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 퇴출한 트럼프 정부 '미국 우선' 정책은 그대로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7. 8. 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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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우 민족주의적 정책을 주도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63·사진)가 경질되면서 향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극우 인터넷 매체인 브라이트바트뉴스 대표 출신인 배넌은 트럼프 정권창출의 1등 공신으로 꼽히며 트럼프의 ‘오른팔’이자 트럼프 정부의 ‘정책 설계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군사해법은 없다” 등의 돌출 발언, 백악관 내 알력 다툼 등으로 지난 18일(현지시간) 물러났다.

배넌 경질 이후 트럼프 정부의 고립주의 대외정책의 완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무역전쟁이나 반이민정책 같은 전반적인 정책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배넌은 없지만 ‘배넌 목소리’ ‘배넌 정신’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배넌 퇴출이 고립주의 완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그가 백악관 내에서 민족주의 노선의 지휘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외교안보정책을 놓고는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경제정책을 두고는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고립주의 노선을 강조한 그는 미국의 대외 군사개입을 반대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배넌 퇴진을 “미국의 대외 군사작전에 대한 내부 브레이크가 제거됐다”고 분석했다.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여부는 트럼프 정부의 노선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변수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는 3000~5000명의 추가 파병을 주장해왔다. 배넌은 반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 후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많은 결정이 이뤄졌다”고 말해 조만간 파병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무역문제나 반이민정책 등의 기조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다. 18일 중국의 지적재산권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무역균형 회복을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이민정책의 경우 반이민 행정명령을 입안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정책고문이 건재하다. 그는 배넌과 갈등관계였던 이방카 트럼프 부부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친구인 크리스 루디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와 배넌은 유사한 이슈들에서 유사한 관점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퇴진 직후 자신이 설립한 브라이트바트뉴스로 돌아간 배넌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의회와 언론, 경제계에서 트럼프 반대론자들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말해 백악관 밖에서 트럼프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 계정에서 “(그는)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을지도 모른다. 가짜뉴스는 경쟁이 필요하다”며 ‘가짜뉴스’에 맞서줄 것을 주문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며 언론들로부터 “(최면술사) 스벵갈리를 넘어 사실상의 대통령”이라는 비판까지 받은 배넌이 퇴출됐는지, 스스로 물러났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18일)이 배넌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배넌 사이에 상호 합의가 있었다”고만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배넌 경질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7개월 동안 고위직 인사로 14명째 ‘물갈이’라며 그동안 15일에 1명씩 교체되는 등 고위직 인사가 너무 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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