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바로잡기' 향한 열망, 구름관객 불렀다

김유진 기자 2017. 8. 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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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5·18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 올해 첫 1000만 관객 돌파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관객수가 1000만명을 돌파한 20일 서울 시내의 한 복합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영화 포스터 옆을 지나고 있다. 정지윤 기자

1980년 5월 광주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의 관객수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배급사 쇼박스는 20일 오전 8시 현재 관객 수가 1006만8708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개봉작 중 첫 ‘천만영화’이며, 역대 한국영화로는 15번째다. <택시운전사>는 흥행 성적을 넘어 영화가 지니는 정치·사회적 의미에 주목할 만하다.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과거 역사 왜곡 바로잡기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이 영화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는 택시운전사 김사복씨가 광주의 참상을 알리고자 한국에 온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까지 데려다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송강호씨가 연기한 소시민 택시운전사 김만섭이 우연히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국가폭력을 목격하면서 겪는 혼란과 슬픔, 분노가 영화의 중심축을 이룬다.

5·18 민주화운동은 올 상반기 동안 뜨거운 정치·사회적 이슈 중 하나였다. 국가공식 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였고,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 출간과 함께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으며,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공수부대의 헬기사격 증거가 새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보수정권이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식 행사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해온 것은 이 노래가 민중의례 때마다 제창돼왔던 ‘운동 가요’였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5·18 당시 도청에서 숨진 윤상원 열사와 항쟁 직전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한 넋풀이극 주제곡으로 탄생했으나, 민주진영에서는 민주화를 상징하는 노래였다. 이런 정치적 배경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식에서 이 노래를 제창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정치인들도 잇달아 단체관람했다. 이낙연 총리는 영화를 관람한 뒤 “울면서 봤다”며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고,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도 “찡하고 울컥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와 맞물려 20~50대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찾았다. CGV리서치센터가 조사한 관람객 연령분포(2~15일)를 보면 20대 3.14%, 30대 24.8%, 40대 28.2%, 50대 이상 12.0%였다.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은 “국가행사인 5·18기념식을 끝까지 지켜봤다는 사람이 많았을 정도로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흥행에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또 “지금까지 5·18 영화는 피해자 등의 입장에서 ‘5월광주’를 직접적으로 보여줬지만 이 영화는 <화려한 휴가>보다 (폭력 등에 대한) 묘사의 강도가 낮지만, 외국인 기자와 택시운전사라는 외부인의 객관적인 눈으로 담담하게 표현한 것이 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그동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상당수 영화들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체험에 집중해 보편적인 의미를 끌어냈다”며 “‘국민영화’라고 불릴 만한 이야기의 힘이 있었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의 열기와 함께 20일 영화에 나왔던 1973년식 브리사 택시가 광주시 금남로에 전시됐다. 21일부터는 광주시청 시민숲에서 힌츠페터 추모사진전이 열린다. 힌츠페터가 기록한 5·18 기록물과 함께 카메라, 안경, 여권 등 소품도 공개된다. 한편 송강호씨는 <괴물>과 <변호인>에 이어 <택시운전사>까지 관객을 모으면서 ‘트리플 천만’ 기록을 달성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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