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왜 이래]티베트 기온이 올라가니 한반도 '반짝' 가을날씨
[경향신문]
티베트고원의 더위, 캄차카반도의 고기압, 한반도의 ‘가을같은 8월’. 지구적인 기후변화가 불러온 현상이다.
찜통더위에 펄펄 끓던 한반도는 최근 열흘 가까이 가을같은 날씨를 누렸다. 8월 1일~9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1도~35.3도였고 예년보다 습도까지 높았다. 하지만 폭염은 이달 중순 이후 누그러졌다. 지난 13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28.4도였고 15일에는 24도로까지 내려갔다. 최근 일주일간 서울의 최고기온은 18일의 30.6도를 빼면 28도대였다.
예년같으면 8월 중순은 덥고 습한 날씨를 부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더위가 이어지는 시기다. 기상청도 지난달 발표한 ‘3개월 기상전망’에서 8월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13일 이후 기온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8월 20일 서울의 최고기온은 34.9도였는데 올해 같은날에는 25.8도로 9도나 차이가 났다.
이 캄차카반도 고기압은 기후변화 때문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 원인은 멀리 중국 남부와 인도 북부에 걸쳐진 티베트고원에서 찾아야 한다. 올해 티베트고원은 예년보다 더웠고, 뜨거운 공기가 대기 상층부로 올라가 고기압을 만들어냈다.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던 고기압의 공기가 위도 70도 부근의 북쪽까지 올라갔다가 중위도로 남하했다. 티베트고원의 더운 공기는 대기 상층부에 올라가면서 식었고, 북쪽 고위도 지역까지 올라가 한 차례 더 식으면서 찬 공기가 됐다. 이 공기가 지상으로 내려온 곳이 캄차카반도 부근이다. 이렇게 쌓인 공기가 다시 고기압을 만들어 한국에 동풍을 불렀다.
한국에 가을같은 여름날을 선사한 티베트고원의 열기는 기후변화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 8월의 이례적인 날씨 뒤에는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북풍이다. 지구온난화로 북극 지방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이 지역의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게 막아주는 ‘북극진동’이 근래 많이 약해졌다. 북극권 주변을 돌며 남쪽의 공기와 섞이는 것을 막아주던 이 기류가 약해진 것은 한국을 비롯한 중위도 지역 국가들이 최근 몇년 새 혹독한 겨울을 겪게 만든 원인이기도 했다. 최근엔 이런 현상으로 한반도에 때때로 북풍이 불었다.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최근 5년새 가장 적었다. 지난 7월 5일부터 8월 20일 폐장하기까지 강원도 내 92개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225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9%가량 줄었다. 강원도환동해본부는 “해수욕장을 개장한 46일 동안 비가 오지 않은 날이 13일뿐이었고, 너울성 파도 때문에 9일부터 20일까지 입수를 통제하기까지 해 피서객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캄차카반도의 고기압은 곧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21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온 뒤 중부지방은 22일 오전, 남부지방은 21일 밤 즈음엔 그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며칠의 날씨는 이례적인 것이며 가을이 왔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잠시 억제됐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20일 즈음부터 예년 수준으로 영향을 끼치면 다시 더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일의 최고기온은 26~31도, 22일의 최고기온은 28~32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월 하순은 원래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달 초순까지 이어진 극심한 폭염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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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경·최승현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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