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쇼크 그후②]첫 단추부터 잘못..'후폭풍' 키우는 정부의 헛발질

지연진 입력 2017. 8. 21. 07:30 수정 2017. 8. 2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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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이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에서 논란이 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데 이어 이미 수십년전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DDT 성분까지 나오면서 계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축산 농가에서 금지 살충제 등의 사용 실태를 감시하는 것은 농식품부고, 여기서 걸러내지 못한 살충제 계란이 유통되는 것을 막는 업무는 식약처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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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생산·유통 관리 이원화…농식품부-식약처 네탓공방
생산 단계서 뚫리고…유통단계 차단 시스템 全無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살충제 계란'이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에서 논란이 된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데 이어 이미 수십년전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DDT 성분까지 나오면서 계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개선방안을 내놓긴 했지만, 이번에도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계란을 비롯한 축산물의 생산단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맡고, 유통 단계를 책임지는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축산 농가에서 금지 살충제 등의 사용 실태를 감시하는 것은 농식품부고, 여기서 걸러내지 못한 살충제 계란이 유통되는 것을 막는 업무는 식약처의 몫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생산단계에서 살충제 사용 실태에 대한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식약처도 유통단계에서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두 기관이 계란 위생관리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면서 살충제 계란 파동을 키운 것이다.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확인하는 '난각(계란 껍데기) 코드' 관리 책임을 떠넘기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18일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난각 코드 관리를 누가 하나'라는 질문에 식약처는 "식용란 수집·판매업이나 농장 관리는 지자체가 한다"며 공을 넘겼다. '살충제 계란이 몇 곳에서 나왔느냐'고 식약처에 물으면 "농식품부 소관"이라고 답변하고, 농식품부는 '어느 농장에서 나왔느냐'는 질문에 "식약처에 물어보라"고 답변하고 있다.

안전한 식품에 부여하는 'HACCP(해썹·식품 안전 관리인증 기준)' 인증도 이번 '살균제 계란' 생산 농장 49곳 중 29곳(59%)에서 나올 만큼 관리가 엉망이지만, 식약처는 "축산물 HACCP 관련 업무는 농식품부에 위탁한 것"이라고 했다. 이원화된 축산물 관리가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일으킨 원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이번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올 들어 4월에도 소비자 단체가 경고했지만 정부는 팔짱만 낀 채 수수방관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4월 유통 중인 친환경 인증 계란들을 검사한 결과, 친환경 농가를 포함한 3곳에서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국은 곧바로 전수조사 등 대응에 나서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부처간 엇박자로 인해 이번 사태 발생 이후 정부의 대응도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가 사태 첫날부터 전수검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까지 엉터리 통계 발표를 반복했다. '늑장 대처', '부실 조사'라는 비판 속에 발표 내용까지 오류가 반복되면서 계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해 계란 안전에 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긴 했다. 이 대책에는 식용란의 계란유통(GP)센터를 거친 유통 의무화, 산란계 농가에 동물용 약품 사용 매뉴얼 배포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와 양계농가의 반발 등으로 시행되지 않았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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