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내도엔 없는 '외국 대사관'

이창훈 2017. 8. 20.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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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대사관이 어딨죠? 지도에 없어요."

조이엘씨는 "대사관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도 정작 주변지역 안내도에 대사관 위치가 표기되지 않다 보니 길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며 "지도 위에 스티커라도 붙여서 위치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대사관 관계자는 "지하철역 주변지역 안내도 등 지도에 위치 표기를 신청하라는 공문이나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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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역사 인근 69곳 중 74% 위치 표시 안돼 / 독일·사우디 등 일부 국가는 이전했는데도 예전 위치 표기 / 해당국 국민 "지도에 없다" 불만 / 대사관선 등재 방법 몰라 방치

“필리핀대사관이 어딨죠? 지도에 없어요.”

필리핀 이주여성 메리 조이엘(40)씨는 주한 필리핀대사관을 찾지 못하는 필리핀 친구들의 연락을 종종 받는다. 필리핀대사관은 용산구 이태원동 그랜드하얏트 호텔 뒤쪽에 자리 잡고 있다. 조이엘씨는 “대사관 근처 지하철역에 내려도 정작 주변지역 안내도에 대사관 위치가 표기되지 않다 보니 길을 헤매는 경우가 많다”며 “지도 위에 스티커라도 붙여서 위치를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하철 인근 주한 외국대사관 10곳 중 7곳이 지하철 역사 내 ‘주변지역 안내도’에 위치가 표기되지 않아 지하철을 이용해 대사관을 가려는 외국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대사관은 이전하기 전 위치가 주변지역 안내도에 남아 혼선을 준다.

20일 서울교통공사와 외교부에 따르면 지하철 1∼8호선 인근(600m 이내)에 있는 주한 외국대사관 69곳 중 주변지역 안내도에 위치가 표기된 곳은 26.1%(18곳)에 불과하다.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대사관은 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 선진국과 체코 미얀마 오만 등 일부 국가뿐이다.

대사관이 이전했지만 그대로 주변지역 안내도에 남아 잘못된 위치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2009년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종로구) 인근에서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용산구) 인근으로 이전한 사우디아라비아대사관은 녹사평역이 아니라 광화문역 주변지역 안내도에서 발견됐다. 독일대사관은 3년 전 용산구 서빙고동에서 중구 회현동으로 옮겼지만 대사관 위치는 서빙고역 주변지역 안내도에 그대로 남아있다.

주변지역 안내도는 지하철역 기준 반경 600m 안에 있는 공공기관과 주요시설의 위치를 알리는 지도로, 시민의 길 안내를 위해 승강장·역사 대합실·출입구 근방에 설치된다. 지도에는 학교와 정부기관, 관광명소 등 공익목적에 필요한 장소가 우선 표기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외국대사관은 지도 표기의 대상이다. 지도에 위치 안내가 빠져 있더라도 대사관에서 요청하면 심의를 거쳐 지도에 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외국대사관 관계자들은 해당 대사관의 위치 표기를 신청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이탈리아대사관 관계자는 “지하철역 주변지역 안내도 등 지도에 위치 표기를 신청하라는 공문이나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주변지역 안내도를 설치할 때 서울시와 정부에서 만든 지도를 바탕으로 주요 시설물을 표기하지만, 설치할 때 누락됐거나 지도 설치 후에 변경된 내용이 반영 안 돼 미표기 대사관이 많은 것 같다”며 “오류가 있는 표기는 개선하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표기 요청이 들어오면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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