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고생해 앱 만들었더니.. 서울시가 똑같은 것 내놓더라"

양지혜 기자 2017. 8.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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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일 관광 앱 등 통합관리 시스템을 19억원을 들여 만들겠다며 홈페이지에 개발 입찰 공고를 냈다.

서울시가 작년 11월 내놓은 외국인 여행객용 관광 상품 온라인 마켓 '원모어트립'도 스타트업과 갈등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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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스타트업 기업이 개발한 앱, 정부·공공기관서 아이디어 도용
"창업 독려는커녕 시장 뒤흔들어"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4일 관광 앱 등 통합관리 시스템을 19억원을 들여 만들겠다며 홈페이지에 개발 입찰 공고를 냈다. 맞춤형 여행 코스 추천과 관광 상담 챗봇, 증강현실(AR) 길 안내, AR 메뉴판 번역, 이용자 위치 기반 실시간 관광 안내, 대중교통 안내 등이 주요 기능이다. 그러자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소속 대표들은 "우리가 치열하게 경쟁해가며 만들어 온 시장을 정부가 뒤흔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미 관광 스타트업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기능만 합쳤다는 것이다. 도해용(46) 레드테이블 대표는 "6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레스토랑 메뉴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향후 투자 계획이 중단될 위기"라며 "창업을 독려한다는 정부가 오히려 떡잎 푸른 스타트업을 죽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측은 "더 많은 관광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인프라 확충 사업"이라고 밝혔다.

1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트래볼루션 사무실에서 배인호(왼쪽) 대표가 서울시가 운영하는 ‘원모어트립’과 자사 서비스의 이용자 접속 추이를 비교하고 있다. 배 대표는 “서울시 서비스 등장 이후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시가 작년 11월 내놓은 외국인 여행객용 관광 상품 온라인 마켓 '원모어트립'도 스타트업과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원모어트립 개발에 7억원을 썼고, 올해는 관리·마케팅비로 7월 말 기준 7억6800만원을 썼다. 4~6월에는 '사드 불황' 타개 명목으로 회원사들이 30% 할인판매하면 서울시가 차액을 지원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관광 스타트업 트래볼루션의 배인호(32) 대표는 "2014년 창업해 3년간 현장을 누비며 발굴하고 기획한 상품들을 서울시가 단번에 흡수하고 있다"며 "민간 사업자 수수료는 15~20%인데 서울시는 5%로 정해 시장 경쟁을 훼손하고 회원사 이탈을 부추긴다"고 반발했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스타트업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현재 컨설팅을 의뢰한 상태"라고 밝혔다.

18년째 기업용 메신저 사업을 하는 지란지교컴즈는 지난 3월 경기도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메신저를 배포하면서 경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오진연 대표는 "올 초까지 35만명이던 회원이 6개월 새 10만명 줄었고, 연매출 20억원이던 실적은 반 토막 나 직원 일부를 내보냈다"며 "이 정도 서비스도 교육청에서 관여해야 하나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우편물 주소 변경 서비스를 해온 나종민 짚코드 대표는 금융감독원 때문에 사업을 중단할 위기다. 짚코드는 금융사 등 제휴 기업 수수료로 수익을 올렸지만, 금감원이 작년부터 무료 서비스를 시작해 제휴사가 대부분 떨어져 나갔다. 나 대표는 "한 달에 1억4000만원이던 매출이 4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직원도 절반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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