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영상] 김대중 추모제 선 배우 강신일 "그 분 문화예술에 깊은 조예..인상적이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7. 8. 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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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토요일 배우 강신일이 특별한 무대에 올랐다. 그는 <고양김대중평화문화제>에 게스트로 참여해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가야금과 해금 반주에 맞춰 노래하고 시낭송도 곁들였다.

<고양김대중평화문화제>(이사장 이해동 목사)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 모임은 제 15대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 이후 고양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단체로 2010년 8월부터 매년 김대중 추모문화제를 개최해왔다. 강신일 역시 이 행사에 참여한 것은 벌써 네 번째다. 그가 이 무대에 오른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다.

배우 강신일

-어떤 계기로 추모제에 참석하게 됐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 연배 사람들이라면 젊은 시절 누구나 연호했을 인물이다. 군사 독재 시절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민주화와 평화를 위해 애썼고 끝내 민주 정권을 이뤄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존경해 마지 않는 분이다. 추모제에 초대받아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다.”

-김 전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

“연인이라고 하긴 그렇다. 극단 연우무대에 있던 시절 김대중 선생이 공연을 보러 오신 적이 있다. 1989년에 ‘인혁당 사건’을 다룬 연극 <4월 9일>을 한 적이 있다. 유신 시절 간첩조작 사건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인권 유린을 당하고 사형이 선고된 적이 있다. 4월 9일이 바로 사형이 집행된 날이다. 당시도 노태우 정권 시절이니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는데 연극을 보러 오셨더라. 많이 격려해주고 함께 가슴 아파해줬다. 또 1994년도 소극장 학전에서 박정자, 손숙과 함께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는 공연을 할 때는 이희호 여사와 함께 보러오신 적도 있다. 연극이 끝나고 식사도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김 전대통령에 대해 인상깊었던 점이 있다면?

“문화와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다는 점이 인상이 남는다. 식사를 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유머를 던지며 편안하게 분위기를 이끄셨다.”

-목소리와 발성이 뛰어난 배우다. 이번 추모제 무대에서는 어떤 노래를 불렀나?

“배우라면 언젠가는 무대에서 노래도 부를 날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끊임없이 노래 연습을 했다. 문화제 무대에도 올해로 네 번째 선다. 80년대 학생운동을 하는 친구들이 많이 불렀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로 시낭송을 하면서 또 노래도 불렀다. 이번 무대를 위해 새롭게 편곡에서 해금과 가야금 반주에 맞춰 불렀다. 관객분들이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뭔가 연극 같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든다.”

-시낭송이 들어가니 노래에서도 서사가 느껴진다. 배우만이 할 수 있는 환상적인 무대였다

“배우의 대사도 하나의 아리아며,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10년 전부터 ‘배우의 특성을 살린 노래의 형태는 없을까?’ 고민했었다. 연극의 한 부분을 발췌해 대사에 음악을 입혀보는 일도 해보고 시를 통해 낭송과 노래를 같이해보는 실험도 해봤다. 5,6년 전에 <강신일과 여우>라는 제목으로 그런 실험적인 무대를 공연한 적이 있는데 콘서트인지 연극인지 장르 구별이 힘들어 홍보를 잘 못했다.(웃음)”

‘고양김대중평화문화제’ 무대에 오른 배우 강신일. 사진 강신일

-전 정권에 블랙리스트에도 올랐었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별 의미가 없다. 어차피 ‘연우무대’는 과거에도 요주의 집단이었다. 공연 때마다 중앙정보부 요원이 와서 공연을 감시하곤 했다. 핍박을 많이 받았다. 나보다 훨씬 앞섰던 선배들이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난 얹져 갔을 뿐이다. 요즘에도 그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다는 것이 그저 이어가 없을 뿐이었다.”

-평소 언행이나 인터뷰를 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는 그렇게 몸을 던져서 투쟁하는 그런 사람은 못됐고 즐겁고 화려한 것보다는 뭔가 억눌리고 어둡고 소외되고 사람들, 시선이 잘 가지 않는 그런 곳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어찌됐든 즐겁고 이상적인 얘기는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으니 몇 명 정도는 우리 사회에 일그러진 부분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배우로서의 근황도 소개해달라

“지난 겨울에 찍은 코미디 영화 <로마의 휴일>이 곧 개봉한다. 그리고 9월 초에는 <SBS 희망TV>와 함께 케냐 오지로 떠날 예정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후원을 할 생각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추모제에서 했던 공연을 확대시켜 몇 곡을 더 개발하려 한다. 이 목소리가 더 녹슬기 전에 음반화해서 공연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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