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씩 들인 公共앱.. 사용자는 수십명뿐

양지혜 기자 입력 2017. 8. 21. 03:15 수정 2017. 8. 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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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 또 만든 '국민안전 앱' 22개.. '관광 앱' 메뉴 누르니 먹통
실적만 노린 공공앱 중구난방.. 1~2년 후엔 관리 않고 방치
1235개 공공앱 개발비 1000억.. 운영비도 매년 100억 들어
보여주기식 행정.. 세금 낭비
지자체가 운영하는 앱 514개.. 작동시키면 '작업 중' 수두룩
"다른 지자체가 무슨 앱 만들면 우르르 같은 앱 내고 자화자찬"
경찰청이 만든 '안전드림 앱'은 작년 신축 건물도 지도에 없고
행안부의 '생활불편 신고 앱'은 민원 올리자 "지자체 전화하라"

경기도 남양주시는 4년 전 개발비 1억800만원을 들여 초등학생의 귀가 현황을 보호자에게 보여주는 안심 귀가 앱(응용프로그램) '남양주 Snet'을 개발했다. 이 앱은 작년 10월 기준 다운로드 수가 175건, 실제 사용자는 19명에 불과해 작년 12월 남양주시 스스로 없애버렸다. 인구 66만명인 남양주시는 지난해까지 8억5800만원을 투자해 11개 앱을 만들었지만 현재 7개를 폐기했다.

경남 창원시는 '진해 원도심 투어 관광앱'에 1억7900만원을, 경기도 안성시는 '안성엔(관광정보)' 앱 개발에 2억1500만원을 썼다. 창원시의 앱 이용자 건수는 50건, 안성시는 204건이었다.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들이 무분별하게 보여주기식 '공공앱 만들기'에 나서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이들은 '대국민 서비스'라는 명분으로 우후죽순 공공(公共)앱을 만들었다가 사용 실적이 부진하면 슬그머니 폐기해왔다. 관리 부실로 방치돼 있는 '좀비(zombie)' 공공앱도 수백개에 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공 부문 앱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1235개에 달한다. 개발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을 썼고 매년 앱 운영비로 개발비의 10% 안팎을 쓰고 있다. 하지만 공공앱 중 절반 정도(615개)는 이용자가 2000명에도 못 미친다.

공공앱 중에는 민간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이 만든 앱의 기능과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에도 한국관광공사가 19억원을 들여 스타트업들이 이미 하고 있는 각종 기능을 통합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가 관광 스타트업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본지와 함께 스타트업 임직원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정부 때문에 사업에 악영향을 받았거나 피해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지자체와 공공 기관에서 수억원을 들여 만든 앱인데도 이용자가 100명도 안 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충남 공주시가 2015년 1억원을 들여 만든 '공주시 관광 홍보 영상'은 총 다운로드 182건, 이용자 32명(이하 작년 10월 기준)에 그쳤다. 경기 수원시가 2015년 5500만원을 들여 만든 '수원 스마트 안심 구역' 이용자는 단 25명이었다. 국내 지자체가 운영하는 앱(514개)의 평균 이용자는 6500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설치해놓은 숫자이기 때문에 실제로 월 1회라도 쓰는 활성 이용자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각 지역 교육기관들도 앱만 만들어놓고 방치하기는 마찬가지다. 경남교육청 산하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은 작년까지 앱 10개를 만들었지만, 이 중 절반이 이용자가 100명도 안 된다. 심지어 '터치로 따라 하는 과학 실험실' 앱은 이용자 수가 4명이었다. 앱 개발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의 지자체가 관광 앱을 만들었다고 하면 우르르 같은 앱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성과라고 자평하며 손을 놓는다"며 "운영·관리 부실로 1~2년만 지나면 쓸모없는 앱이 되기 일쑤"라고 꼬집었다.

비슷한 공공 앱이 10여개씩 중복

'국민 안전'을 명분으로 내세워 중구난방으로 만들어진 공공 앱만 수십 개가 넘는다. 구글의 앱 스토어인 플레이스토어에서 '안전 관련 공공 앱'을 찾은 결과 안전디딤돌, 안전신문고, 생활안전지도, 생활불편신고 등 22개에 달했다. 모두 재난·재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생활 안전 서비스로 안전 귀가 등을 제공하는 앱들이다. 앱을 만든 공공 기관은 다르지만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들이다.

예를 들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서 2014년 만든 '안전디딤돌'은 전국의 지진, 태풍, 홍수, 산사태, 황사·미세 먼지 등 재난 정보를 알려주고 위험 시 재난 문자를 보내준다. 이 앱이 나오기 전에 11개 기관에서 15개의 안전 공공 앱이 있었다. 행정자치부가 통합 안전 앱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하천 수위와 강수량을 알려주는 '홍수알리미(국토교통부 홍수통제소)', 미세 먼지와 황사 정보를 알려주는 '우리동네대기질(한국환경공단)', 실시간 전력 수급량을 알려주는 '전력정보(전력거래소)' 등이 새로운 공공 앱으로 등장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통합 앱 하나만 깔고 싶지만, 이런 유사 앱들 때문에 혼란스럽다.

◇관리·운영에 대한 불만 쏟아져 경기도 안성시의 관광 정보 안내 앱 '안성엔'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회원 가입을 누르면 '찾을 수 없음'이 뜨고, 관광 정보를 클릭하면 '작업 중' 표시만 뜰 뿐 아무런 화면이 나오지 않는다. 운영자가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 앱의 이용자는 204명이었다. 전북 정읍시의 특산물 판매 앱 '단풍미인 쇼핑몰'은 회원가입이 되지 않고, 대부분 메뉴를 클릭했지만 모두 '찾을 수 없음' 화면만 떴다. 이 앱의 다운로드 수는 100여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안전 공공 앱'에 대해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안전드림(경찰청) 앱'은 주소 업데이트가 제때 안 돼 작년에 신축된 건물은 앱에 나타나지도 않는다는 이용자 불만이 제기된다. 생활불편신고(행안부) 앱에서는 이용자가 '안전 민원 신고 처리가 늦다'는 글을 올리자 "실제 민원 처리는 각 지자체가 하기 때문에 지자체로 연락하라"며 담당 지자체 주민센터 번호를 알려주기도 했다. 시민 성형묵(31)씨는 "모바일 앱은 언제 어디서든지 실시간으로 이용하라고 만드는 건데 정부는 아직도 앱이 뭔지 일반인보다도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세금 낭비해 만든 뒤 관리도 안 하는 문제가 심해지자 행안부는 연내 '공공 앱 사전 타당성 검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 여부를 각 지자체가 판단하게 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 앱은 공무원들의 실적 과시용 앱이 됐다'고 비판했다. 문형남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과 정보화를 외치니까 별 필요도 없이 실적 보여주기용 앱을 만들었다"며 "예산 낭비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 번 지적이 들어와도 개선이 안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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