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인공지능의 두 얼굴

박건형 논설위원·산업2부 기자 2017. 8. 21.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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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TV를 보다가 인공지능 스피커에 "○번 채널 틀어" 하니 채널을 바꿔준다. 말을 잘 알아듣는 게 재미있어 "너 참 똑똑하구나" 하니 "열심히 노력한 보람이 있네요" 하고 답한다. 다시 "너 진짜 똑똑하다" 했더니 "제가 비서학과를 수석 졸업했답니다"라고 농담까지 한다. 일본 요코하마의 인공지능은 쓰레기 분리 배출 방법을 알려준다. 주부들이 '남편은 어떻게 버리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가르쳐 줬다고 한다. "판단력이 없어 결혼하고, 인내력이 없어 이혼하고, 기억력이 없어 재혼한다는 말도 있잖아. 인내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장난 섞인 질문을 예견한 공무원이 극작가 살라크루의 말을 모범 답안으로 넣어놓은 덕분이다. 똑똑한 인공지능은 첨단 기술과 똑똑한 공무원의 합작품이었다.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의 인공지능은 지난달 서비스가 한때 중단됐다. '공산당을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하고, '꿈'을 물으면 '미국 이민'이라는 식으로 말하자 중국 정부가 폐쇄했다. 이 인공지능은 사람과 대화해서 쌓인 빅데이터를 이용해 답변을 만든다. 반체제적 답변은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며칠 뒤 서비스를 재개한 인공지능은 달라졌다. 불편한 주제는 회피했다. 인공지능이 사상 교육을 받아 당국의 도구가 된 것이다.

▶지난 5월 독일 뮌헨의 IBM 사물인터넷 본부를 찾았다. 이곳의 인공지능은 전 세계 6000여 공장에 설치한 센서에서 정보를 받아 분석한다. 어느 공장의 어느 기계가 다음 주쯤 고장 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해준다. 글을 보여주면 쓴 사람의 성격을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보여주자 '주도면밀 88%, 계획적·분석적 82%, 고집 강함 75%' 같은 수치가 화면에 나타났다.

▶불과 1~2년 사이에 의사, 변호사, 콜센터 상담원을 보조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했고 TV, 냉장고, 스마트폰, 자동차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됐다. 아직은 만족스럽지 않다. 어떤 질문에는 놀랄 만큼 잘 답하다가도 어떨 때는 전혀 엉뚱한 답을 한다. 인공지능이 무엇이든 해내는 것처럼 보여주는 광고는 과장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천재 두 명이 인류의 미래를 둘러싼 설전(舌戰)을 이어가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이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 것"이라고 하자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우리 삶을 더 좋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느 쪽이 옳은지 지금은 모른다. 다만 인공지능을 금지할 수 없다면 최소한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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