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영 칼럼] 한국 마라톤, ICT로 부활하라

2017. 8.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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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우영 IT중기부 차장
허우영 IT중기부 차장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이 주관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국내에서 육상경기는 비인기 스포츠이지만 IAAF 육상경기 대회는 올림픽과 월드컵만큼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큰 스포츠 대회다.

비록 육상은 국내에서 비인기 운동이지만 한 때 국민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1936년 일제 치하에서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을 우승하고, 1992년 황영조 선수가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다. 또 이봉주 선수가 1998년 IMF 금융위기 당시 한국신기록(2시간7분20초)을 세웠던 이후에도 마라톤키즈가 깜짝 등장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삶을 가장 우선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42.195㎞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은 외롭고 힘든 스포츠인 복싱과 함께 침체기를 겪고 있다. 역시나 이번 런던 대회에서 우리 국가대표 마라톤선수들은 작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처럼 형편없는 성적을 냈다. 21세기 국가대표팀 선수의 완주기록이 81년 전 손기정 선수의 기록과 큰 차이가 없다. 첨단 소재의 경량화와 운동복을 입고 에너지 보충 음료를 마셨는데도 식민지 시절 헐벗고 굶주릴 때보다 향상된 기록을 내지 못했다.

이에 반해 이웃나라 일본은 우리나라로 치면 구청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마라톤을 병행하는 사이타마현청 소속의 가와우치 유키 선수가 우승자와 약 3분 차이로 9위에 올랐다. 그의 톱10 진입은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좋은 기록이다. 어떻게 우리 마라톤 국가대표는 전업 선수인데도 일본 공무원보다 못한 기록을 냈는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필자는 3년 전 마라톤에 입문했다. 아직 형편없는 기록이지만 춘천, 서울, 대구 등 국내 4대 메이저대회에 모두 참가해 완주했다.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달리기와는 담을 쌓고 지냈으나 ICT 기술의 발달로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됐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42.195㎞ 완주를 가능하게 한 것은 스마트 기기와 달리기 소프트웨어(SW) 덕분이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를 활용하면 짧은 거리인 5㎞부터 풀 마라톤까지 달릴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 가 보면 많은 달림이들이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즐겁게 달리고 있다. 많은 사람의 버킷리스트인 마라톤이 SW의 도움으로 누구나 이룰 수 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인생과 비유되는 마라톤은 더는 엘리트 선수의 전유물이 아니다. 작년 올림픽과 올해 런던 대회에 출전한 우리 국가대표 선수의 기록을 보면 일부 아마추어 선수의 기록이 좋은 것은 물론 발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육상연맹과 실업팀, 전업 선수 등의 속사정은 있겠지만, 앞으로 마라톤 국가대표를 선발할 때에는 소속을 구분하지 말고 좋은 기록을 내는 달림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마라톤의 발전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문호를 개방하면 달리기에 소질이 있는 아마추어에게 좋은 동기부여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선수 신분과 팀 존속 유지를 위해 특정 대회만 골라 참가하고 다른 대회에서는 완주하지 않고 기권하는 편법도 부리지 않으리라 예상해본다. 달리기에 소질이 있으면 굳이 전업 선수를 하지 않아도 아마추어 신분으로 좋은 기록을 내고 국가대표라는 영광까지 얻을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이 필요한 시기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 진입으로 첨단 SW 기술을 활용해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마라톤 훈련법이 나오고 있다. 이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해 마라톤을 2시간 이내(서브2) 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지난 5월 킵초케를 통해 2시간25초를 기록, 세계기록(2시간2분57초)은 물론 서브2에 26초를 남겨놓는 대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축구, 농구, 골프 등 다른 스포츠분야에서도 사물인터넷, 센서 등을 SW와 융합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받고 있다. 식민지 조국의 한을 풀어준 마라톤이 SW로 다시 달림이들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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