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낫지 않는 난치성 대장염, '대변 이식'으로 고친다

이보람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 8. 21. 10:06 수정 2017. 8. 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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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대장염 치료에 대변 이식을 이용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헬스조선DB

난치성 대장염을 치료하는 명약으로 '대변'이 주목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병원장 김상일)은 최근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활용, 난치성 대장염을 치료하는 ‘장내세균 이식 시술’을 성공리에 마쳤다. 해당 시술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미생물을 추출, 환자의 장에 투입해 장내 미생물 균형을 맞추는 시술로, 질환 재발률이 낮고 치료 예후가 좋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점차 확대 추세에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센터 박재석 센터장은 “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이들이나 장기간 항생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체내 세균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위막성 대장염을 앓게 되는 사례가 많다.”며 “위막성 대장염 중 항생제 치료에 실패하거나 어려운 경우, ​대변 이식술을 통한 장내 세균 분포를 정상화시키는 방법이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 이식술’하면 대변을 직접 환자의 체내에 넣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정확히는 ‘장내세균 이식 시술’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특수 처리한 후 식염수 등과 환자의 몸에 해당 용액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람의 체내에 있는 미생물이 환자의 체내에서 활동, 장 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치료의 주 목적이다.

이러한 ‘대변 이식술’은 국내에서는 위막성 대장염 치료에 활용 중이다. 우리 체내의 소화관에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존재하는데, 평소에는 미생물 간 균형이 유지되면서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지속적인 항생제 투여 등으로 인해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지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라는 세균이 증식하면서 위막성 대장염을 유발한다. 설사와 함께 발열, 백혈구 증가, 복통 등 감염 증상을 보이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장 천공, 골수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위험도도 높다.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에 감염된 노인 및 만성쇠약 환자들을 제 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은 약 10~20%에 이르며 미국에서도 한 해 사망하는 환자가 14,000명에 이른다.

위막성 대장염은 일반 항생제 치료 시에는 1~8주 이내에 환자의 35%가 재발하며, 그 중 2회 이상 재발하는 환자 또한 50~65%에 이른다. 반면 대변이식술의 경우 약물 치료가 아닌 체내 세균총 구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위막성 대장염을 비롯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리 질환에 대해 85~90%에 이르는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치료 효과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수백 건 이상의 시술이 진행되었고, 국내에서도 최근 몇 년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시술이 도입, 시행되는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국내에 대변 이식술을 시행하는 의료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건강한 대변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데다가 대변 이식을 통해 기증자의 병원균 등이 환자에게 감염될 수 있는 위험도도 높아 철저한 검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변의 양이나 특수 처리 등에서 표준화된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점도 대변이식술 확대가 더딘 이유다. 이에 대변이식술을 시행하는 병원은 대개 소화기내과 외에 감염내과, 진단검사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의들의 협진으로 시술을 진행한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최초로 ‘대변 은행’이 국내에 설립되는 등 건강한 대변 확보가 용이해질 전망이고, 이에 따른 임상 결과도 더 늘어날 예정인 만큼 대변이식술을 통한 위막성 장염 치료는 점차 용이해질 전망이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박재석 센터장은 “최근 장내 미생물이 갖는 효용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향후 위막성 대장염 외 다른 세균 균형 관련 질환에도 이러한 대변 이식이 갖는 효용에 대한 연구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대변이식술은 안전성이 어느 정도 확보됐지만, 언제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대변이식을 시술할지에 대한 기준은 불명확한 만큼 시술에 앞서 전문의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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