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 물류창고에 영어원서 190만권이 쌓여 있는 까닭은? 100억원어치가 폐지로는 1억여원어치
피어슨 "교보에 남은 재고 매입하는 조건" 내세워
재고256만권 140억원어치..해법 40억원어치 판매
나머지 교재는 '팔 수 없는 책', 이른바 악성재고
해법에듀 지난해 4월 피어슨과 교보 검찰에 고소
"피어슨과 교보 짜고서 악성재고 떠넘기기" 주장
교보측 "해법이 재고물량 확인해 스스로 가져가"
피어슨측 "시뮬레이션 있으면 법원에 제출해야"
해법에듀 관계자는 “당시 피어슨 한국지사 관계자가 ‘교보의 재고 물량은 피어슨 본사에서 판매한 것으로 3년 6개월 정도면 모두 소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 우리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 증거로 교보의 재고 목록과 판매실적·매출규모 등을 담은 시뮬레이션까지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건부 계약이기 때문에 교보의 재고물량과 교재들을 확인하려 했지만 피어슨 측 관계자는 ‘우리가 해법과 계약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소문내지 말라’며 재고 확인을 못하게 했다. 우리같이 '을(약자)'의 입장인 국내 유통사들로서는 거대한 글로벌 출판기업의 말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피어슨에듀케이션 한국지사 측 관계자의 말을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거대 글로벌 기업의 횡포에 당했다"는 주장이다.
해법에듀 관계자는 "교보문고 측이 자신들이 밀어내기로 중간도매상에 보냈던 교재까지 일괄 납품받아 해법에듀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밀어내기는 유통사(수입사)가 자신들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중간도매상(총판)에 계약 없이 책을 넘긴 뒤 조금씩 반품 받는 일종의 편법이자 출판계 관행이다. 밀어내기 규모는 통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에서 총판을 운영하는 A씨는 “교보문고로부터 17억원 상당의 밀어내기 재고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반품하라고 해 마음이 바뀔까봐 창고에 쌓인 책을 얼른 가져다 줬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책이 해법에듀 쪽에 갔더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기자와 만난 교보문고 측 관계자는 “피어슨에듀케이션 한국지사 측에 우리의 판매데이터나 매출실적 등을 건넨 사실이 없다. 해법에듀는 시뮬레이션 자료가 있다면서 왜 재판에 제출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해외출판사의 독점 계약의 경우 독점적 지위의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반품 없음’을 내세워 계약한다. 해법에듀가 주장하는 ‘반품 계약’은 유통사와 중간도매상 간 위탁계약을 맺을 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해법에듀와 계약 당시 우리 재고 리스트를 모두 제공했고, 그들이 필요한 부분을 가져간 것”이라며 “해법에듀 측이 판매가 부진하자 소송을 제기하고, 그것도 모자라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피어슨에듀케이션 한국지사 관계자도 지난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린 적도, 보여준 적도 없다. 해법에듀 측은 시뮬레이션 자료가 있다면 법원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해법에듀가 계약할 때 (재고)타이틀 중 원하는 것을 가지고 갔다. 그들이 제출한 리스트도 가지고 있다. 현재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더 이상은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 출판유통기업과 글로벌 거대 출판 대기업 측의 법정 다툼 결과가 주목된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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