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르포]한 박스에 10만원 '金추'..밥상물가, 쉼없이 치솟네

김정남 입력 2017.08.2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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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집계 7월 신선식품 생산자물가 급등
"갈수록 여름 채소류 녹고 썩어..잘 안 팔린다"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동부시장의 한 채소노점 앞이 썰렁하다. (사진=김정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동부시장. 이곳에서 조그만 채소노점을 하는 60대 문모(여)씨는 요즘 한숨이 부쩍 늘었다.

문씨는 지난 6월만 해도 4㎏짜리 상추 한 박스에 3만원대에 팔았다. 가격이 급등한 것은 지난달(7월)부터였다고 한다. 몇 주 전에는 한때 10만원에 육박했다. 문씨는 “요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아서 상추가 얼지는 않는다”면서도 “여름에는 전보다 더 잘 녹고 썩는 것 같다. 갖다 놓아도 사가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상추만 그런 게 아니다. 문씨는 보통 다섯개에 2000원정도 하던 오이를 2~3주 전에는 한개에 1000원에 팔았다. 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그는 “오이는 모양이 꼬부라진 것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 회현역 인근에서 30여년째 김밥을 팔고 있는 최모(75·여)씨도 여름나기가 고달프다. 김밥의 주재료 중 하나인 시금치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른 오후 만나본 최씨는 출렁이는 시금치값을 원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요즘 시금치가 너무 비싸지만 다른 걸로 대체하지 않고 그대로 만든다. 단골 장사니까 타격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면서도 “시금치 가격이 올랐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매출액이 두 배 정도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추 갖다놔도 안 사가요”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폭우와 폭염에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7월) 생산자물가지수 중 신선식품 부문은 전월 대비 7.1%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9월(10.5%) 이후 10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16.3% 올랐다. 지난 1월(19.5%) 이후 최고치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국내 시장에 처음 출하할 때 가격을 조사해 지수로 만든 지표다. 지수에 포함된 상당수 품목의 첫 공급가는 여러 유통 단계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일부 영향을 준다.

신선식품의 경우 농축수산물 등 중에서 가공하지 않은 품목을 말한다. 지난달 전월 대비 257.3%나 급등한 상추가 대표적이다. 기자가 만나본 문씨의 푸념처럼 요즘 상추는 ‘금(金)추’로 불릴 정도다.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채소 코너를 맡고 있는 40대 이모(여)씨는 “통상 휴가철에 상추를 많이 사가곤 한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상추 대신 먹으려는 것인지 파채가 완판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상추뿐만 아니다. 지난달 시금치 가격도 무려 188.0% 뛰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채소가게 B식품을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원래 시금치 한 단에 2000원 정도에 팔았다가 4000원이상 급등했는데, 그 이후로 요즘은 아예 들여오지 않는다”면서 “너무 비싼 데다 쉽게 물러지기까지 해서 사람들이 사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이와 배추 가격도 각각 167.6%, 97.3%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폭염과 폭우가 기승을 부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공산품과 전력·가스·수도 분야의 생산자물가가 하락했음에도 전체 생산자물가지수(101.84·0.1%↑)가 5개월 만에 반등한 것도 채소 가격의 급등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 엎친데 덮친격

더 우려되는 건 이번달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이미 밥상물가는 들썩이고 있다. 비싸더라도 계란 대신 메추리알과 오리알을 찾는 기류가 대표적이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폭염과 폭우 등으로 인해 생활물가가 많이 올랐다”면서 “부분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번주 말과 다음달 들어가면서 일시적 요인에 의한 가격 급등세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또 주목할 만한 게 여름휴가철 물가다. 휴양콘도 가격은 6월 대비 21.5%나 급등했다. 국제항공여객과 호텔 가격도 전월과 비교해 각각 9.8%, 9.7% 상승했다. 한식(0.2%↑) 도로화물운송(0.4%↑) 카드가맹점수수료(0.7%↑) 등 다른 서비스업 분야의 생산자물가보다 그 상승 폭이 훨씬 더 컸다.

지난달부터 여름 휴가가 본격화하면서 이용객이 몰린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