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종교인과세 논란 또 논란

김민우 김평화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 8. 2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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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정부 "종교인 과세 내년부터 시행 가능하다"는데…'유예'하자는 국회


【수원=뉴시스】이승호 기자 =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6일 김진표 의원의 수원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종교계 과세유예 법안을 발의했다"며 규탄하고 있다.2017.08.16. jayoo2000@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종교인 과세가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25명이 “준비가 안됐다”며 종교인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다. 그러나 과세를 준비하는 정부는 “이미 2년간 유예기간을 가진 만큼 내년부터 당장 시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정치권이 오히려 ‘준비 부족’을 이유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2년전 국회에서 합의를 하면서 과세기준까지 모두 마련돼 있다”며 “준비가 되지 않아 시행할 수 없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의 논의는 국회 논의대로 진행하는 것이고 정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면 종교인 5만명이 약 160억원~200억원 가량 세금을 납부하게 될 것으로 추산한다. 법 시행 전인 2015년 기준으로 종교인 22만명 중 2만6000명의 종교인이 약 8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천주교과 조계종을 비롯해 다수의 대형교회에서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만큼 세수효과는 종전보다 약 두배 정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세수효과보다는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종교인과세를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자는 의원들은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과세 시 예상되는 마찰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법안 발의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도 ‘한국교회와 종교 간 협력을 위한 특별위원회 TF’를 이달 초 구성하고 과세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종교나 종단·종파 간 다른 수입구조와 비용인정 범위에 대한 상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종교단체들이 영리나 비영리 법인으로 구분되는데 비영리법인에만 과세할 경우 종교단체 간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종교단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인 만큼 내년부터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이 생기면 원칙적으로 세금을 다 낸다고 보고 종교인들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면 된다”며 “과세대상과 과세표준 산정근거 역시 명확히 규정돼 있으므로 2018년 2월 원천징수하거나 2018년 5월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내년부터는 종교인이면 비영리·영리법인을 가리지 말고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6월 7대 종단(천주교·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개신교·민족종교) 대표들과 만나 교단별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르면 9월 종교인 과세 관련 지역별 설명회, 10월쯤에는 소득 과세범위 등을 담은 매뉴얼 책자 발간도 추진할 계획이다.


종교인 과세…준비 안 하나? 안 됐나?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납세의 의무를 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 38조에 명시된 의무조항이다. 교육·국방·근로와 함께 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동안 종교인에 대해 납세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일부 종교인들만 납세를 해왔다.

이 때문에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들에게 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종교인 과세는 50년간 이어져온 논쟁거리였다. 2015년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 48년간 이어져온 논쟁이 막을 내렸고 내년 1월, 50년만에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앞두고 있다.

그러던 중 문재인정부의 5년의 밑그림을 그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비가 안됐다”며 국회의원 25명과 함게 종교인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50년간 이어져온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 종교인과세 논의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종교인에게 갑종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종교를 탄압한다는 비난을 받을까봐 정부는 시행하지 못했다. 1985년 안무혁 국세청장은 언론사 기고를 통해 “교회 목사에 대해 소득세를 받지 않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분간은 목사의 소득세 자진 납부 풍토가 확산되기를 기다릴 방침”이라며 종교계가 자발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종교계 내외부에서 납세에 대한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그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 못했다. 그러다 2012년 박재완 당시 재정부 장관이 지하경제양성화와 세수확보의 일원으로 종교인 과세를 천명하며 ‘종교인 과세’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이듬해 기획재정부는 종교인에 소득세 20%를 과세하는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종교계 반발로 개정안 처리는 무산됐다.

2013년 12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회의록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종교인 과세에 얼마나 부담을 가졌는지 드러난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어렵사리 만들어왔으니까 하자”고 말문을 열자 소위원장인 나성린 의원은 “아니, 지금 하자는 건지 분명히 해 줘. 내가 기독교한테 이야기하려고 그래, 조정식 위원도 찬성한다고”라고 말한다. 그러자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잘한다. 위원장이 일이 되게 해야지 공갈 협박이나 하고 앉아 있느냐”며 질타한다. 의원입법으로 발의하자는 의견에 여야의원 모두 “두들겨 맞을 자신이 없다”며 피한다.

