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삼중고'..파업·사드 이어 美재고 급증까지

문일호,윤진호 2017. 8. 21.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재고 3만대 늘어..2008년 금융위기 수준 육박
전체 재고 자산 7년새 2배..파업·中판매감소 겹쳐 울상
현대차 "美 재고 증가는 수익성 강화 전략 일환"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고 쌓인 차량(재고)이 올해 상반기에만 3만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재고가 6만대 늘어났던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다. 재고가 늘면 인센티브를 제공해 값싸게 이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올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저평가됐다며 현대차 매수에 열을 올렸던 외국인도 하반기 매도로 돌아서면서 주가도 하락세다.

21일 매일경제신문·한국투자증권이 현대차의 미국 재고 변화 추이를 추정해 보니 올 상반기 3만940대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재고는 특정 기간 동안 현대차의 미국 공장 생산량과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 물량을 합친 후 미국 현지 판매(딜러에서 소비자로 인도된 물량)를 뺀 값이다. 국외 재고 추정이 가능한 2005년 이후 미국 재고량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시기는 2008년이다. 당시 6만24대가 팔리지 않고 쌓였다. 이후 3년 연속(2009~2011년) 재고가 줄었고 이 기간 동안 현대차 영업이익도 계속 증가했다. 반면 2013~2014년 미국 재고가 늘어나자 현대차 영업이익도 2년 연속 줄었다.

A증권사 연구원은 "현대차 전체 영업이익에서 미국 비중은 약 20%로 추정된다"며 "재고가 늘면 인센티브를 늘려 차를 값싸게 밀어내야 하기 때문에 회사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미국 판매는 작년 상반기보다 7.4% 줄었다. 판매 부진에도 미국으로 가는 수출 물량이 늘어나 재고 증가를 부채질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월 2만3030대였던 수출량이 6월엔 3만8400대까지 늘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 수출 증가는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같은 그룹 계열사 현대글로비스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올 2분기 현대글로비스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 늘어나 4조19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매출이 4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2분기가 처음이다. B증권사 연구위원은 "현대차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미국 판매 부진에도 수출을 늘리면서 재고 증가를 용인하고 있다"며 "이는 사드 악재로 현지 생산량을 줄여 재고 감축에 나선 중국 시장과는 정반대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재고자산 규모는 11조9980억원에 달한다. 2010년 말 재고자산이 5조491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7년 만에 두 배를 넘어선 것이다.

중국에서 사드 악재로 판매 급감에 신음하고 있는 현대차가 미국에선 재고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중국에선 사드 악재가 터지면서 올해 현지 공장 가동률을 확 줄여 재고량 조절에 나섰다.

현대차가 발표하는 재고일수도 유독 미국 시장에서 늘고 있다. 7월 기준 글로벌 재고일수는 2.2개월로 전월과 동일했으나 미국은 6월보다 0.3개월 늘어난 4.2개월을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재고가 증가한 것은 현지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과거 현지 렌터카 회사에 대량으로 판매했던 '플릿판매'를 올 들어 줄였기 때문으로 현대차의 수익성 강화 전략의 하나"라고 반박했다. 특히 미국 재고 증가는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는 지난 6월 미국에서 차량 한 대당 인센티브로 평균 3259달러를 썼는데 작년 6월보다 42%나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미국 시장 글로벌 완성차업체 평균 인상률(9.7%)을 크게 웃돌았다. 하반기 파업 악재도 현실화됐다. 현대차 노조는 21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현대차 노조의 이 같은 파업 결정으로 생산 차질과 품질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파업으로 현대·기아차가 입은 손실은 약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2년 8조4406억원이었던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5조1730억원(한국투자증권 추정)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정된다. 5년 연속 줄어든 데다 이 기간 이익이 39% 감소한 것이다. 올 상반기 현대차 영업이익률(5.4%)도 2011년(10.3%) 이후 6년째 하락세다.

현대차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7.7배로 미국 GM(5.7배), 포드(6.3배), 일본 닛산(7.1배)보다 고평가돼 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2%로 GM(16.5%), 닛산(9.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 주가가 하반기 나란히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는 유독 하락 폭이 크다. 지난 7월 3일 이후 8월 18일까지 11.6%나 하락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은 현대차를 6908억원어치 순매수한 반면 하반기엔 2978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신차 효과와 신흥국 판매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코나'와 '제네시스 G70'와 같은 신차가 하반기에 나오고 브라질과 러시아에서 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중국·미국에서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일호 기자 / 윤진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