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기업 중 5곳이 투자비중 줄어..4차산업 대비 특히 부족

2017. 8. 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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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기업, 매출 늘었는데 R&D 투자 비중은 0.1%포인트 하락
1조원 넘던 현대차도 9000억원대로 떨어져..도요타 절반 수준
세계경제 불확실성·산업환경 변화 등이 R&D 가로막아
4차 산업혁명 앞두고 M&A 활발한데 한국은 부진
삼성전자 반도체
#삼성전자는 고화질 영화 500편을 담을 수 있는 1테라비트(Tb)급 V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손톱만 한 크기지만 용량은 세계 최대다. 웨이퍼를 층층이 쌓아 회로를 새기는 3D 기술로 고용량 메모리를 생산하고 있다. 2013년 세계 처음으로 3D 반도체 양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삼성전자의 수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인텔을 넘어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로 거듭나는 데 8년 전 3D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나무는 죽순을 틔우는 데 3년이 걸린다. 죽순이 나면 대나무는 불과 3개월 만에 5m 가까이 자란다.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도 마찬가지다. 이는 성장의 밑거름이자 미래를 위한 저축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 100년 넘는 기간 동안 혁신 기업으로 추앙받는 이유도 R&D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10년 뒤가 불안하다. R&D 투자가 주춤해서다. 올 상반기 국내 10대 기업의 R&D 투자 규모를 조사한 결과 전체 매출에서 R&D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2%에서 4.1%로 감소했다. 투자 규모는 13조3273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2조7560억원보다 4.4%(5713억원) 늘었다. 그러나 매출 증가율만큼은 늘지 않아 비중이 떨어졌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 R&D에 1조7019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2.3%로 전년 동기 대비 836억원 줄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은 폴크스바겐 6.3%나 도요타 3.8%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미국·중국 시장의 부진과 글로벌 대형사들의 합종연횡 등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 R&D 투자를 늘리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글·애플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7.1%로 전년 동기(7.5%)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이 비중은 2015년 7.4%, 2016년 7.3%에서 3년째 하락했다.
R&D 비중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산업환경의 변화는 기업의 R&D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저성장과 불황이 아직 꺾이지 않은 점도 부정적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의 누적 효과로 R&D 투자 여력이 많이 상실됐고, 기업의 투자 의욕도 적지 않게 꺾였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4대 복합·혁신 과제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국가를 꼽았지만 아직까지 세부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해외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많이 인수합병(M&A)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마저도 부진하다.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규모는 8686억 달러(약 99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의 해외직접투자(FDI) 규모는 지난해 273억 달러로 2012년 306억 달러에 비해 33억 달러 감소했다. 이민화 KAIST 초빙교수는 “일자리와 소득 증대는 경제발전과 기술 혁신의 결과이지, 원인이 될 수 없다”며 “한국은 R&D든, M&A든 신기술의 공급과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R&D를 확 줄이고 민간 R&D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신기술 개발과 기술 혁신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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