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력수준 낮아"..주민 '유령 취급' 발전소 건립계획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입력 2017. 8. 22. 06:04 수정 2017. 8. 2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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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의 역습 ④] 27년 전 '황당한 보고서' 입수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역량을 '탈원전'에 집중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함께 꼽혔던 '탈석탄' 논의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현재도 곳곳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새로 들어서고 있고 추가로 9기가 더 건립될 예정이다. 값싼 석탄화력에 더욱 중독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석탄화력은 대기와 토양 등에 오염을 일으켜 인류과 지구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중금속 미세먼지, 비산 석탄재, 야간 소음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경우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CBS노컷뉴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경남 하동 화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의 피해사례를 소개하고 문제의 발단과 해결해야 할 과제 등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 주민 5%가 암환자…중금속 날리는 '발전소 마을'
② 옥상에 쌓인 '검은가루'…코앞 발전소와 무관?
③ 굉음에 잠못드는 '발전소마을'…소음조사 조작의혹까지
④ "학력수준 낮아"…주민 '유령 취급' 발전소 건립계획
⑤ 횟집아줌마VS화력발전소…"계란으로 바위치기"
경남 하동 화력발전소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경남 하동 화력발전소가 1990년 건설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인근 마을을 통째로 누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금속 초미세먼지와 마을에 쌓인 '검은 가루'부터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는 소음과 빛 공해까지, 주민들을 준공 당시부터 '없는 사람' 취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코앞' 명덕마을 누락…결국 8기까지 확장

CBS노컷뉴스가 단독입수한 '하동화력발전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발전소와 인근 주거지역과의 거리가 1km 이상이므로 발전소 가동에 의한 전파장해는 없다"고 적혀 있었다.

이 문서는 1호 발전기 준공 전인 지난 1990년 2월 한국전력이 생산한 것으로 해당 글귀는 '환경에 미칠 주요영향' 단원의 '생활환경' 면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당시 발전소 반경 1km 이내에는 명덕마을(347명)과 가린마을(268명) 등 주거지역이 이미 형성돼 있었다. 보고서는 이 마을들을 통째로 누락한 셈이다.

가린마을의 경우 이후 사람들이 대부분 떠났으나 아직 400여 명이 살고 있는 명덕마을의 경우 발전소로부터의 거리가 가깝게는 200m에 불과하다. 퇴근시간을 알리는 발전소 내부 방송이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가깝다.

이렇게 만들어진 발전소 단지에는 당초 4호기까지 세우겠다던 약속과 달리 2009년 8호기까지 세워졌다. 현재는 국내 전력의 5%를 생산하고 있다.

명덕마을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전미경(52) 대표가 옥상에 쌓인 '검은가루'의 발원지로 마을 인근의 석탄야적장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김광일 기자)

◇ "유령 취급…이럴 수 있나" 분통

황당한 소식을 뒤늦게 접한 명덕마을 주민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성면 '토박이' 추자곤(67) 씨는 "지금도 명덕마을에는 주민 400명이 살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아예 존재가 없는 사람으로 돼버렸다"며 "도대체 이럴 수가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덕마을 피해대책위원회(대책위) 대표를 맡은 전미경(52) 씨는 "발전소 측은 우리를 유령취급 해놓고 이제 와 '30년 전의 일을 어떻게 알겠냐'고 발뺌하고 있다"며 "흙수저인 주민들을 무시하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못 배운 사람들?'…교육수준까지 운운

보고서에는 또한 "본 지역의 교육수준은 전국의 타 농어촌지역과 마찬가지로 대체로 낮은 편"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이상의 각급 학교에서 재학중이거나 교육받은 적이 있는 자'가 전국 평균과 경상남도 평균보다 적은 수준을 나타냈다고 비교했다.

이를 두고 주민들을 조직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못 배운 사람들'로 판단해 의도적으로 무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혈액암 투병중인 명덕마을 주민 도경숙(54) 씨.

추 씨의 경우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에 우리가 교육까지 그렇게 생각할 수가 있었겠느냐"면서 "자기들이 우리를 갖다가 교육수준이 높다 낮다 평가할 수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을 안에서도 발전소와 더 가까운 쪽에 사는 도경숙(54) 씨는 "옛날 사람들은 지식이 없어 얘기도 제대로 못 하고 당했지만 이제는 당하고 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발전소와 악착같이 싸워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팀장은 "다른 지역의 발전소도 이런 식으로 발전기를 늘려왔다"며 "석탄화력발전소는 지난해 6월 이후만 해도 11기가 국내에 지어졌으며 추가로 9기가 더 들어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ogeera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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