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문]계란 공급 정상화됐지만..불안감에 판매량 40% 감소
[경향신문]
“정부가 살충제가 검출된 농장명과 난각코드마저도 수차례 번복하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살충제 계란’ 파동 닷새 만에 계란이 정상 공급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구매를 꺼리고 있다. 대형마트는 물론 소매점·재래시장에서도 판매량이 30~40% 급감해 상인들도 울상이다.
20일 오후 서울 공덕동 이마트 마포점의 계란 진열대 앞에서 오랜 시간 제품을 살펴보던 김미영씨(42)는 고심 끝에 발길을 돌렸다. 김씨는 “아직까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상황을 더 지켜본 뒤 정말 안전하다고 느껴질 때 먹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주부 임정아씨(45)는 30개들이 한 판을 카트에 올려놓고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난각코드를 검색했다. 임씨는 “계란이 꼭 필요해 어쩔 수 없이 이상 유무를 꼼꼼하게 살핀 뒤 구입했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 측은 지난 16일부터 계란 판매를 재개했으나 판매량은 예전의 6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재래시장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기 수원시 못골시장에서 계란소매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66)는 “평소 하루에 왕란 10여판을 팔았는데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진 광복절부터는 하루에 한두판 정도밖에 안 나간다”고 했다.
대구 서문시장 5지구 뒤편 식료품 가게 10여곳도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10년째 이곳에서 계란 등 식자재를 취급해온 장영주씨(58)는 아예 개점 휴업상태를 맞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계란의 생산·유통 체계에 대한 정부 당국의 관리 능력에 불신감이 가시지 않으며 당분간 소비심리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9일 피프로닐이 검출된 전남 함평군 농가명과 난각코드를 각각 ‘나성준영’과 ‘13나성준영’으로 바로잡는 등 여러번 잘못된 발표를 해 신뢰 추락을 자초했다.
정부는 계란의 출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난각코드’ 제도를 도입한 이후 7년간 ‘난각코드 미표시’ 사례를 6건 적발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재래시장 상점에선 난각코드가 아예 표시되지 않은 계란이 판매되고, 지난 18일 강원 춘천의 한 재래시장 상점에선 농약성분인 비펜트린이 검출돼 유통이 전면 중지된 난각코드 ‘08부영’이 찍힌 계란이 진열대에 놓이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검사를 통과한 계란에 한해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나, 그 이전에 유통된 계란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최승현·최미랑·정희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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