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에 집단 반발하는 당첨자들

장상진 기자 입력 2017. 8. 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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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딸 아이에게 방 한 칸 따로 마련해주고 싶어 조그만 아파트에 청약했는데, 70대 노부모님 모시는 단독주택 한 채가 있다는 이유로 잔금 대출이 안 나온다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지난 20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8·2 부동산 대책 소급적용은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그러자 하루 만에 1300여명이 댓글을 달면서 이 청원에 동참했다. “나이 50에 셋방살이 한번 면해볼까 했더니 ‘8·2 대책’ 소급 적용으로 대출이 막혀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다”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먹을 거 안 먹고 모은 계약금 8000만원 좀 구제해달라” 등 절절한 사연이 이어졌다.

특히 이번 대책 이전에 분양 계약을 맺었다가 대책 후폭풍으로 대출이 축소되거나 완전히 막힌 당첨자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청원과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일부 청약자, 수천만~억대 계약금 날릴 위기

‘8·2 대책’에 대한 원망이 가장 큰 계층은 아파트 추첨에 당첨돼 계약금을 냈지만, 중도금 대출이 확정되지 않은 단지 다(多)주택자들이다. 여기에는 기존에 집이 ‘한 채’ 있는 사람도 포함된다. 정부는 ‘8·2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세종시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40%로 낮췄고, 특히 서울 강남구 등 ‘투기지역’ 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을 ‘1가구 1건’으로 제한했다. 기존 자가(自家)가 있고,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낸 사람은 당첨된 아파트 중도금 대출을 원칙적으로 받지 못하게 했다.

현장에서는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동구 고덕센트럴푸르지오의 경우, 전체 651가구 중 약 20%가 중도금 대출을 받지 못해 계약금을 날릴 상황인 것으로 집계됐다. 고덕베네루체에서는 1차 계약금 1000만원을 입금한 당첨자 10여명이 분양 가격의 10% 수준인 2차 계약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정책 후유증을 겪는 피해자는 서울·세종 등 10여개 단지에서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걸린 계약금만 1000만~2억원 수준이다. 대우건설 측은 “현장 분양소장에게도 ‘계약금만 돌려달라’며 선처를 호소하는 전화가 잇달아 걸려온다”고 밝혔다. 1주택자 양도세 면제 요건에 ‘2년 거주’가 추가된 데 대해서도 기존 당첨자들 사이에서는 “소급 적용은 부당하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들이 특히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예컨대 LTV·DTI의 경우, 8월 2일 국토부는 ‘8월 3일 이후 분양 공고되는 아파트에 적용한다’고 발표했지만, 8월 7일에는 금융위가 ‘8월 2일 이전 분양 계약한 아파트도 대출이 아직 시행되지 않았으면 새 규제를 적용한다’고 했고, 이어 13일 다시 금융위가 ‘다수의 민원에 따라 8월 2일 이전 분양 계약한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새 규제에서 예외로 한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사실상 정부가 국민에게 ‘뭉쳐서 목소리를 높이면 정책 내용이 바뀔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반발 집단화·조직화에 행정 소송 움직임까지

반발과 원망은 최근 집단화·조직화하는 모습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는 대책의 영향권에 들게 된 3개 단지(3500여 가구) 당첨자 110여명이 연대 서명한 민원서류를 18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인터넷에는 ‘소급 피해자 모임 카페’가 생겨났고, 국토부와 금융위 담당자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항의전화를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많게는 하루 100통씩 쏟아진다”고 했다. 노원구에서는 주민들이 ‘투기지역 지정’에 반발하는 토요 정례 집회를 19일부터 시작했다.

국회의원실에도 전화와 면담 요청이 쇄도한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 사무실의 경우, 21일 오전 언론을 통해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태스크포스를 만들겠다”고 밝힌 직후부터 하루 100통에 가까운 제보·민원 전화가 쏟아졌다. 국회 국토위 소속 황희 민주당 의원실은 “문제점을 취합해 국토부와 논의하겠다”며 민원용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날린 계약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이형우 법무법인 타임 대표변호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책 이전 LTV와 DTI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믿고 계약을 한 것인 만큼,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충분하지만, 승소 가능성은 냉정하게 반반 정도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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