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을지훈련 왜 규모가 축소됐는가

  • 등록 2017-08-21 오전 6:00:00

    수정 2017-08-21 오전 6:00:00

오늘부터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열흘 동안 진행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기에 미리부터 관심을 끌었던 훈련이다. 더욱이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처음 실시되는 양국 합동군사훈련인데다 우리 군 수뇌부가 전면 개편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의아하게 여겨지는 것은 훈련 규모가 왜 대폭 축소됐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기간 중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한다는 계획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진다.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도 지난해에 비해 7500명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훈련이 시뮬레이션 위주이기 때문에 병력이 그만큼 필요 없다는 설명이지만 미군의 훈련참여 의지가 줄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정경두 합참의장이 며칠 전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는 없다”고 강조한 의미를 묻고자 한다. 항공모함 파견 계획이 철회되고 참가병력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일부러 이렇게 답변한 이유가 궁금하다.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는 이유로도 충분하지 않다. 진위 여부가 금방 드러날 만한 사실을 놓고도 이처럼 답변이 엇갈려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주한미군 철수론 및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필요성까지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백악관 수석전략가인 스티브 배넌조차 북한의 대륙간탄도탄(ICBM)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군사적 해법은 없다”면서 빅딜 카드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그를 경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으로 인한 파문은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여차하면 미사일 단추를 누르겠다고 벼르는 국면에서 일부러 과도한 군사훈련으로 자극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이미 예정됐던 연례 훈련이다. 북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당초 계획했던 훈련 규모를 축소한 것이라면 그렇게 바람직한 결정은 아니다. 북한 위협에 굴복한 것이라는 오판을 심어줄 염려가 없지 않다. 이번 을지훈련의 진행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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