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신축청사 조형물 표절 의혹..작가가 작가 고소

박현주 입력 2017. 8. 21. 18:40 수정 2017. 8. 2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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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표절의혹이 제기된 나라키움 원주청사에 설치된 조형물 '상상나무'(2017)

조각가 강필웅 "2년전 월계동 SK뷰아파트에 설치한 '관계나무' 표절"
제작업체도 고소 "당시 내 작품 만든 곳···캐드 도면 사용한 듯" 주장
박모 작가 "표절 안했다···'상상나무'와 너무 닮아 나도 깜짝 놀랐다"
제작업체 "강씨 도면 사용 절대 안해...유사하지만 제작기법은 달라"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조각가 강필웅씨는 최근 강원도 나라키움 원주 신축청사에서 아연실색했다.

자신이 2년전 제작했던 작품과 비슷한 작품이 신축청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이곳에 작품을 설치한적이 없다.

황당함속에 설치작품을 꼼꼼히 뜯어봐도 자신의 조각을 표절했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강씨는 대전에서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며 작가로 활동하는 박모씨와 작품 제작을 진행한 A업체를 동시에 고소했다.

강씨가 작품 제작 업체까지 고소한 건 이유가 있다. 그 업체는 2년전 강씨가 작품을 제작했던 곳이다. 강씨는 "당시 메일로 보냈던 캐드도면이 그 업체에 남아, 그 업체가 그 도면을 사용한 것같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2015년 월계동 꿈의숲 SKVIEW아파트에 설치된 강필웅의 '관계나무'(Relation Tree)_2015

#'아무리 봐도 내 작품 같다' 강씨가 제기한 표절의혹 사연은 이렇다.

강필웅씨는 지난 2015년 7월 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꿈의 숲 SK뷰 아파트 건축물미술작품 작가로 참여해, 작품 'Relation Tree/관계나무'를 제작 설치했다.

강씨는 "작품을 디자인하기 위하여 다년간 다양한 국내외 전시를 경험하며 해외 미디어아트가 적용된 건축물미술작품의 사례와 영상,이미지를 학습, 연구,제작했다"면서 "작품은 수개월동안의 고민과 연구 끝에 어렵게 탄생했고, 그 독창성을 인정받아 서울시에서 단 한번의 부결 없이 작품심의에서 통과 되어 정상적으로 납품했다"고 밝혔다.

당시 디자인된 작품은 최근 고소한 A업체를 통해 만들었다.

문제가 생긴건 2년후인 지난 6월, SNS를 통해서였다. 서울 월계동 아파트에 설치했던 '관계나무'와 매우 유사한 디자인으로 보여지는 건축물 작품을 우연히 발견했다.

【서울=뉴시스】월계동 꿈의숲 SKVIEW관계나무(Relation Tree)_2015,(오른쪽) 원주 나라키움청사 조형물상상나무_2017. 건축물 미술작품 설명문에 작가명이 기재되는 보통의 사례와는 상상나무에는 작가명이 기재되어있지 않다.

강원도 원주혁신도시 공공청사용지에 신축된 나라키움 원주 신축청사에 건축물미술작품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서울에 있던 강씨는 원주에 내려가 직접 작품을 보고 "내 작품을 그대로 본떠 만든 작품"이라고 확신했다.

"두 개체의 작품 형태가 동일, 하부의 막힌 구조와 상부의 트인 형태가 동일하다"는 강씨는 "아무리 봐도 내 작품을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차이가 있다면 작품 설명문에 작가명이 기재, 표기되는 기존 사례와는 다르게 나라키움 신축청사의 건축물미술작품에는 작가명이 표기되어있지 않았다. 작품명은 '상상나무'였다. 강씨의 작품명은 'Relation Tree', '관계나무'다.

