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AI스피커 '웨이브'..만듦새 좋지만 차별성은 글쎄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웨이브'는 국내 최대 포털 업체 네이버가 최근 선보인 인공지능(AI) 스피커다.
네이버가 AI 기술을 차세대 핵심 전략으로 잡고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는 만큼 처음으로 나온 네이버의 AI 전용기기인 웨이브를 주목하는 시선도 많다.
아직 정식 출시되기 전인 웨이브의 주요 기능을 사용해보니 자연스러운 음성 명령 인식·처리 등 장점이 눈에 띄었지만, 빈약한 사물인터넷(IoT) 기능과 복잡한 음성 명령 처리의 한계 등 단점도 엿보였다.
◇ 깔끔한 디자인에 한국어 인식·처리 성능 '만족'
기계적인 만듦새는 준수하다. 높이 20㎝의 회색 사다리꼴 원통을 검은 천으로 감싼 웨이브는 화려하진 않아도 깔끔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준다.
5천mAh 배터리를 갖춰 전원 없이도 최대 5시간(음악 재생 기준)까지 쓸 수 있다. 보통 USB 충전기를 못 쓰고 전용 어댑터와 케이블을 써야 하는 것 정도가 단점이다.
제조사는 애플 제품 생산으로 널리 알려진 대만 콴타 컴퓨터다.
네이버가 제일 먼저 내세우는 기능은 역시 본연의 음성 비서다.
가령, '최신 영화 순위 알려줘', '홍대 맛집 알려줘', '가까운 편의점 알려줘' 등 음성 명령에 가장 알맞고 자연스러운 답을 들려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밀의 숲'에 누구 나와"라고 물으니 곧바로 "드라마 '비밀의 숲'에는 조승우, 배두나, 그리고 이준혁 등이 출연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는 국내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한 네이버가 그동안 구축한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SK텔레콤 '누구'와 KT '기가지니'가 모두 이동통신사에서 내놓은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차별화되는 점이기도 하다.
마이크를 4개 달아 사용자 목소리를 잘 인식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 여성 목소리의 음성합성(TTS) 기능도 자연스럽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어 음성 인식 및 처리 성능은 지금까지 나온 기기 중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복잡한 음성 명령 처리 못 하고 IoT 기능 빈약
AI 스피커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IoT 연동은 빈약하다. 실제로 현재 웨이브가 정식으로 연동하는 IoT 기기는 스마트 전구 정도다.
미국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마존의 '에코'가 다양한 가전기기와의 연동 기능을 갖추고 1만5천개가 넘는 '스킬'을 자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비되는 점이다.
한국어 음성 명령 기능도 네이버가 예시로 든 짧은 말이 아니라 조금 더 길고 복잡한 문장에는 제대로 된 결과물을 기대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홍대 맛집 알려줘"라고 하면 여러 식당을 알려줬지만, "홍대입구역 500m 안에 있는 맛집 알려줘"라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을 두고 굳이 음성 비서를 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웨이브 이용 소감을 보면 호기심 차원에서 여러 기능을 써보는 단계를 지나면 음악 재생과 알람 설정, 뉴스 읽기 등 간단한 기능을 주로 쓰게 된다는 소감이 주류를 이뤘다.
아직 웨이브는 정식 출시되기 전인 일종의 '베타(β)' 버전이라는 점에서 향후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 격전 예고된 국내 AI 스피커 시장…'포털 공룡' 위상 드러낼까
올해 들어 달아오르기 시작한 국내 AI 스피커 시장은 하반기에 그야말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카카오미니'를 곧 출시하는 카카오는 택시 호출 등 막강한 온·오프라인 연계(O2O) 기능과 업계 1위 음원 서비스 멜론, 카카오톡 연동 등을 주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업체 구글은 AI 비서 플랫폼인 '구글 어시스턴트' 한국어판을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으로, 이에 따라 AI 스피커 '구글홈' 국내 출시 전망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제품을 출시한 SK텔레콤과 KT도 서비스·하드웨어 연동 등 기능을 지속해서 강화하며 사용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웨이브가 우수한 한국어 처리 기능을 갖췄더라도 경쟁 제품을 뛰어넘는 기능적 차별성을 내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최근 펴낸 AI 스피커 관련 보고서에서 "오랜 기간 각종 데이터를 분석·처리하고 인공지능 기술력을 축적해온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지능형 개인비서 시장을 잠식할 위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마트폰, 가전 기기 등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는 제품들을 국내 지능형 개인비서의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해외 기업과의 주도권 경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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