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태양이 사라진다'

류준영 기자 입력 2017. 8. 21. 05:00 수정 2017. 8. 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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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륙 가로지르는 '개기일식'쇼..천문硏-NASA, 차세대 코로나그래프 공동 개발
일식 원리/자료=천문硏

미 전역에서 21일 오전 10시15분(미 태평양시간·한국시간 22일 새벽 2시15분)부터 '개기일식'이 시작된다. 미 서부 연안에 위치한 오리건 주부터 시작돼 약 1시간 33분 가량 지속된다. 개기일식은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면서 달이 태양을 가려 해 전체가 보이지 않은 현상이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16일 태양우주환경그룹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원정 관측단을 꾸려 와이오밍주 잭슨시에 파견했다.

관측단에게 주어진 시간은 140초. 지구의 자전과 달의 공전으로 지표면에 비춰지는 달의 그림자가 계속 움직이는 탓에 관측시간이 넉넉지 않다. 천문연에 따르면 와이오밍주 잭슨시를 기준으로 개기식은 11시 35분 4초에 시작해 11시 37분 24초에 종료된다.

천문연은 “개기일식은 접근이 가능한 육상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일 현장에 관측장비를 설치하고, 수차례 리허설을 통해 관측에 필요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고 밝혔다.

태양의 내외부 구조/자료=천문硏

우주선 11대·비행기 3대 띄우는 NASA=NASA는 이번 개기일식 때 총 11대의 우주선과 3대의 비행기를 투입해 연구 관측할 예정이다. 또 하늘에는 50개 이상의 풍선 관측기를 띄우고 지구뿐만 아니라 국제우주정거장, 달 궤도에서도 개기일식을 지켜볼 예정이다. 2분간의 개기일식에 이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뭘까.

천문연에 따르면 개기일식은 태양의 대기를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자연현상이다. 개기식 동안 광구의 산란광 효과를 최소화시키므로 현재 태양 대기를 가장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다. 원정 관측단은 코로나의 온도와 분출 속도 등을 측정하는 관측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천문연은 “코로나는 평상시에는 볼 수 없다”며 “달이 가장 밝은 태양면을 가려줌으로써 바깥쪽에 있는 태양 코로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는 태양의 가장 바깥층을 구성하는 데, 온도가 100만~500만도로 태양의 표면온도 6000도 보다 훨씬 높다. 태양 내부 핵의 열이 순차적으로 전달된다면 표층보다 코로나 온도가 낮아야 함에도 오히려 훨씬 뜨거운 이유에 대해 과학자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코로나에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와 방사선들은 지구 주변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력한 태양 활동으로 지구자기장을 교란하고 지표면의 흐르는 지자기에 요동을 일으켜 전력망을 훼손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1859년 9월 유럽과 북미지역의 전신시스템 장애, 1989년 3월 캐나다 퀘벡주의 대정전사태는 이 같은 활동에 의해 일어난 대표적 예다.

일식을 통한 태양에너지 차단은 지구 대기에 대한 태양효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다. 천문연은 “개기일식 동안 지구 고층대기에 미치는 현상을 관측한 자료는 태양에 의한 ‘우주날씨’ 효과를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자료가 된다”며 “우주날씨는 국내 항공사가 특정항로의 운항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그래프/사진=천문硏

◇원정관측단 무슨 시험하나=천문연은 2021년 NASA와 함께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할 목적으로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를 개발하고 있다. 코로나그래프는 태양 관측 망원경의 초점면에 태양 광구면 차폐기를 만들어 인공적인 개기일식 현상을 만드는 장치를 뜻한다. 과학자들이 개기일식을 원할 때 자유롭게 관측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이 같은 장치를 개발했다.

차세대 코로나그래프에서 천문연은 차폐막과 필터, 편광 시스템, 운영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을 맡고, NASA는 광학계와 시스템 통합을 담당한다. 천문연 측은 “이번 개기일식 때 달이 태양 광구를 가리는 차폐막 역할을 하므로 필터와 편광 시스템을 중점으로 코로나그래프 실전 배치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운영중인 대표적인 코로라그래프는 NASA와 유럽우주국(ES)이 공동 개발한 뒤 태양관측위성 소호(SOHO)에 탑재한 ‘라스코’(LASCO)이다. 하지만 소호 위성이 이미 20년 이상 운영되어 그 수명이 끝나가기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코로나그래프가 필요한 상황이다.

천문연과 NASA가 공동 개발하는 코로나그래프는 코로나 전자의 가속운동이나 광구보다 높은 코로나의 온도 및 속도 분포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 물질 방출에 대한 모델 계산의 정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천문연의 설명이다.

차세대 코로나그래프는 내년 7월경 NASA가 발사할 예정인 태양관측위성 '파커 태양 탐사선(Parker Solar Probe)'에 실려 우주로 쏘아올려질 예정이다. 천문연과 NASA는 새로운 코로나그래프를 통해 코로나의 온도와 속도 분포를 측정, 태양풍의 가속과정을 연구할 계획이다.

한편, 천문연에 따르면 이번 개기일식은 태평양 연안인 북서부 오리건 주부터 대서양 연안인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까지 미국 전역을 관통하는 것으로, 미 대륙 전역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은 1918년 6월 8일 워싱턴주에서 플로리다 주까지 관통한 개기일식 이후 99년만이다. 이번 개기일식은 북미와 중미, 남미 북부, 유럽 서부, 아프리카 서부 등에서 관측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다.

다음 개기일식은 2019년 7월2일 태평양,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관찰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볼 수 있는 다음 개기일식은 2035년 9월2일 오전 9시40분께로 북한의 평양·원산이나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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