'상상나무' 작품 심의를 담당했던 강원도 문화예술과를 통해 납품 작가를 확인했다. 대전에 있는 모디자인연구소 박모대표가 작가로 참여해 제작한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강씨는 표절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과정상의 의혹도 발견했다. '상상나무'를 만든 업체는 2015년 강필웅씨의 '관계나무' 작품 제작을 진행했던 업체였다.

【서울=뉴시스】강필웅 작품, 월계동 꿈의숲 SKVIEW관계나무(Relation Tree)_2015, (오른쪽) 원주 나라키움청사 조형물 '상상나무'

강씨는 "2015년 당시 제작을 의뢰하고 진행을 하면서 디자인된 작품의 설계도면 뿐만아니라 작품 재료의 매뉴얼과 제작방식의 노하우등 작품 제작에 관한 모든 내용이 이 업체에 전달되었음을 감안할 때, 표절 의혹의 '상상나무' 제작과 설치의 전 과정에 걸쳐 확증될 수 있는 상황적 근거가 모두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강씨는 "알고보니 박모씨의 '상상나무'는 강원도 건축물미술작품위원회를 통한 건축물미술작품 심의에서 두차례나 심의에 부결되었고, 이후 나라키움신축청사 준공시기와 맞물려 급하게 작품을 제작해야만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그 과정에서 내 작품의 도면을 가지고 있던 업체가 그 도면을 이용해 '상상나무' 작품을 급히 제작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상상나무'를 제작한 박모 작가는 "표절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박모 작가는 "한번도 강 작가의 작품을 본적이 없다"면서 "사진을 보고 내 걸 저 사람이 보고 했나 할 정도로 닮아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뜻보면 비슷한데, 그 작품(관계나무)과 내 작품(상상나무)의 다른점은 10가지가 넘는다"면서 "전문가가 평가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모 작가는 "원주 시청에서도 문제가 제기되자 비슷하긴 한데 하나하나보면 아닌 것 같다. 두 분이서 결론을 내려라"고 했다면서 "현장에 가보면 그 작품(관계나무)과 틀린게 확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월계동 꿈의숲 SKVIEW관계나무(Relation Tree)_2015, (오른쪽)원주 나라키움청사 조형물상상나무_2017. '관계나무'를 제작한 조각가 강필웅씨는 조형물의 두 개체간의 단차, 간격이나 겹쳐지는 면적 등으로 보아 같은 도면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과 관련 박모 작가는 "회사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와 3D직원들이 함께 작업하는데, 이들 또한 강 작가의 작품을 전혀 못봤다고 했다"면서 "'상상나무' 처럼 용접해서 연결하는 기법의 작업으로 그동안 동물과 이파리 작품도 꾸준히 제작해왔다"고 말했다. 박모 작가는 미대를 졸업하고 개인전 19회를 연 중견작가로 대전에서 10여년간 디자인회사를 운영하며 공공미술품을 제작하고 있다.

또 강씨의 '관계나무'를 제작했던 A업체 대표는 "유사성이 있지만 제작기법에서 차이가 있다"며 "표절은 아니다"라고했다. A업체 대표는 "'관계나무'가 유기적인 형태로 연결됐다면, '상상나무'는 삼각형모듈화 기계적인 기법으로 만들어졌다"면서 "팝뷰나 측면에서 보면 차이가 있음을 알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씨의 작품 도면은 절대 사용하지도 않았고, 박모 작가측에서 새롭게 준 3D파일로 작업을 전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각가 강필웅씨는 "표절"이라는 입장이 강경하다. 그는 "작가로 활동하는 박모씨는 작가가 지켜야할 도의적 책임과 기본 덕목을 무시한 채 아무런 거리낌없이 표절 작품을 국가기관에 납품하는 부도덕한 행위를 벌였고, 또한 그 표절작품 제작을 도와 설계도면과 작품제작에 필요한 자료를 원작자의 동의 없이 제 3자에게 무단 제공하고, 원작과 유사한 작품을 제작해 2차 수익을 얻은 A업체를 엄중히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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