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시한폭탄' 국가채무] 나랏빚 700조인데..적자국채 25조 찍어 곳간 채우겠다는 정부

이태규 기자 2017. 8. 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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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건전성 악화 부채질
정부 "부채규모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양호" 하다지만
고령화·복지지출 맞물려 적자국채 '스노볼' 효과 우려
2060년 국가부채 GDP의 160%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서울경제]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간 178조원에 이르는 공약 이행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60조5,000억원의 초과세수를 활용한다고 했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언뜻 보면 정부가 더 걷은 세금을 복지재원으로 활용해 국가 재정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지만 실제는 다르다. 초과세수란 정부가 예측한 세수보다 더 많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가 예측한 세수 자체가 지출 규모보다 작다 보니 정부 재정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정부 살림살이(관리재정수지 기준)는 지난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6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을 끝으로 2015년에는 적자가 무려 38조원에 달했다. 올해도 6월까지 24조1,000억원 적자를 봤고 기획재정부의 ‘2016~2020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8조1,00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 내년 역시 25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11년 연속 나라살림에 적자가 이어진다.

매년 들어오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 보니 누적 국가부채도 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액수가 점점 불고 있다는 의미다. 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부채(D1)는 올해 682조7,000억원에서 내년 722조5,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700조원을 돌파한다. 규모는 지출 증가율을 3%대로 가정한 것으로 최근의 복지지출 증가세를 감안하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운용계획상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25조원이므로 최소 25조원의 적자국채가 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지출 증가 규모가 워낙 커 적자국채 발행 규모가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부채 총액이 많아 보이지만 우리 재정건전성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제비교 기준인 D2(D1+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3.2%(2015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16.3%·2016년 기준)보다 낮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수자원공사 등 D2에는 포함이 안 된 비금융 공기업 부채가 많고 해외와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와 최근의 복지지출이 맞물리며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세수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세금수입(소비세 제외)이 2015년 170조원에서 오는 2065년 123조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기초연금 인상,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자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고령자 대상 정부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고령화로 노인인구도 급증할 태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르면 올해 말 사상 처음으로 65세 인구비중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세수는 부족한데 지출은 많아지니 적자국채 발행량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관련 이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국가부채 ‘스노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증세가 필요하다면 단행하겠다고 최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지만 표를 얻는 정책을 선호하는 국회 성향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걱정거리다. 지금까지는 지출 구조조정 등 ‘칼질’할 수 있는 재량지출이 전체 예산의 절반을 넘었지만 내년부터는 의무지출이 절반을 넘어선다. 정부가 때에 따라 재정증가율을 낮춰 건전성을 챙겨야 할 때도 있는데 의무지출이 높으면 정부 의사와는 상관없이 지출은 계속 늘어나 국가부채가 단번에 늘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 국가부채는 얼마나 늘어날까. 2015년 말 기재부는 처음으로 ‘2060년 장기재정전망’을 발표했다. 재량지출 증가율이 경제성장 속도(경상성장률)보다 낮을 경우 2060년 국가부채가 GDP의 38%(D1 기준)로 안정될 것으로 봤다. 재량지출이 경상 수준으로 팽창하면 62%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2020년에 10조원 규모의 복지 등 의무지출이 새롭게 도입되면 2060년 국가채무는 27%포인트 추가로 상승하고 기금이 국민연금 가입자 소득에 연계돼 인상될 경우 37%포인트 오를 수 있다. 또 구조개혁이 저조하면 세수가 줄어 3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국가부채가 약 160%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아동수당 등 수조원의 복지지출이 도입됐고 기초연금 단가도 인상됐다. 구조개혁도 지지부진하다. 국가부채의 규모가 그리스 등의 남유럽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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