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4차산업혁명, 기업 혁신부터 시작하자
최근 지인들이나 언론 및 SNS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얘기는 바로 4차산업혁명(4IR :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이란 단어다. 4IR이란 단어는 IT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희망과 기대를 주면서도, 이러한 변화의 역풍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빅데이터, AI, IoT, 블록체인, 드론, VR/AR/MR, 자율주행… 이러한 첨단 산업기술로 우리의 생활은 더욱 편리하고 풍요로워지겠지만 반대쪽을 들여다보면, 실업률 증가로 인한 사회적 구조의 변화와 함께 소득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무척 지배적이다.
자의이든 타의이든 현재도 진행중인 4IR 변화의 급류 위에 우리는 이미 들어서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각자에게 가장 최선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행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으나,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아 보이고 그저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대처해 왔던 오래된 관습과 경험의 틀 안에서만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려고만 하는 듯 하다. 정부는 혁신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의 발굴과 지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레퍼런스가 부족하거나 신생기업의 경우 대기업이나 힘 있는 기업의 이름을 빌려서(일종의 보험개념처럼….) 협력사 정도로 시작해야만 정부과제나 지원금을 받을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성공 가능성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하기 보다는, 실패할 경우 뒷감당을 할 수 있는가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기 때문 아닐까? 물론 투자나 지원을 담당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결정으로 투자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실패하는 경우에 담당자 또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중을 기해야만 하고 많은 부분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에서 내놓는 정책이나 지원, 기업들의 대책들은 대부분 단발성의 미봉책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도 많고, 4IR의 다양한 분야에서 퍼스트무버, 패스트팔로워로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기업을 얼마나 발굴 육성하게 될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지 않은가?
혁신의 연속이라는 관점에서 4IR을 보고, 이러한 혁신에 적절한 대처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다양한 파괴 행위를 통해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20세기 초 대표 경제학자인 슘페터(Joseph A. Schumpeter)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는 용어를 만들고 설명하기를 '낡은 것을 파괴, 도태시키고 그 위에 새로운 창조와 변혁을 일으켜 세우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 기업경제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4IR 시대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파괴하고 무엇을 창조해야 할지 그 방향성이 중요해진다.
정부는 규제를, 기업은 경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규제는 양날의 검이다. 4IR의 변화와 혁신에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규제와 정책을 수립하고 적용해야만 하는데, 특정분야와 특정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이러한 복잡한 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규제를 위한 규제만 늘어날 뿐이다. 중국의 DJI같은 회사를 국내에서 만들기 위해 드론 사업특구를 지정하고 각종 기술활성화를 위한 여러가지 정책과 기술개발자금지원을 얘기하지만, 국내에서 만드는 드론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거의 모든 핵심부품들이 중국산이다. 국산화에 성공한 핵심부품(예를 들면 FC(Flight Controller)나 관제프로그램, 변속기, 모터 등)이나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실패에 대한 부담이나 책임 때문에 저가의 중국산 부품으로 조립하고 힘 있는 기업의 BI를 인쇄한 제품이 제도나 지원의 혜택을 가져간다면 과연 앞서 언급한 역량 있는 기업은 시장논리의 주변에서 겉돌기만 할 것이다.
또한 자사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생산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타국에 공장들을 세우고 운영하던 제조업분야의 글로벌회사들은 해당국가의 인건비와 물류비 등 생산원가가 많이 오르니 자국으로 철수하고 자국의 인력을 고용하는 추세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국의 득이 되는 기업의 선택을 이끌어 내도록 보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정책과 규제를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정부의 몫이다.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과거의 성공사례와 전략이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키기 위한 혁신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혁신은 다르며, 이는 점진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의 차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산업구조는 10년전과 비교해도 너무 많이 변화하면서 발전해 왔다. 앞으로는 더 빠르게 많은 부분이 바뀌고 발전할 텐데 오래된 제도와 경험의 틀 안에서만 혁신을 맞이한다면 앞으로의 10년은 너무도 힘들어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은 4IR 시대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 오늘까지의 관습이나 정책, 규제 중에서 지금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내부적인 혁신부터 해야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갖춰질 것이다. 결국 국내의 퍼스트무버, 패스트팔로우 역할을 하게 될 기업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위한 정책과 지원계획들을 심사숙고하는 정부와, 자생력을 갖기 위한 기업 스스로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 상호 신뢰 속에서 같이 이뤄져야 함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이 훗날 사람들의 많은 일자리를 대신하게 돼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필자는 가끔 이렇게 생각을 해보곤 한다. 1차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시간이 흐른 후 생산직에 있던 많은 근로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흡수됐고 그렇게 큰 산업구조의 변화에도 적응해 가면서 발전해 왔다.
여기에서 1차산업혁명을 4차산업혁명이라고 바꾸면, 훗날 방식은 서로 다르겠지만 같은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AI가 인간을 상대로 바둑을 이기고, 창의적인 분야로는 음악 작곡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AI의 기능 때문에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신경망컴퓨터가 많이 발전하거나 인간의 윤리관을 적용하면 관점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만일 해결 불가능한 특정 문제, 예를 들면 '서울에 있는 남산을 그대로 부산으로 옮겨라'라는 문제를 사람과 AI에게 던진다면 사람은 바로 '난 못해'라고 답을 내놓겠지만 AI는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고 검토해 본 후에야 '난 못해'라고 답할 것이다. 결국 AI가 할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수 많은 일들을 창출해내고, 이러한 혁신의 상위에서 변화를 주도해 가는 역할을 사람이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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