◇2년전 국회속기록 보니…논란의 핵심은 ‘장부열람권’ = 정부가 종교인 과세 방침을 밝힌 후 종교인과세에 대한 여론은 ‘과세 해야한다’는 방향으로 기운다. 천주교과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일부 대형교회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고 조계종도 세금 납부에 찬성하면서다.

2015년 11월 28일 종교인과세에 대해 논의한 국회 조세소위 속기록을 보면 당시 종교계 대표 참고인으로 참석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교단연합,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표 모두 “종교인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부의견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논쟁의 핵심은 종교인 소득의 명칭과 장부열람권이다. 한국교회교단연합 박종언 과세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은 “근로소득세로 냈을 때에는 여러 가지 종교에 교란이 온다”고 말한다. 그리곤 “종교인은 고용인도 사업주도 아니다”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또 “세금은 진정성있게 내겠지만…(중략)…조세권에 특별한 조항이 없는 한 교회도 일반사업장과 똑같이 세무조사 해야 되고 세무보고 하도록 하고 이렇게 됨으로써 저희는 기본적으로 헌법 20조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종교계의 의견을 수용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종교 소득을 낼수 있는 소득세법에 ‘종교인 소득’ 부분을 추가해 종교인들이 납세시 근로소득와 종교인소득 중 선택해서 납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세금 납부대상을 종교단체가 아니라 ‘종교인’으로 한정하고 장부열람대상도 ‘종교인소득’과 관련된 장부만 열람 대상으로 했고 그밖의 다른 장부는 열람대상에서 제외했다. 만약 종교인이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는다면 종교인에 대한 부분만 조사를 하는 것일 뿐 종교단체에 대한 조사로 확대하지 못한다는 단서를 달아둔 것이다.

◇종교인 과세, 준비 안 하나? 안 됐나?= 정부가 종교계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됐지만 2년만에 일부 의원들은 또 다시 2년 유예를 주장하고 나섰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법이 시행되면 종교인들은 세법에 따라 근로소득세와 기타소득(종교인소득) 중에 선택해 납부하면 되고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다. 과세대상 소득금액 역시 법령이 정하는 금액을 공제해 산출되며(소득세법 시행령 제87조 제3호) 근로소득으로 신고했다면 일반 근로자들이 필요경비 명목으로 공제받는 근로소득 공제(소득세법 제47조 제1항)를 적용으면 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결국 준비가 되지 않은 쪽은 종교계라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가 직접 소득신고를 하지 않는 것처럼 종교인과세 역시 원천징수를 담당자만 해당 내용을 알고 있어도 된다”며 “소득·과세대상에 대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소득과 과세대상 등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교인과세 유예 발의 의원 72% 기독교 신자




내년초 시행을 앞둔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에 불을 지핀 국회의원 25명 중 72%가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 유예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8명이 기독교 신자다. 공동발의자 중 불교 신자 5명, 천주교 신자 1명, 무교는 1명으로 조사됐다.

민주당에선 김진표·김영진·김철민·송기헌 의원 등 4명이 기독교 신자였다. 15명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자유한국당에선 권석창·김선동·김성원·김한표·박맹우·안상수·윤상현·이종명·이채익·장제원·홍문종 의원 등 총 11명이 기독교 신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당에선 이동섭·조배숙 의원, 바른정당에선 이혜훈 의원이 기독교 신자다.

기독교 다음으로 많은 불교 신자는 총 5명이다. 이개호 민주당 의원, 이우현·이헌승 한국당 의원, 박주선·박준영 국민의당 의원 등이다.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동발의자 중 유일하게 천주교 신자다.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 발의자 중 권성동 한국당 의원 1명만 특정 종교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여론의 반발이 거세다. 국회의원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박홍근·백혜련·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공동발의를 철회하기도 했다.

특히 법안을 대표발의한 김진표 의원은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다. 민주당 기독신우회장도 맡고 있다. 다른 기독교 신자 발의 의원들도 대부분 장로나 집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당 관계자는 "해당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다 종교가 있는데 의도가 훤히 들어난다"며 "공동발의한 의원실에는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기독교 교단 전부가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2013년 교인들을 대상으로 종교인 과세 찬반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1.8%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했다.

김민우 김평화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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