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왜 이래]티베트 기온이 올라가니 한반도 '반짝' 가을날씨

송윤경·최승현 기자 2017. 8. 20. 17: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동쪽 하늘이 구름에 덮혀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티베트고원의 더위, 캄차카반도의 고기압, 한반도의 ‘가을같은 8월’.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불러온 현상이다.

찜통더위에 펄펄 끓던 한반도는 최근 열흘 가까이 가을같은 날씨를 누렸다. 8월 1일~9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1도~35.3도였고 예년보다 습도까지 높았다. 하지만 폭염은 이달 중순 이후 누그러졌다. 지난 13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28.4도였고 15일에는 24도로까지 내려갔다. 최근 일주일간 서울의 최고기온은 18일의 30.6도를 빼면 28도대였다.

예년같으면 8월 중순은 덥고 습한 날씨를 부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더위가 이어지는 시기다. 기상청도 지난달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에서 8월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13일 이후 기온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8월 20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4.9도였는데 올해 같은날에는 25.8도로 9도나 차이가 났다.

■갑자기 수그러든 더위…왜?
8월 중순에 갑자기 선선한 날씨가 이어진 1차적인 이유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쪽으로 뻗어올라오지 못하고 남쪽에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을 억제한 것은 한반도 북동쪽 캄차카반도 상공에 만들어진 또다른 고기압이다. 이 고기압은 지난 일주일 동안 한반도에 선선하고 건조한 동풍이 불게 만들었다. 캄차카반도의 고기압으로 8월 중순이 선선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캄차카반도 고기압은 기후변화 때문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 원인은 멀리 중국 남부와 인도 북부에 걸쳐진 티베트고원에서 찾아야 한다. 올해 티베트고원은 예년보다 더웠고, 뜨거운 공기가 대기 상층부로 올라가 고기압을 만들어냈다.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던 고기압의 공기가 위도 70도 부근의 북쪽까지 올라갔다가 중위도로 남하했다. 티베트고원의 더운 공기는 대기 상층부에 올라가면서 식었고, 북쪽 고위도 지역까지 올라가 한 차례 더 식으면서 찬 공기가 됐다. 이 공기가 지상으로 내려온 곳이 캄차카반도 부근이다. 이렇게 쌓인 공기가 다시 고기압을 만들어 한국에 동풍을 불렀다.

한국에 가을같은 여름날을 선사한 티베트고원의 열기는 기후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 8월의 이례적인 날씨 뒤에는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북풍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지방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 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북극진동’이 근래 많이 약해졌다. 북극권 주변을 돌며 남쪽의 공기와 섞이는 것을 막아주던 이 기류가 약해진 것은 한국을 비롯한 중위도 지역 국가들이 최근 몇년 새 혹독한 겨울을 겪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최근엔 이런 현상으로 한반도에 때때로 북풍이 불었다.

■가을은 아직…더위 한번 또 온다
가을 같은 날씨속에 전국 곳곳에는 소나기가 자주 내렸다. 캄차카 반도의 고기압 때문에 한반도의 공기 흐름이 정체돼, 한반도 서쪽에 형성된 저기압이 상대적으로 그 자리에 오래 머물렀다.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 상태에서, 한반도 남서쪽에서 올라온 뜨거운 공기가 동풍·북풍과 충돌하면서 대류운을 만들어졌고 곳곳에서 자주 비를 뿌렸다.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최근 5년새 가장 적었다. 지난 7월 5일부터 8월 20일 폐장하기까지 강원도 내 92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225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9%가량 줄었다. 강원도환동해본부는 “해수욕장을 개장한 46일 동안 비가 오지 않은 날이 13일뿐이었고, 너울성 파도 때문에 9일부터 20일까지 입수를 통제하기까지 해 피서객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캄차카반도의 고기압은 곧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1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온 뒤 중부지방은 22일 오전, 남부지방은 21일 밤 즈음엔 그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며칠의 날씨는 이례적인 것이며 가을이 왔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잠시 억제됐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20일 즈음부터 예년 수준으로 영향을 끼치면 다시 더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일의 최고기온은 26~31도, 22일의 최고기온은 28~32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하순은 원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달 초순까지 이어진 극심한 폭염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

<송윤경·최승현 기자 ky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