2015년 발표한 논문을 보면, 유모차를 사용하는 영·유아 양육자 240명은 △대중교통 편의성 △보행로의 품질 △건물·시설 접근성 등 ‘유모차 통행 환경’에 대해 5점 만점에 불과 1.52점을 줬다. 당시 이 연구를 수행한 오성훈 연구위원은 “유모차를 동반한 외출에서 육아 전담자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결국 그의 사회적인 고립감과 제약감 등을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처럼 금기의 장소가 늘어난다면 엄마들은 집에 틀어박혀 산후우울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엄마들이 노키즈존 앞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자신을 향한 혐오다. 2014년부터 ‘낭낭한 재연맘’(아이와 함께 먹기 위해 자장면을 넉넉하게 달라고 요구한 엄마)을 비롯한 민폐 엄마들의 행동이 온라인에서 조롱 또는 공격을 받기 시작했고 이를 구실로 노키즈존도 하나둘 확산됐다. 급기야 이듬해에는 공공장소에서 개념 없는 행동을 하는 엄마에게 ‘맘충’(엄마+벌레)이라는 혐오 수식어가 붙었다. 이때부터 노키즈존은 맘충을 징벌하고 퇴치하는 수단으로 본격적으로 언급됐다. 엄마들에겐 노키즈존이 ‘노맘충존’으로 읽히는 이유다.

혐오 부추기는 미확인 목격담

최근 온라인에선 ‘맘충 인증 놀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회맘충 중 보스급’ ‘진성 맘충’ ‘맘충이 또 해냈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온갖 목격담과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이들은 맘충의 유형도 구분한다. 파스타 매장에서 된장국이나 서비스 음식을 달라고 요구하는 ‘해주세요 맘충’, 아이가 매장을 소란스럽게 뛰어다니게 놔두는 ‘애방치 맘충’, 매장에서 적게 시키고 오래 앉아 있는 ‘전세낸 맘충’ 등이다. 전체 엄마를 맘충이라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고 소수 엄마의 극단적 행동만 비판하자는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전반적인 혐오 분위기를 꺾기엔 역부족이다. 이택광 교수는 “사회에 진출해 가정을 이루려 하지 않는, 혹은 구조적으로 그럴 수 없는 1인 가구들이 이런 용어를 장려하고 있다. 여성혐오이자 엄마혐오이지만 그 밑에는 능력주의가 굉장한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와 거부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맘혐’ 앞에선 모든 곳이 노키즈존이다. 지난 4월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는 강아름(36·가명)씨는 4살 아이와 함께 한국행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는 10시간 내내 긴장을 놓지 못했다. 아이가 엄마에게 말이라도 건네면 뒤에서 “아이가 떠드는데 가만히 내버려두냐”는 중년 남성의 호통이 들려왔다. 승무원도 “아이를 조용히 시켜달라”고 자꾸 요구했다. “해외 항공사를 이용할 때는 그런 말을 전혀 들은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떤 지인은 아이 데리고 탈 때 한국 사람이 많이 타는 대한한공 직항 노선 대신, (오래 걸리는) 해외 항공사 경유 노선을 탄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노키즈존은 차별적 공간이다. 영업 방침을 정할 사장의 자유, 대가를 지급한 시·공간을 방해받지 않을 소비자의 자유, 타인을 싫어할 개인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이들에게 소수자를 거부·분리·배제할 권리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과)는 “유흥업소 등 어린이의 출입금지가 정당화되는 사유가 있지 않은 한 소수자 특성을 지닌 특정 연령대의 출입을 집단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조용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이라면 시끄러운 아이나 부모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방법을 찾는 게 맞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아이들을 전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차별로 쾌적함 추구하는 세대가 자란다면

물론 흡연실처럼 키즈존, 금연실처럼 노키즈존을 따로 두는 ‘구별’은 차별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금연실이 늘어난다고 흡연자를 차별하는 사회적 흐름이 더 세질 가능성은 낮지만, 노키즈존이 늘어나면 아이나 엄마에 대한 차별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 저자인 손희정 문화비평가는 노키즈존으로 선뜻 발을 내딛기 전에 이런 물음표부터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차별을 통해 쾌적함을 추구하는 노키즈존이 당연시 여겨지는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 뭔가를 결정할 때가 올 거다. 그때 서로 불편을 감수해가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가 아니라, 간편하게 불편을 제거하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까.” 우리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불편’이 될 수 있으므로.

아이 다음은 청소년·장애인
약자 배제하는 ‘노○○존’
어디까지 확산될까. 소수자나 약자를 밖으로 밀어내는 차별의 공간은 ‘노키즈존’만이 아니다. 지난 7월 초 부산 도심 한가운데 ‘노틴에이저존’(청소년 출입금지 매장)이 등장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최근 들어 근방의 중·고등학생들이 매장에 방문하여 직원들에게 흡연, 바닥에 침 뱉기 등의 무례한 언행뿐 아니라 일삼아 매장 방문을 거부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매장 입구에 붙여놓았다. “방문하셔도 받지 않습니다” “방문하셔서 신분증 검사하는 일이 생겨도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경고글도 달려 있었다. 안내문 갈무리가 온라인에서 ‘노급식존’ ‘노스쿨존’이란 이름으로 입길에 오르자, 해당 매장은 보름 만에 안내문을 내렸다. 노틴에이저존도 노키즈존과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에 대한 조롱과 공격이 차별로 이어진 예다. 우리 사회에서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없는 존재로 취급받아온 청소년도 ‘맘충’ 같은 혐오표현에 시달려왔다. 과거 ‘등골브레이커’와 ‘중2병’이라는 표현은 최근 ‘급식충’(사회에 기여도 안 하면서 무상급식 수혜를 받는 집단 비하), ‘룸나무’(룸살롱과 꿈나무의 합성어로 짧은 치마를 입거나 화장하는 여성 청소년 비하)로 대체됐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의 치이즈 활동가는 “노틴에이저존은 몇몇 청소년의 잘못을 빌미로 청소년을 손쉽게 차별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초등학생 입장을 막는 서울 강남의 PC방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초딩’은 PC방에선 ‘초글링’으로 불린다. 초딩이 떼로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모습이 <스타크래프트> 저글링과 닮았다고 비하하는 표현이다. 장애인도 거부의 대상이다. 지난해 서울 마포구의 레스토랑이 청각장애인의 예약을 거절하고, 서울 송파구의 SPA 업체가 전동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의 출입을 막았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을 지낸 김원영씨는 “노키즈존 논란이 드러낸 것은, 자기통제를 잘하지 못하고 철저한 상호작용의 규율을 준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점차 공적 공간에서 배제하려는 강력한 흐름”이라며 “이제 우리는 공적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차별금지법을 도입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김보현·김지혜·류석우·윤수현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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