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노믹스, 임대료를 잡아라] '갓물주'와 '세입자의 눈물'

김노향 기자 2017. 8. 2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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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하는 시대다. 임금은 제자리걸음이고 은행이자도 물가상승률보다 낮지만 부동산임대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탓이다. 이런 부동산임대료에 문재인정부가 메스를 들이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주택임대차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의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 반시장적 규제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가 오히려 임대료를 폭등시킨 해외사례도 들먹인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세입자 보호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편집자주>

# 프랜차이즈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요즘 건물주를 마주칠 때마다 가슴 졸인다. 재계약 시 월세 인상은 각오한 상태지만 최근 손님이 늘자 건물주가 “손해보면서 건물 장사한다”는 말을 자주 해서다. 박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위기라지만 우리 가게는 직원에게 높은 급여를 주는 편인데 그래도 매출증대에 도움이 된다”며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건 직원 월급이 아니라 급등하는 임대료”라고 토로했다.

# 셀 수 없이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이 몰려드는 서울 강남의 오피스빌딩. 최근 오피스빌딩의 공급과잉이 심해지면서 빈 사무실이 속출하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강남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세입자에게 인테리어비 등을 지원하면서도 시세 하락을 막으려고 임대료를 낮추는 건 기피한다”며 “빈 사무실이 많지만 공실을 감수하고도 임대료는 낮추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조물주 위 건물주’, ‘갓물주’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에 ‘건물주’가 등장한 지도 오래다. 경제성장은 더디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지만 도심의 괜찮은 빌딩 한채만 가지면 평생 써도 남을 월세가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온다. 그 빌딩을 자식의 자식세대까지 물려주면서 부의 승계가 이뤄지는 이면에 세입자와 자영업자의 눈물이 있다.
/사진=김창성 기자

◆'갓물주 불로소득' 논란

내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산업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역대 두번째로 높은 인상률인 데다 두자릿수 인상은 11년 만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최대 피해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 음식점, 카페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며 산업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임대료 횡포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자 임금상승률이 지난해 3.3%로 낮았고 물가상승률도 2%대로 자영업 환경 자체가 악화됐지만 임대료만 오른다는 것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상권 발달로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이 떠나는 현상) 지역으로 꼽히는 용산 경리단길의 인기있는 상가임대료는 월 250만∼350만원 수준이다. 경리단길에서 15년 동안 음식점을 운영한 A씨는 “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월세가 10%씩 올랐다”며 “같은 건물 세입자들은 모두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2~3년 사이 월세가 20∼30% 오른 곳도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2015~2017년 경리단길 상가임대료 상승률은 10.16%에 달했다.

또한 여신금융협회와 한국갤럽이 500개 영세가맹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영상 어려움의 원인으로 경기침체(57.2%)와 임차료(15.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처럼 ‘부동산임대소득=불로소득’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부동산임대업에 뛰어드는 청년층도 늘었다. 국세청 조사 결과 지난 5월 말 30세 미만 부동산임대업자는 1만6135명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19.2% 증가했다. 50세 이상 부동산임대업자는 47만8132명으로 전체의 29.8%를 차지하지만 증가율은 7.0%에 그쳤다. 30대와 40대 증가율도 11.9%와 9.8%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사진=머니S DB

◆반시장 논란 극복할까

문재인정부는 임대료 규제에 적극적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재계약 시 주택임대료를 5%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추진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상가임대료 인상률을 현행 9%보다 낮추겠다고 밝힌 상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료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으로 초기 인상률 상한선은 12%였다. 정치권이 상가임대료 상한선을 주택과 같은 수준인 5%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시장의 반발이 거세다. 부동산임대료 규제는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저성장과 저금리, 은퇴 이후 소득공백으로 경제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상가주택 등이 노후대비 부동산투자로 각광받는 추세여서 상가주인들의 반발도 심하다.

임대료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해외의 부작용을 명분으로 삼기도 한다. 독일과 영국 등 세입자 보호가 잘돼 있는 선진국 중에는 강력한 임대료 규제가 시행되는데도 임대료 상승률이 오히려 높아진 사례가 있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기업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역시 올 1분기 서울 대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14.1%로 전년대비 1.3%포인트 올랐지만 도심 임대료는 3.3㎡당 9만3000원으로 15% 상승했다.

프랑스 파리는 1940~1970년대 우리보다 일찍 산업화를 겪으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났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보호로 가난한 상인과 예술가들이 도시를 지킬 수 있었다. 파리시는 임대료를 규제하는 대신 민간에 부동산운영을 위탁하고 상인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했다. 정부가 제공하는 건물임대료는 주변시세의 3분의1 수준으로 상인과 예술가들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상가용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금지해 상인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쳤다. 2006년 파리도시계획에 이런 내용이 잘 담겨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이 개발되며 임대료가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02호(2017년 8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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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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